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플레이오프 1~2차전을 잡고 한국시리즈에 한걸음만 남겨놓았다. 그러나 2경기 연속 ‘캡틴’ 구자욱(31)은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지 못했다. 2루 도루 과정에서 무릎 내측 인대 미세 손상이 발견돼 3~4차전에는 출장이 어려워졌다.
삼성은 15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치러진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포스트시즌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2차전에서 홈런 5방 포함 장단 14안타를 폭발하며 10-5 승리를 거뒀다.
김헌곤이 5회, 7회 연타석 투런 홈런을 폭발한 가운데 김영웅도 2회 결승 솔로포로 포스트시즌 데뷔 2경기 연속 홈런을 터뜨렸다. 르윈 디아즈도 6회 솔로포, 7회 솔로포로 연타석 아치를 그리며 1~2차전에서 총 3개의 홈런을 폭발했다.
화끈한 장타로 삼성의 승리 공식이 1~2차전에 이어졌지만 달갑지 않은 일도 이어졌다. 1차전에서 어지럼증과 구토 증세로 경기를 마친 뒤 병원 이동했던 구자욱이 이날 2차전도 불의의 무릎 부상으로 경기 도중 병원에 간 것이다.
3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장한 구자욱은 1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LG 좌완 선발 손주영의 3구째 몸쪽에 들어온 커브를 잡아당겨 우익수 오른쪽에 떨어지는 안타로 연결했다. 이어 디아즈 타석에서 2구째 스타트를 끊어 2루 도루에 성공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부상이 발생했다. 베이스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구자욱의 왼쪽 무릎이 충격이 왔다. 구자욱은 그대로 뒤로 넘어지며 왼쪽 무릎을 잡고 통증을 호소했다.
삼성 구단 트레이너가 나와 상태를 살폈고, 구자욱은 2루 주변을 걸으면서 통증을 다스렸다. 교체되지 않고 2루에 남았지만 통증이 계속 이어졌다. 2루에서 계속 불편한 모습을 보인 구자욱이었지만 계속된 2사 2루에서 디아즈가 손주영의 6구째 직구를 밀어쳤다.
빗맞은 타구가 좌익수와 유격수 사이에 떨어지는 2루타가 되면서 구자욱이 2루에서 3루를 지나 홈까지 들어왔다. 무릎 통증으로 제대로 뛸 수 없는 상태로 다리를 절뚝이며 2루에서 홈까지 무려 투베이스를 달렸다. 눈물겨운 투혼으로 1-1 동점 득점을 올린 것이다.
힘겹게 홈에 들어온 구자욱은 트레이너의 부축을 받아 덕아웃 뒤로 빠져나갔다. 삼성은 2회초 수비를 앞두고 구자욱을 보호 차원에서 교체됐다. 구자욱의 3번 타순에 이성규가 들어오며 우익수로 들어갔고, 우익수 김헌곤이 좌익수로 자리를 옮겼다.
구자욱은 대구 SM영상의학과의원으로 이동해 상세 검진을 받았다. 삼성 구단은 "MRI(자기공명영상) 검사 결과 좌측 무릎 내측 인대 미세 손상 소견이다. 3~4차전은 출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구자욱의 상태를 알렸다. 삼성으로선 1~2차전 모두 압도적 화력으로 연승을 거뒀지만 구자욱의 부상이라는 큰 손실로 인해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구자욱으로선 잔인한 가을이다. 지난 13일 열린 PO 1차전에서 구자욱은 3회 결정적인 스리런 홈런 포함 4타수 3안타 3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삼성의 10-4 선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어지럼증에 따른 구토 증세를 보여 경기 후 MVP 포토 타임과 인터뷰를 생략한 채 야구장을 떠났다.
병원에 가서 수액을 맞고 안정을 취한 구자욱은 14일 열릴 예정이었던 2차전이 우천으로 하루 연기되면서 재충전 시간을 가졌다. 우천 취소되기 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구자욱은 "지금 몸 상태는 괜찮아진 것 같다. 어제 경기 전부터 두통이 왔는데 최대한 쉬면서 경기했다. 몸이 안 좋다 보니 긴장할 겨를이 없었다. 원래 편두통이 있는 편이다. 팀에 피해를 줄까 걱정이 많았다"며 "걱정하실 정도로 몸 상태가 안 좋은 건 아니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다”고 안심시켰다.
하루 푹 쉬고 이날 2차전을 맞이했지만 한 타석 만에 불의의 부상으로 2경기 연속 병원으로 이동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했다. 구자욱 없이 3~4치전을 치러야 할 삼성의 서울행 발걸음도 무거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