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2369경기 만에 처음으로 한국시리즈(KS) 무대를 밟는다.
프로야구 삼성 포수 강민호(39)가 21번째 시즌에 생애 첫 KS 진출 감격을 누렸다. 지난해 KS 진출에 1승이 모자랐던 NC 손아섭(36)이 누구보다 강민호를 부러워할 것 같다.
강민호는 지난 1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 4차전에서 8회 결승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삼성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LG를 꺾은 삼성은 2015년 이후 9년 만에 KS 진출에 성공했다.
강민호에겐 첫 KS 감격이었다. 2004년 롯데에 입단한 뒤 빠르게 주전 포수로 자리잡아 골든글러브만 6번 받은 강민호는 국가대표로 올림픽 금메달을 따내고, FA 계약도 3번이나 하며 롱런했지만 딱 하나 이루지 못한 게 KS 우승이었다. 우승은커녕 KS 무대도 밟지 못했다. 지난해까지 롯데에서 5번, 삼성에서 1번으로 총 6번 가을야구를 나갔지만 KS는 허락되지 않았다.
올해 KBO리그 통산 최다 경기 출장 선수로 등극한 강민호는 21시즌 동안 2369경기를 뛰었다. KS 경험이 없는 선수 중 최다 경기 기록이기도 했다. 오래 묵은 한이었지만 39살이 된 올해 마침내 KS 무대를 밟을 수 있게 됐다.
강민호가 한을 풀면서 KS 경험이 없는 선수 중 최다 출장 기록은 손아섭에게 넘어갔다. 2007년 롯데에 입단한 손아섭은 올해까지 18년 통산 2058경기 출장했다. 통산 최다 2511안타를 기록하며 살아있는 레전드 반열에 올라섰지만 아직도 KS 경험이 없다. 롯데에서 6번, NC에서 1번으로 총 7번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KS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 PO에서 2연승 후 3연패 역스윕을 당하며 KS 진출이 좌절된 게 아쉬웠다.
손아섭 다음으로는 롯데 전준우(38)로 16시즌 통산 1725경기를 뛰었다. 2008년 롯데에 입단한 뒤 지금까지 원클럽맨으로 뛰면서 6번의 가을야구를 경험했지만 KS와 인연이 없다.
전준우에 이어 같은 팀 정훈(37)이 1399경기로 뒤를 잇고 있다. 2006년 현대에 육성선수로 입단했으나 방출된 정훈은 2010년 롯데 육성선수로 1군에 데뷔한 뒤 올해까지 15시즌을 달려왔다.
강민호, 손아섭, 전준우, 정훈은 모두 롯데 출신이거나 지금도 롯데 소속 선수들이다. 롯데는 1999년을 끝으로 25년째 KS에 진출하지 못했다. 암흑기가 길어지면서 롯데에서 전성기를 보낸 선수들도 KS와 유독 인연이 없었다.
롯데가 아닌 선수 중에선 한화 채은성(34)이 1267경기로 KS 미출전 선수 중 가장 많이 뛰었다. 2009년 육성선수로 LG에 입단해 2014년 1군 데뷔한 채은성은 2022년 시즌 후 한화로 FA 이적했다. LG에서 6번의 가을야구를 뛰었지만 KS는 못 해봤다. 한화로 팀을 옮긴 지난해, LG가 29년 만에 KS 우승의 한을 푸는 걸 멀리서 지켜봤다.
채은성과 비슷한 시기에 FA로 팀을 옮긴 롯데 유강남(32)도 그 뒤를 이으며 같은 처지에 있다. 2011년 LG에 입단한 유강남은 12시즌 통산 1208경기를 뛰었다. LG에서 5번의 가을야구를 했지만 KS까지 못 갔고, 롯데로 이적한 뒤 LG의 KS 우승을 바라만 봐야 했다.
손아섭, 전준우, 정훈, 채은성, 유강남에 이어 KS 미출전 현역 중 1000경기 이상 출장한 선수로는 롯데 오선진(1135경기), KIA 고종욱(1060경기)이 있다.
한편 통산 1000경기 넘게 뛰었지만 KS 무대를 한 번도 밟아보지 못 하고 은퇴한 선수로는 이대호(전 롯데·1971경기), 이대형(전 LG-KIA-KT·1603경기), 박기혁(전 롯데-KT·1444경기), 최태원(전 쌍방울-SK·1284경기), 김경언(전 KIA-한화·1183경기), 최진행(전 한화·1104경기), 송광민(전 한화·1060경기), 조성환(전 롯데·1032경기), 문규현(전 롯데·1025경기), 박노준(전 OB-해태-쌍방울·1018경기), 손주인(전 LG-삼성·1007경기), 이우민(전 롯데·1003경기) 등 12명이 있다.
롯데에서 뛴 선수가 5명으로 가장 많고, 한화가 3명으로 그 다음. 두 팀의 암흑기가 얼마나 오래됐는지 보여주는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