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가을 LA 다저스에서 가장 잘 치는 타자는 오타니 쇼헤이도 무키 베츠도 프레디 프리먼도 아니다. 시즌 도중 트레이드로 합류해 복덩이로 거듭난 한국 국가대표 출신 ‘현수’다.
토미 에드먼은 지난 1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뉴욕 메츠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7전 4선승제) 2차전에 6번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 2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팀이 3-7로 패하며 시리즈 1승 1패 동률이 된 가운데 타선에서 홀로 분전했다.
에드먼은 2회말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메츠 선발 션 마네아 상대로 중전안타를 치며 3안타쇼의 서막을 열었다. 이어 키키 에르난데스가 볼넷을 골라내며 2루로 이동했지만, 후속타 불발로 득점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4회말 2사 후 우익수 뜬공으로 숨을 고른 에드먼은 1-6으로 뒤진 6회말 1사 만루 찬스에서 등장, 필 메이튼을 만나 추격의 2타점 적시타를 쳤다. 0B-2S 불리한 카운트에서 가운데로 몰린 느린 커브를 잡아당겨 우익수 앞으로 향하는 안타를 만들어냈다.
에드먼은 이에 그치지 않고 8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라인 스타넥 상대 중전안타를 때려내며 3안타를 완성했다. 이번에는 맥스 먼시의 볼넷 때 2루로 이동한 뒤 더블스틸로 3루에 도달했지만, 키케 에르난데스가 우익수 뜬공에 그치며 역시 홈을 밟지 못했다.
에드먼은 3안타 맹타에 힘입어 포스트시즌 타율을 2할5푼에서 3할3푼3리(24타수 8안타)로 대폭 끌어올렸다. 타율 2할7푼3리의 프리먼을 끌어내리고 팀 내 포스트시즌 타율 1위로 올라선 순간이었다. 이번 가을 간판타자 오타니가 타율 2할2푼2리, 베츠가 1할9푼2리, 윌 스미스가 8푼7리로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에드먼 만큼은 하위 타선에서 꾸준히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소속이었던 에드먼은 지난 7월 30일 세인트루이스, 시카고 화이트삭스, 다저스간의 삼각 트레이드가 성사되면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의 절대 강자이자 우승 후보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다.
에드먼은 작년 10월 오른쪽 손목 수술을 받은 뒤 재활 훈련 도중 발목을 다치며 빅리그 복귀가 늦어졌다. 7월 말 트레이드 이후 8월 20일이 돼서야 다저스 데뷔전이자 시즌 첫 경기가 성사됐고, 빠르게 새 팀에 적응하며 37경기 타율 2할3푼7리 6홈런 11타점 6도루 20득점으로 팀의 서부지구 1위 확정에 기여했다. 9월 중순 연일 맹타를 휘두르며 한때 시즌 타율 3할1리를 마크하기도 했다.
세인트루이스 시절 2019년부터 4년 연속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은 에드먼은 이번 가을 그 때의 경험을 살려 다저스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7경기 타율 3할3푼3리 4타점 3도루 활약과 함께 수비에서도 중견수를 맡다가 미겔 로하스의 부상으로 유격수로 이동해 공백을 메우는 모습이다. 골드글러브 수상자인 에드먼은 1루수와 포수를 제외한 전 포지션이 가능한 만능 유틸리티 플레이어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에 따르면 에드먼은 경기 후 “오타니, 베츠, 프리먼 등 MVP 트리오를 비롯한 호화 라인업에 내 이름을 올리고, 이들을 위해 누상에 나갈 수 있는 건 매우 특별한 일이다. 이런 라인업에서 내가 무언가에 기여할 수 있어 기쁘다”라고 우승 후보 다저스의 일원으로서 가을야구를 치르는 소감을 전했다.
에드먼이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한 이유는 그가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한국 야구대표팀을 위해 뛰었기 때문이다.
에드먼은 1995년 한국인 어머니 곽경아 씨와 대학야구 코치인 아버지 존 에드먼 사이에 2남 1녀 중 둘째로 태어난 한국계 선수다. 풀네임은 토마스 현수 에드먼으로, 미들 네임에 한국 이름인 현수를 사용한다.
순혈주의를 외쳤던 KBO는 2023년 이를 깨고 현재 국적과 관계없이 부모 또는 조부모의 혈통, 출생지로 국적을 결정할 수 있는 WBC 출전 규정에 따라 에드먼을 전격 국가대표로 발탁했다.
에드먼은 당시 대표팀 유니폼에 미들네임을 살려 영문명 EDMAN 앞에 TOMMY HYUNSOO의 앞 글자를 딴 TH를 새기며 한국인의 정체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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