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이 우천취소를 예상한 승부수를 던졌다.
LG는 지난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플레이오프 3차전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했다. 1차전과 2차전을 모두 내줘 시리즈 패배 위기에 몰렸던 LG는 이날 승리로 시리즈 전적 1승 2패를 만들며 승부를 4차전으로 끌고 갔다.
선발투수 임찬규는 5⅓이닝 3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 승리를 기록했다. 뒤이어 등판한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는 3⅔이닝 2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 세이브를 기록하며 팀 승리를 지켰다. 타선에서는 문성주가 멀티히트를 때려냈고 홍창기는 5회 1타점 희생플라이를 날리며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LG 염경엽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피말리는 승부를 했다. 임찬규가 포스트시즌에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오늘도 선발투수로서 완벽한 역할을 했다. 이어서 에르난데스도 긴 이닝을 책임져주면서 생각했던 시나리오대로 지키는 야구가 됐다. 두 선수가 자기 역할을 잘해줬다”라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이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에르난데스의 3⅔이닝 무실점 세이브다. 1차전과 2차전 불펜투수들이 줄줄이 무너지는 것을 지켜본 염경엽 감독은 선발투수 임찬규가 투구를 마친 다음 에르난데스로 경기를 마무리하는 전략을 세웠다. 경기 전 인터뷰에서 염경엽 감독은 “엘리(에르난데스)는 오늘 2번째 투수로 나간다. 길게 갈 수도 있다. 오래 쉬었기 때문에 선발투수처럼 던질 수도 있다. 마지막 경기일 수도 있다. 투구수와 상관없이 던진다. 벼랑 끝에 있기 때문에 가장 센 카드로 가면서 상황을 봐야한다. 다음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염경엽 감독이 말한대로 에르난데스는 6회 1사에서 마운드에 올라 9회까지 홀로 경기를 책임졌다. 염경엽 감독의 승부수가 정확히 통했지만 에르난데스의 투구수는 60구에 달했고 18일 열릴 예정인 4차전 등판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그렇지만 이것 또한 염경엽 감독의 계산하에 있는 변수였다. 경기에 앞서 18일 오후 3시경부터 밤 늦게까지 비가 온다는 예보를 본 염경엽 감독은 4차전이 우천 취소되면서 하루 늦게 열리게 될 것을 예상하고 에르난데스를 다소 무리하게 기용한 것이다. 염경엽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엘리는 내일은 못나온다”라고 못을 박으면서도 “내일 비오지 않나. 그것만 믿고 있다. 우리나라 기상청을 믿는다. 그것을 믿고 에르난데스를 길게 갔다”라며 웃었다.
만약 염경엽 감독의 예상대로 4차전이 하루 늦어진다면 에르난데스가 하루 휴식을 취하고 4차전에도 등판할 가능성이 있다. 염경엽 감독은 “에르난데스에게 미안하지만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최고의 카드이기 때문에 몸상태를 체크를 하고 하루 쉬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투구수가 그래도 60구를 넘어가지는 않았다”라며 18일 경기가 우천 취소될 경우 19일에 열리는 4차전에 에르난데스를 투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에르난데스는 “지금은 괜찮은데 내일 어떨지는 자고 일어나봐야 할 것 같다. 내일 아침 몸 상태를 봐야 모레 등판을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 느낌은 괜찮고 정신적으로는 준비를 하고 있지만 몸이 어떨지는 모르겠다”라며 몸 상태만 괜찮다면 하루 휴식 후 등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결국 관건은 4차전의 우천 취소 여부다. 염경엽 감독의 예상대로 18일 경기가 하루 연기 된다면 또 한 번 에르난데스를 투입하는 것이 가능하고 만약 5차전까지 가게 될 경우에는 하루를 휴식한 에르난데스가 다시 한 번 등판할 수 있다. 에르난데스는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전경기에 출장하며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포스트시즌에서 6경기(11이닝) 1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0.00을 기록중인 에르난데스의 등판 여부는 LG 불펜진 운용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삼성이 느끼는 압박감도 분명 다르다.
‘염갈량’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염경엽 감독의 승부수가 우천 취소로 완성될 수 있을까. 모든 것은 하늘에 달려있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