플레이오프 MVP의 의심은 어떻게 확신으로 바뀌었을까.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는 1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4차전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삼성은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2015년 이후 9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정규시즌 2위에 올라 준플레이오프 5차전 혈투를 치르고 온 3위 LG를 4경기 만에 따돌리며 광주행의 주인공이 됐다.
승리의 주역은 외국인투수 데니 레예스였다. 4차전 선발투수로 나서 7이닝 3피안타 2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 110구 역투를 펼치며 승리투수가 됐다. 최고 구속 149km 직구 아래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터, 투심 등 다양한 구종을 곁들여 LG 타선을 봉쇄했다. 득점권 위기는 6회말 1사 1, 2루가 전부였고, 신민재를 2루수-유격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 처리하며 이를 극복했다.
경기 후 만난 레예스는 호투의 공을 노련한 투수 리드를 선보인 포수 강민호에게 돌렸다. 레예스는 “1차전과 비슷한 볼배합을 가져가려고 했다. 경기 도중 (강)민호 형 사인에 고개를 두 번 정도 흔들었는데 형이 그럼에도 똑같은 사인을 내더라. 형을 믿고 던졌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고, 그 다음부터 형 사인에 의지하면서 자신 있게 던졌다”라고 의심이 확신으로 바뀐 과정을 설명했다.
이를 들은 강민호는 “이번 시리즈 투수들한테 너무 고마운 게 4경기 동안 고개를 흔든 선수가 거의 없었다. 레예스도 오늘 흔들었는데 내가 고집해서 신민재를 병살타로 잡았고, 박해민을 플라이로 잡았다. 믿고 따라와 줘서 고맙다. 공부를 조금 더 해서 투수한테 믿음 주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레예스는 7이닝 110구 역투 비결에 대해서는 “6회말 끝나고 컨디션이 괜찮았다. 마침 코치님이 오셔서 한 이닝 더 괜찮겠냐고 하셨다. 원래는 7회말 1~2타자 정도 상대한다고 말씀드렸는데 2사 후에도 컨디션이 좋아서 이닝을 끝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실제로 끝냈다”라고 답했다.
레예스는 지난 13일 1차전에서도 선발투수로 나서 6⅔이닝 3실점(1자책) 호투를 펼치며 시리즈 기선제압을 이끌었다. 이후 사흘을 쉬고 17일 4차전 선발 등판이 결정됐지만, 경기가 비로 두 차례나 미뤄지면서 닷새의 충분한 휴식 후 4차전에 나섰다.
4차전에서도 호투쇼를 펼친 그는 기자단 투표 55표 중 42표를 획득하며 플레이오프 MVP(상금 300만 원)의 영예를 안았다. 레예스는 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66 압도적 투구를 선보였다.
레예스는 “그 동안 쉬는날이 별로 없었는데 비가 두 번이나 오면서 좋게 작용했다. 추가적으로 몸을 가다듬을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라고 흡족해했다.
삼성은 20일 하루 휴식 후 21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정규시즌 1위 KIA 타이거즈와 대망의 한국시리즈 1차전을 치른다. 삼성이 정규시즌에서 KIA 상대 4승 12패로 고전한 KIA를 꺾기 위해선 1선발 레예스가 플레이오프의 흐름을 한국시리즈까지 무조건 이어야 한다.
레예스에게 각오를 묻자 “한국시리즈에서 딱히 뚜렷한 목표는 없다. 지금처럼 승리를 위해 팀 보탬이 되는 역할을 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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