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그때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폴 포그바는 17일(한국시간) 영국 '데일리 메일'과 인터뷰서 "조세 무리뉴 감독과 나의 사이는 연인과도 같았다. 사이가 좋다가도 싸우고를 반복했다"라면서 "나도 솔직히 맨유 막판에 왜 그렇게 사이가 틀어졌는지 모르겠다"고 회상했다.
스포츠 중재 재판소(CAS)는 지난 7일 "포그바가 저지른 ADRV(안티-도핑 규정 위반)를 확인했지만, 선수 정지 기간을 4년에서 18개월로 줄였다"라면서 "포그바가 제기한 항소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 그는 디하이드로 에피안드로스테론(DHEA)을 복용하면서 ADRV로 세계반도핑기구(WADA) 제재를 받았다. 그러나 항소를 받아들여 제제를 감형하고 벌금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CAS에서 포그바의 징계를 감경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판결문에 따르면 CAS 패널은 포그바가 양성 반응을 보인 DHEA를 섭취한 건 의도적이지 않았으며 플로리다의 한 의사가 처방한 보충제를 잘못 복용한 결과라는 증거와 법적 주장을 확인했다.
CAS는 "포그바는 해당 의사가 여러 명의 국제 선수를 치료했다고 주장한 만큼 그가 반도핑 의무를 염두에 둘 것이라는 확신을 받았다. 그는 자기 잘못을 인정해 12개월의 자격 정지를 요청했다"라며 "이탈리아 반도핑 조사위원회(NADO)는 선수의 무모함이 심각했으며 4년 정지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포그바는 여러 전문가의 지지를 받았다. 그가 제시한 증거의 대부분은 반박되지 않았다. 물론 그에게 잘못이 없는 건 아니며 프로 선수로서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라고 판결 근거를 설명했다.
사건은 지난해 9월 시작됐다. 포그바가 제출한 샘플에서 금지 약물이 검출된 것. 그는 유벤투스가 3-0으로 승리한 우디네세전 이후 도핑 테스트를 받았고, 그 결과 테스토스테론 수치에 문제가 있음이 발각됐다.
테스토스테론은 운동선수들의 지구력을 높여주는 남성 호르몬으로 대표적인 금지 약물 중 하나다. NADO 대변인은 포그바의 샘플에서 금지 약물인 '비내성 테스토르테론 대사산물'이 발견돼 도핑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포그바는 고의로 복용한 적이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고, 양성 반응에 대한 반대 분석을 요청했다. 그러나 두 번째 검사에서도 똑같이 양성 반응이 나왔다. 두 샘플 모두 테스토스테론 등 다른 호르몬의 생성을 촉진하는 DHEA가 발견됐다. DHEA는 한때 '청춘의 샘'으로도 불렸던 호르몬으로 노화 방지와 근육 강화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별생각 없이 먹은 보충제가 화근이 됐다. 'ESPN'은 "한 소식통에 따르면 포그바는 미국 마이애미에서 의사인 친구 중 한 명에게 식품 보충제를 처방받았다. 특정 보충제는 미국에서는 얻을 수 있지만, 이탈리아에서는 얻을 수 없다"라고 전했다.
포그바는 NADO와 형량 협상을 하는 대신 CAS에 재판을 받기로 택했다. 그리고 CAS는 포그바의 항소를 일정 부분 받아들였다. 그가 주장했던 비고의성과 DHEA는 여성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감경 사유로 작용했다.
이제 포그바는 만 32세가 되는 2025년 3월부터 다시 축구선수로 뛸 수 있다. 현역 복귀 가능성이 살아난 셈. 만약 4년 정지였다면 34세가 돼야 피치 위로 복귀할 수 있었지만, 2년 6개월이 줄어들면서 새로운 길이 열렸다. 다만 유벤투스와 계약은 상호 합의로 해지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포그바는 한때 세계적인 천재로 불렸던 미드필더다. 그는 유벤투스에서 날개를 펼치며 월드클래스로 발돋움했고, 2016년엔 8900만 파운드(약 1501억 원)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하며 이적료 신기록을 세웠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선 프랑스 대표팀과 함께 세계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포그바의 커리어가 망가지기 시작한 것은 맨유 재입단 시절이었다. 무리뉴 감독 부임과 동시에 유벤투스를 떠나 맨유에 입단했다. 수차례 우승을 합작하긴 했으나 무리뉴 감독과 포그바 사이는 급격하게 악화되기도 했다.
당시 갈등에 대해 포그바 감독은 "처음에 둘 사이는 좋았다. 내가 맨유로 돌아운 이유 중 하나가 무리뉴 감독이 와서였다. 그가 나를 설득했다"라면서 "왜 악몽처럼 변하고 싸우게 됐는지 모르겠다. 싸움을 한 것이 아니다. 그냥 입장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래도 우리 사이는 어떻게 보면 연인과도 같았다. 헤어졌다가 다시 화해하곤 했다. 나는 여전히 그를 많이 존중한다"라면서 "만약 내일이라도 무리뉴 감독을 본다면 꼭 안아주겠다. 언젠가 앉아서 그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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