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전설' 알렉스 퍼거슨 경을 앰버서더 자리에서 물러나게 했다.
영국 '메트로'는 16일(한국시간) "에릭 칸토나는 퍼거슨 경과 계약을 해지한 맨유를 두고 '수치스럽다'고 맹비난했다"라고 보도했다.
퍼거슨 경은 맨유 역사상 최고의 감독이자 프리미어리그(PL)를 대표하는 명장 중 한 명이다. 그는 1986년 맨유 지휘봉을 잡은 뒤 2013년까지 무려 26년 넘게 맨유를 지휘했다.
이때가 맨유의 최전성기였다. 퍼거슨 경은 맨유를 이끌고 PL 13회, FA컵 5회, 리그컵 4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2회 등 무려 38번이나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1998-199시즌에는 잉글랜드 팀 최초로 트레블을 달성하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트레블 업적은 2022-2023시즌 맨체스터 시티가 합류하기 전까지는 맨유가 유일했다.
퍼거슨 경은 PL에서만 810경기를 지휘했고, 528승을 거두며 올해의 감독상만 11번을 손에 넣었다. 지난 3월에는 아르센 벵거 전 아스날 감독과 나란히 명예의 전당에도 이름을 올렸다. 라이언 긱스, 데이비드 베컴, 로이 킨, 웨인 루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폴 스콜스, 리오 퍼디난드, 박지성, 칸토나, 니키 버트 등 수많은 전설들과 영광을 함께했던 퍼거슨 경이다.
퍼거슨 경은 은퇴 후에도 구단 글로벌 홍보대사와 디렉터로 활동하며 맨유와 인연을 이어왔다. 맨유의 홈 구장인 올드 트래포드에서도 그의 얼굴을 자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맨유는 이제 퍼거슨 경과 계약을 끊기로 결정했다. 이유는 바로 비용 절감. 그에게 매년 지급하고 있는 200만 파운드(약 35억 원)를 아끼겠다는 것이다. 메트로는 "맨유는 비용 절감 조치의 일환으로 퍼거슨 감독과 앰버서더 계약을 해지했다. 구단은 시즌 말까지만 계약금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맨유의 새로운 공동 구단주가 된 INEOS 그룹의 짐 랫클리프 경이 퍼거슨 경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더 선'은 "퍼거슨 경은 2013년 은퇴 직후 곧바로 맨유와 글로벌 앰버서더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10년 동안 유지되어 온 계약은 랫클릿프 경에 의해 파기됐다. 그는 직접 퍼거슨 경을 만나 더 이상 급여를 받을 수 없다고 통보했다. 퍼거슨 경은 아무런 감정 없이 우호적으로 이를 받아들였다"라고 설명했다.
랫클리프 경은 지난해 연말 맨유 지분을 부분 인수하며 공동 구단주가 됐다. 이후 그는 비용 절감에 힘쓰고 있다. 맨유는 이미 250개의 일자리를 줄임으로써 연간 1000만 파운드(약 177억 원)의 지출을 줄였다. 또한 친구와 가족을 위한 티켓, 경기장 무료 교통편, 경기 전 식사 등 직원들의 복리후생도 일부 없앤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맨유의 상징이자 역사인 퍼거슨 경과 계약까지 해지하는 선택은 팬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더 선에 따르면 맨유 팬들은 "에릭 텐 하흐 감독보다 퍼거슨 경을 먼저 해고했다니 믿기지 않는다", "뭐라고? 퍼거슨 경에게 너무나 무례한 행동이다", "맨유의 모든 장점은 다 퍼거슨 경 덕분이다. 그는 숨을 쉴 때마다 대가를 받을 자격이 있다", "명백히 어리석고 무례한 일이다. 그는 PL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감독이다" 등의 비판 댓글을 남겼다.
퍼거슨 경의 지도를 받았던 '악동' 칸토나도 가만 있지 않았다. 그는 소셜 미디어에 퍼거슨 경과 함께 찍은 사진을 게시하며 "퍼거슨 경은 죽는 날까지 클럽에서 그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존경이 부족하고, 너무나 수치스럽다. 퍼거슨 경은 영원히 내 보스일 것이다. 그들을 똥통에 넣어버리겠다!"라고 분노했다.
퍼디난드도 "퍼거슨 경이 이렇게 쫓겨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 맨유에선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 누가 쫓겨나도 이상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INEOS 그룹이 클럽의 누군가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내는 건가?"라며 고개를 저었다.
게다가 선수 영입에 돈을 아끼지 않던 맨유이기에 이번 행보가 더욱 충격적이다. 맨유는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만 조슈아 지르크지, 레니 요로, 마테이스 더 리흐트, 누사이르 마즈라위, 마누엘 우가르테를 영입하며 1억 9000만 파운드(약 3367억 원)를 지출했다. 2022년 텐 하흐 감독이 부임한 이후 쓴 이적료는 무려 6억 파운드(약 1조 631억 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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