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게 개선문을 통과해 런던으로 달려가기를 기대했던 파괴전차의 무한궤도는 파리에서 멈췄다. LCK 1번 시드 한화생명이 LPL 1번 시드 빌리빌리 게이밍(BLG)’ 에 무너지면서 8강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한화생명은 18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아디다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 8강 녹아웃 스테이지 BLG와 경기에서 1세트 승리 이후 내리 2, 3, 4세트를 내주면서 1-3으로 패배, 4강행 티켓 대신 8강 탈락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받았다.
한화생명의 첫 출발은 좋았다. ‘딜라이트’ 유환중의 영리한 플레이 메이킹을 기반으로 초반 유충 교전부터 굴려나간 스노우볼 우위를 끝까지 지키면서 34분 52초만에 21-9 완승을 거뒀다.
하지만 2세트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1세트를 패한 BLG가 블루 진영을 선택한 이후 요네를 선픽으로 잡자, 한화생명은 스카너와 나르에 이어 아리로 상체를 꾸렸다. BLG는 세주아니와 럼블로 상체의 나머지 조각을 채웠다.
초반부터 한화생명의 탑 공략 시도가 계속 막히면서 BLG가 손쉽게 경기의 우위를 점했다. 반면 ‘도란’의 나르는 2데스로 휘청였다. 여기에 엎친데 덮친데 도움을 주러 올라간 ‘제카’ 김건우의 아리까지 쓰러지면서 초반 구도가 무너졌다.
힘의 균형이 무너지자 이후는 속절없이 당할 수 밖에 없었다. BLG는 곧장 내셔남작을 사냥해 바론 버프를 취하면서 사실상 승부의 쐐기를 박고 세트스코어를 1-1로 만들었다.
힘이 붙은 BLG의 흐름은 계속 한화생명을 밀어붙였다. ‘나이트’ 줘딩의 사일러스가 미드 구도를 압도하면서 한화생명이 초반 주도권을 내주면서 중반 이후 주도권을 내주는 2세트의 악순환이 3세트 에서도 반복됐다.
BLG의 공세에 몰리기 시작한 한화생명은 결국 뼈아픈 에이스를 내주면서 36분이 지나기전에 넥서스를 내주고 매치 포인트를 허용, 1-2 벼랑끝으로 몰렸다.
이날 경기의 백미는 4세트였다. 벼랑 끝에 몰린 한화생명도 초반 봇 다이브부터 적극적으로 달려들어 퍼스트블러드를 챙겼다. 잠시 소강 상태가 있었지만, 숨죽여 기회를 엿보던 BLG가 드래곤을 사냥하면서 서서히 포인트를 올려나갔다.
대치 상황에서 한화생명이 먼저 바론을 사냥하며 웃는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BLG 역시 한화생명의 흐름을 계속 끊어내는 공방전이 반복됐다. 30분대 이후 한타에서도 한화생명이 다시 한 번 우위를 점했지만, 여세를 이어가지 못하면서 다시 한 번 턴이 BLG에게 돌아갔다.
힘겹게 위기를 넘겼던 BLG는 한화생명의 기둥 ‘바이퍼’의 미스 포츈을 끊어낸 기회를 살리면서 드래곤의 영혼을 완성했고, 곧장 바론 버프까지 챙기면서 분위기를 자신들쪽으로 돌렸다.
바론 버프를 두른 BLG의 공세에 억제기가 파괴된 한화생명은 끝내 넥서스를 지키지 못하고 탈락이라는 씁쓸한 성적표를 받아야 했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