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왜 그걸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30)는 생애 첫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에서 두 얼굴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자가 없을 때 22타수 무안타로 침묵 중이다. 볼넷만 3개 얻어냈을 뿐 삼진 11개를 당했다. 반면 주자가 있을 때는 9타수 7안타 2홈런 8타점 7할7푼8리의 고타율로 무서운 결정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 1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플러싱 시티필드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뉴욕 메츠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7전4선승제) 3차전도 마찬가지였다. 이닝 선두타자로 주자 없을 때 들어선 첫 4타석에서 볼넷 1개를 골라냈지만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하지만 4-0으로 앞선 8회 1사 1,2루 찬스에서 우측 폴 근처로 향하는 큼지막한 타구로 스리런 홈런을 터뜨리며 다저스의 8-0 완승에 기여했다. 다저스는 시리즈 전적 2승1패로 앞서나갔다.
오타니는 정규시즌 막판부터 최근 20번의 득점권 타석에서 17안타를 치며 메이저리그 최초 기록까지 세웠다. ‘MLB.com’은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 통틀어 20번의 득점권 상황에서 20타수 17안타를 기록한 선수는 없었다. 가장 근접한 기록은 1962년 다저스 프랭크 하워드의 19타수 16안타였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놀라운 결정력을 보이고 있지만 주자가 없을 때 22타수 연속 무안타 침묵에 빠진 게 이색적이다. 이로 인해 오타니의 타순을 주자가 자주 모이는 2~3번 타순에 옮겨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최고 타자가 타석에 5번 들어서는 게 좋다”며 1번 타순에 고정하고 있다.
팀 동료 무키 베츠는 오타니의 주자 없을 때 무안타 기록이 화제가 되는 게 이해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3차전 승리 후 베츠는 “사람들이 왜 그걸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 오타니는 매일 경기장에서 최고의 선수다. 주자가 없을 때 안타를 못 친다고 해서 누가 신경이나 쓰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베츠는 “그가 타석에 나올 때마다 모두가 누군지 알고, 무슨 일이 일어날 거라고 기대한다. 그게 문제다. 그동안 너무 많은 것을 해왔기 때문에 그렇다”며 “(주자가 없을 때 못 친) 20타석은 오나티도 사람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오타니와 한 시즌을 처음으로 함께하고 있는 베츠는 “그는 여러분과 나처럼 평범한 사람이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없는 초능력이 있을 뿐이지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하는 평범한 사람이다. 뭔가 다른 점을 설명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다른 게 없다”며 “가끔 대화 중에 한마디씩 유머를 던지는데 말이 빨라져 갑자기 튀어나오는 짧은 말들이 있다. 그럴 때 말고 오타니는 앉아서 차분하게 자기 일을 하는 침착한 사람이다”고 말했다.
올 시즌 54홈런 59도루로 전 세계 야구 역사상 최초 50-50 대기록을 세운 오타니는 포스트시즌 8경기 타율 2할2푼6리(31타수 7안타) 2홈런 8타점 6득점 6볼넷 13삼진 출루율 .351 장타율 .419 OPS .770을 기록하고 있다. 도루는 없다. 정규시즌에 비해 아쉬운 성적이지만 스리런 홈런 두 방 포함 필요할 때 해결사로 활약하며 다저스 진격을 이끌고 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디비전시리즈 1차전 이후 6경기 연속 홈런이 터지지 않았는데 이날 모처럼 홈런 손맛을 봤다. 시속 115.9마일(186.5km)로 410피트(125.0m)를 날아간 타구는 발사각 37도로 측정될 만큼 높게 떴다. 팀 동료 키케 에르난데스는 “아직도 타구가 떨어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고, 맥스 먼시도 “폴에서 100피트(30.5m) 위로 넘어간 타구였기 때문에 비디오 판독을 해도 홈런 판정을 번복할 수 없다. 폴의 높이가 오타니 홈런을 따라가지 못했다”고 표현했다. 로버츠 감독은 “오타니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한 방이 된 게 가장 중요하다”며 남은 가을야구에서 활약을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