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2)이 토트넘 홋스퍼를 떠나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사실상 뜬구름 잡는 소리에 가깝지만, 일단 팬들은 반기고 있다.
손흥민의 바르셀로나 이적설은 지난 11일(한국시간) 처음 나왔다. 스페인 '엘 나시오날'은 "바르셀로나는 토트넘에서 갈락티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런던에 있는 데쿠 디렉터가 토트넘과 작별하고 무료로 바르셀로나에 도착할 수 있도록 하는 협상을 펼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손흥민이었다. 매체는 "바르셀로나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자유 계약(FA) 신분이 되는 스타들을 관찰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손흥민이다. 그는 사실상 토트넘과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이며 10시즌 동행을 끝으로 작별인사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손흥민이 무관 탈출을 위해 바르셀로나의 손을 잡을 것이란 이야기였다. 엘 나시오날은 "손흥민은 런던에서 토트넘과 프리미어리그(PL)의 전설이 됐고, 지구상 최고 수준의 공격수 중 한 명이 됐다.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박지성이나 가가와 신지를 능가하는 아시아 역대 최고의 선수로 평가된다. 비록 그가 선수 생활 동안 어떤 우승 트로피도 따내지 못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게 바로 손흥민이 새로운 모험을 시작하고 싶은 이유"라고 주장했다.
이어 매체는 "바르셀로나는 손흥민이 캄프 누에서 트로피를 두고 싸울 것이라고 보장할 수 있다. 그는 엘리트 무대에서 놀라운 경험뿐만 아니라 공격진에서 어떤 포지션이든 뛸 수 있는 능력 덕분에 플릭 감독의 계획에서 매우 중요한 선수가 될 수 있다. 게다가 그는 놀라운 신체적, 기술적 능력까지 지녔다"라고 강조했다.
손흥민의 마케팅 효과에도 주목했다. 매체는 "손흥민은 바르셀로나의 깜짝 영입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이미 데쿠가 영국에서 협상 중"이라며 "손흥민 영입은 바르셀로나의 마케팅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의 합류는 스포츠적 관점뿐만 아니라 마케팅 관점에서도 매우 흥미롭다. 아시아 시장은 아직 개척해야 할 세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바르셀로나 소식을 전하는 '카르페타스 블라우그라나스'도 다음날 같은 이야기를 내놨다. 매체는 "데쿠 바르셀로나 스포츠 디렉터는 스타와 계약했다. 토트넘에서 FA로 내년에 가장 주목할 만한 영입이 도착할 것"이라며 "런던 소식통에 따르면 데쿠는 이미 글로벌 스타를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그는 계약 만료를 앞둔 손흥민을 확보하기 위해 토트넘과 협의 중이라고 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매체는 "손흥민은 토트넘의 가장 뛰어난 선수이자 PL의 아이콘 중 한 명이다. 그는 런던에서 수년간 핵심으로 활약하며 팬들의 존경을 받고 있고, 아시아 축구의 위대한 전설이 됐다. 그러나 타이틀 획득에 대한 열망은 그를 새로운 도전으로 이끌고 있다. 바르셀로나는 매우 매력적인 선택지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카르페타스 블라우그라나스는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매체는 "데쿠는 최대한 빨리 계약을 마무리하고 싶어 한다. 손흥민은 실력뿐만 아니라 마케팅 부분에서도 매우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아시아 시장은 바르셀로나가 한동안 원했던 엄청난 상업적 기회"라며 "손흥민은 여러 공격 포지션에서 뛸 수 있기에 한지 플릭 감독이 축구하는 플레이 스타일에 이상적이다. 그는 경험과 속도, 기술적인 능력을 갖췄다. 바르셀로나가 시급히 필요로 하는 플러스를 제공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매체는 "손흥민과 계약은 매우 진전됐다. 데쿠는 손흥민이 빠르게 합류할 수 있도록 내년 여름이 되기 전에 토트넘과 계약을 종료하길 희망한다"라며 "손흥민의 합류는 클럽의 새로운 사이클 시작을 의미할 것이다. 바르셀로나는 수년간 재정적 문제를 겪은 끝에 다시 싸울 준비가 된 것 같다. 라 마시아의 유소년 선수들과 손흥민처럼 베테랑 선수들로 구성된 스쿼드는 유럽에서 경쟁력을 발휘하는 데 필요한 모든 걸 갖추고 있을 것"이라고 흥분했다.
여기에 '카탈루냐 라디오'까지 손흥민 영입설을 보도했다는 소식이 등장했다. 바르셀로나 팬 계정 '요르단 알론소(Jordan Alonson)'는 13일 "바르셀로나는 손흥민을 내년에 FA로 영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 플릭 감독은 그의 합류를 환영할 것"이라며 카탈루냐 라디오를 인용했다고 밝혔다.
손흥민이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을 수 있다는 놀라운 이야기는 뜨거운 관심을 받았고, 소셜 미디어에서 빠르게 퍼져나갔다. 신뢰도가 낮은 엘 나시오날이나 카르페타스 블라우그라나스와 달리 공신력 있는 카탈루냐 라디오 인용이라는 점도 팬들의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충격적인 소식이 으레 그렇듯 해프닝에 불과했던 것으로 보인다. 알론소의 계정 설명을 보면 '세계 최고의 클럽 바르셀로나에 관한 개인적인 의견과 유머(특히 유머)'라고 적혀 있다. 그의 게시글에 신뢰도는 전혀 없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알론소도 손흥민의 바르셀로나 이적설은 단순한 상상일 뿐이라고 직접 밝혔다. 그는 뉴스 내용을 찾는 말에 "글쎄. 난 손흥민이 바르셀로나를 선택할 수 있다고 상상해서 그랬다"라고만 답했다. 그러자 다른 팬은 "하지만 뉴스에서는 아무 말도 없다"라며 이마를 치는 이모지를 올렸다.
결론적으로 카탈루냐 라디오가 손흥민과 바르셀로나가 협상 중이라고 보도했다는 주장은 거짓일 가능성이 크다. 손흥민과 바르셀로나를 좋아하는 한 팬이 상상으로 쓴 글에 가까워 보인다.
그럼에도 바르셀로나 팬들은 생각지도 못한 영입설에 기뻐하고 있다. 팬들은 "물론 이상적인 영입은 아니다. 하지만 손흥민은 여전히 엄청난 선수고, 매우 다재다능하다. 페란 토레스의 좋은 대체자가 될 것", "현실로 이뤄진다면 정말 기쁠 것이다. 내 소원이다", "손흥민 같은 선수가 온다면 정말 행복할 것이다. 그가 오도록 기도하겠다. 지난 시즌 바르셀로나 선수 중 그 누구도 지난 3년간 손흥민보다 훨씬 뛰어나지 않았다"라며 반색했다.
손흥민이 바르셀로나에 합류하면 곧바로 핵심 자원으로 활약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일각에서는 그의 나이를 이유로 의심하는 댓글도 있었지만, "좋은 선택이다. 손흥민은 모든 바르셀로나 윙어보다 낫다. 라민 야말도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손흥민은 모든 공격 포지션에서 뛸 수 있다. 좋은 옵션", "만약 손흥민이 온다면 난 올해 가장 기쁜 사람이 될 것이다. 제발" 등의 댓글이 눈에 띄었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바르셀로나로서도 손흥민은 매력적인 선택지다. 하피냐가 맹활약을 펼치고 있긴 하나 2007년생 초신성 라민 야말은 출전 시간 관리가 필요하고, 페란은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안수파티도 장기 부상을 겪으며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비-유럽연합(Non-EU) 쿼터에도 여유가 있는 만큼 무료로 데려올 수만 있다면 손흥민을 거절할 이유가 없다.
이처럼 손흥민의 거취를 둘러싼 여러 소문이 나오는 건 재계약 소식이 없기 때문이다. 토트넘과 10시즌째 동행 중인 손흥민은 2024-2025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된다. 당장 8개월 후면 토트넘을 떠날 수 있게 되는 것.
다만 토트넘 측에서 손흥민의 계약을 1년 연장할 수 있는 옵션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현지에서는 토트넘이 새로운 계약을 제안하는 대신 1년 옵션만 발동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손흥민이 내년 여름 이적료를 남기고 토트넘을 떠나거나 2026년 FA로 이적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실제로 손흥민은 토트넘과 재계약 이야기가 전혀 없었다고 직접 밝혔다. 그는 지난달 카라바흐전을 앞두고 "아직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내게는 아주 분명하다"라며 "난 이번 시즌에 매우 집중하고 있다. 이 나이에는 매 순간이 목표와 같다. 특히 이번 시즌엔 많은 대회에 출전하기 때문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클럽 모두가 받아 마땅한 우승을 차지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미래가 불투명한 손흥민은 앞서 또 다른 라리가 강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사우디아라비아 알 이티하드 이적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제는 '스페인 거함' 바르셀로나와도 연결된 상황. 토트넘이 앞으로도 손흥민과 재계약에 미적지근한 태도를 취한다면 그를 둘러싼 소문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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