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훈련 그건 아니고…”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김경문 감독은 시즌 중에도 강도 높은 마무리훈련을 예고했다. 가을야구가 좌절되기 전부터 “많이 진다는 건 팀이 약하는 것이다. 그러면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연습을 하면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스트시즌이 좌절된 뒤에는 지옥 훈련을 할 것이라는 표현이 나왔다. 김 감독은 “지옥 훈련 그건 아니고”라고 손사래치며 “억지로 하는 건 도움이 안 된다. 선수 본인들도 아쉬움을 느끼고 있고, 훈련의 필요성을 받아들이고 있다. 다른 팀들이 플레이오프를 할 때 우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 팀이 단단해지기 위해선 이를 악물고 연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규시즌 종료 후 3일만 쉬고 바로 훈련에 들어갔다. 젊은 선수들로 꾸려진 교육리그 멤버 29명이 지난 6일 일본 미야자키로 떠났고, 주장 채은성을 비롯해 1군 선수들은 지난 3일부터 대전에서 4일 훈련, 1일 휴식 일정으로 훈련하고 있다. 12일부터는 신인 선수들도 추가 합류했다. 관중석이 텅 빈 야구장이지만 그라운드에는 선수들의 기합, 파이팅 소리로 가득하다.
보통 이맘때 1군 선수들은 회복 및 컨디셔닝에 중점을 둔다. 하지만 현재 한화는 채은성, 안치홍, 최재훈, 이재원 등 베테랑들부터 노시환, 김태연, 이도윤, 황영묵 등 주전으로 뛰었던 선수들까지 야수조 훈련에 빠지지 않는다.
김 감독이 강조한 수비, 주루, 팀플레이 등 기본기 훈련 위주로 오후에는 다섯 군데에서 로테이션으로 쉴 새 없는 타격 훈련이 이어진다. 훈련 시간이 엄청나게 긴 것은 아니지만 밀도가 있다. 설렁설렁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고참들의 경우 지난주까지 첫 두 턴은 타격 훈련을 쉬며 회복 시간을 가졌지만 3번째 턴부터 똑같이 움직이며 솔선수범하고 있다. 젊은 선수들은 엑스트라로 훈련량을 늘리고 있다. 신인들까지 합류하면서 그라운드가 꽉 찬 느낌을 준다. 재활조 포함 현재 47명의 선수들이 대전에서 훈련 중이다.
야구장 곳곳에서 훈련을 지켜보며 선수들에게 파이팅을 불어넣고 있는 김 감독은 “고참들도 있고, 신인들이 들어와서 (그라운드가) 꽉 찬 것 같다. 신인들이 훈련하는 걸 며칠 봤는데 수비도 괜찮고, 구단에서 스카우트를 잘한 것 같다”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김 감독은 19일까지 대전 훈련을 지휘한 뒤 20일 일본행 비행기에 오른다. 현재 미야자키에서 진행 중인 교육리그를 보기 위해 마무리캠프에 앞서 열흘 먼저 간다. 김 감독은 “미야자키에 들어가서 7경기 정도 볼 것이다. 지금도 매일 교육리그 관련 보고를 받고 있는데 그동안 내가 못 본 선수들도 있다. 가서 경기하는 것을 직접 보며 마무리캠프에 남겨둘 선수들을 정하려 한다”고 밝혔다.
교육리그에는 투수 황준서, 조동욱, 포수 허인서, 내야수 문현빈, 외야수 최인호, 임종찬, 정안석 등 한화의 미래들이 일본 팀들을 상대로 실전 경험을 쌓고 있다. 1군에서 뛴 선수들도 많지만 6월초 부임한 김 감독이 못 봤던 선수들도 많다. 흙속의 진주 발굴에 능한 김 감독이라 두 눈으로 보고 가능성을 확인하고자 한다. 김 감독이 양상문 1군 투수코치를 먼저 교육리그에 보낸 것도 그동안 보지 못한 퓨처스 투수들을 확인하라는 의미가 있었다.
김 감독 개인적으로는 첫 일본 교육리그 참관이라 더욱 기대된다. 두산 감독 시절에는 늘 이맘때 가을야구에 가서 10월 교육리그를 직접 볼 기회가 없었다. NC 감독 시절에는 구단이 주로 미국, 대만에 캠프를 차려 일본과는 접점이 없었다.
선수 은퇴 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았고, 2022년에도 LA 다저스 마이너리그 연수를 하는 등 주로 미국에서 야구를 공부했던 김 감독은 “일본 교육리그를 가는 건 처음이다. 일본 야구가 어떻게 하는지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우리 선수들도 그렇고 나도 가서 배울 건 배워야 한다. 이래저래 좋은 거 많이 보고 배우겠다”고 기대했다.
한화 선수단은 30일부터 미야자키에서 마무리캠프에 들어간다. 교육리그 선수단은 같은 날 귀국 예정인데 그 중 절반 정도는 그대로 미야자키에 남아 마무리캠프도 참가한다. 20일부터 김 감독이 지켜볼 교육리그 7경기에서 잔류 멤버가 최종 결정된다. 시즌을 일찍 마무리했지만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 속에서 한화의 내년 준비가 한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