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이 다시 한번 폭탄 발언을 이어갔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는 15일(이하 한국시간) 중국 칭다오의 칭다오 청소년 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26년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C조 4차전에서 중국에 1-2로 패했다.
대회 첫 패배를 기록한 인도네시아는 승점 3(3무 1패)으로 조 5위 자리를 유지했다. 하지만 3연패에 빠져 있던 중국의 첫 승 제물이 되면서 최하위 중국과 승점이 같아졌다.
월드컵 본선 직행에 빨간불이 켜진 인도네시아다. 인도네시아는 앞서 사우디라아비아, 호주, 바레인과 연달아 비기며 저력을 보여줬지만, 아쉽게도 승리가 없었다. 여기에 중국에까지 패하면서 고개를 떨궜다.
이번 월드컵부터는 3차 예선 각 조 1·2위 팀이 본선에 직행한다. 인도네시아의 첫 월드컵 본선 자력 진출을 위해선 조 1위를 달리고 있는 일본에 이어 2위 자리를 차지하는 게 그나마 현실적이다. 그러려면 사우디와 호주 등 쟁쟁한 팀들과 경쟁에서 이겨내야 한다.
경기 전까지 패배가 없던 인도네시아는 최악의 분위기인 중국을 상대로 흐름을 주도했다. 하지만 아쉬운 집중력으로 먼저 실점을 내줬다. 전반 21분 인도네시아 수비가 공이 나갈 것이라고 판단해 멈칫했지만, 중국 장 성룽이 투지를 발휘해 공을 살려냈다. 이를 베람 압두웨리가 마무리하며 선제골을 터트렸다.
중국은 안방에서 열린 경기지만, 이른 시간부터 잠그기에 나섰다. 신장이 크지 않은 인도네시아 선수들로서는 마음 먹고 내려선 중국의 수비벽을 뚫기 쉽지 않았다.
여기에 전반 막판 추가 실점까지 허용하고 말았다. 전반 44분 인도네시아 수비가 적극적으로 달려들었다가 뒷공간을 노출했다. 가오 준위가 이 사이로 롱패스를 찔러넣었고, 패스를 받은 장 위닝이 침착하게 득점하며 2-0을 만들었다.
후반에도 반전은 없었다. 인도네시아는 중국의 두 줄 수비를 좀처럼 공략하지 못했다. 후반 40분 프라타마 아르한의 롱 스로인 덕분에 톰 하예가 만회골을 넣긴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결국 인도네시아는 중국 원정에서 예상치 못한 일격을 맞으며 승리했다면 조 2위로 올라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경기 후 신태용 감독은 "일단 중국 팀에 축하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우리도, 중국도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중국이 더 간절했나 싶다. 우리 선수들도 졌지만, 최선을 다했고 좋은 경기를 펼쳤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다음에 더 잘 준비해서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다음을 기약했다.
가장 뼈아픈 부분은 역시 선수들의 순간 집중력. 신태용 감독은 "첫 번째 실점도 두 번째 실점도 볼에 대한 집중력이 (아쉬웠다). 첫 실점 때 조금만 더 집중했으면 그런 골은 쉽게 주지 않았을 것이다. 아쉽다. 두 번째 실점도 볼 컨트롤을 실수했을 때 우리 공으로 가져올 수 있었으면 실점하지 않았을 것이다. 볼에 더 집착하고, 우리 볼로 가져올 수 있도록 강하게 싸워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중국 미디어는 인도네시아의 경기력이 중국보다 좋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오늘 경기는 보시다시피 7:3, 후반에는 8:2 정도로 우세했다. 전체적으로 골운이 따르지 않아서 패배했지만, 나머지는 중국을 압도했다. 홈에서는 더 좋은 경기해서 승리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라며 경기력은 더 좋았다고 반박했다.
신태용 감독은 수위 높은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인도네시아가 중국 역습에 고전했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2실점하고 졌기 때문에 무슨 변명을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국 축구가 이렇게 '똥볼축구'하는지는 잘 몰랐다"라고 소신발언을 내놨다. 중국이 깊게 내려앉아 공을 뻥뻥 차대기만 하는 이른바 '뻥 축구'를 했다는 것.
이어 신태용 감독은 "물론 우리도 대비했지만, 마지막에 우리 선수가 공이 나가는 줄 알고 기다렸다가 실점한 게 결정적이었다. 다음번엔 이런 플레이를 하는 팀이라면 우리가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 잘 준비해야겠다는 생각뿐"이라며 홈에서 복수를 다짐했다.
이날 신태용 감독은 전반에만 교체 카드를 3장 활용했다. 그는 "전반에 교체를 3명 했는데 2명이 수비였다. 한 명은 발목을 다쳐서 교체할 수밖에 없었고, 다른 한 명은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판단해서 교체했다"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신태용 감독은 "바레인전에서는 볼소유가 약해서 왜 그렇게 준비했는지 반성했다. 중국에 오자마자 이틀간 중국과 어떤 경기를 할지 훈련했다. 선수들은 100% 이행해줬고, 오늘 원하는 플레이를 잘했다. 다만 골운이 따르지 않아 패배했다. 다음에는 좋은 경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한편 신태용 감독은 지난 바레인전을 마친 뒤에도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11일 바레인 원정 경기에서 2-2로 비겼다. 선제골을 내준 뒤 두 골을 몰아치며 경기를 뒤집었지만, 후반 추가시간 9분 통한의 동점골을 내주며 다 잡은 승리를 놓쳤다.
경기 후 심판 판정이 큰 논란을 샀다. 주어진 추가시간은 6분이었지만, 주심은 8분이 넘어가도록 종료 휘슬을 불리지 않았기 때문. 경기 후 신태용 감독은 "주심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이 더 발전하려면 왜 그런 판정이 자꾸 나오는지 (생각해야 한다). 너무 이상한 판정"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한 기자는 인도네시아 측이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신태용 감독은 "직접 경기를 안 봐서 묻는지 모르겠지만, 직접 본 분들은 다 알 것이다. 중계로 본 사람들도 느낄 것이다. 추가시간이 6분이었다. 훨씬 더 많이 진행하는 건 잘못된 일이다. 우리 선수들은 그냥 부딪혀도 반칙이고, 상대는 매 경기 왜 그냥 지나가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라고 분노했다.
인도네시아 팬들도 "90+6=99. 돈 돈 돈 돈" , 다른 한 팬은 "이건 불공평하다. AFC 마피아다"라며 항의했다. 중동 출신 주심이 바레인 국적 셰이크 빈 이브라힘 알 칼리파 AFC 회장의 영향을 받아 편파 판정을 내렸다는 추측도 나왔다. 일단 인도네시아 축구협회(PSSI)는 FIFA에 공식적으로 항의 서한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finekosh@osen.co.kr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FC, 인도네시아 대표팀 소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