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팀 모두 편하다".
KIA 타이거즈 2년차 좌완 곽도규는 말 그대로 겁없는 스무살 투수이다. 작년 2차 5라운드에서 낙점을 받았다. 오버스로에서 팔을 내리고 스리쿼터 투구폼으로 바꾸었다. 퓨처스에서 개막을 맞이했으나 두둑한 배짱에 화끈하면서도 까다로운 볼을 던진다는 평가를 받았고 데뷔 기회도 주어졌다.
1군에서 14경기 던졌다. 11⅔이닝 평균자책점 8.49를 기록했다. 5월에는 최고 152km짜리 공을 뿌려 놀라게했다. 140km초반에서 상당한 스피드업을 이루었다. 삼진은 14개를 뽑아낸 반면 10볼넷 2사구의 제구가 숙제였다. 시즌을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가 시애틀의 드라이브라인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피칭에 대한 전반적인 개념을 인식했다.
2024시즌 개막 1군 엔트리에 승선했다. 필승조는 아니었다. 개막 초반 압도적 구위를 과시하던 최지민이 시즌을 지나면서 제구가 흔들리며 필승조 자리에서 이탈했다. 그 자리를 곽도규가 메웠다. 올해 71경기 4승2패2세이브16홀드, 평균자책점 3.56의 우등 성적이었다. 55⅔이닝동안 64개의 삼진을 뽑았고 34개 볼넷을 내주었다.
독특한 투구폼으로 벼락처럼 던지는 볼로 상대를 제압했다. 팀 경기의 절반에 이르는 등판횟수는 공동 7위에 올랐다. 그만큼 기여도가 높았고 확실한 필승조의 일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좌타자 피안타 1할8푼2리로 강했다. 우타자를 상대로도 2할4푼1리로 경쟁력을 보였다.
곽도규는 미국에서 훈련에서 실마리를 찾았다고 밝혔다. "드라이브라인에서 훈련하면서 야구를 보는 시야가 달라졌다. 투구에 대한 생각이 정립이 됐다. 변화구도 하나 장착했다. 피칭터널에 대해 공부를 했다. 예전에 그냥 던졌던 공들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배웠다. 그 가치가 뚜렷하게 보였다"고 말했다.
올해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있었다. 이범호 감독이 살떨리는 개막전 홀드상황에서 기용한 것이다. 5-7로 추격당한 6회초 2사1루에서 좌타자 송성문을 상대로 투심을 던져 루킹삼진으로 이닝을 마쳤다. 데뷔 첫 홀드였다. "올해 개막전부터 달랐다. 작년에는 야구장 출근해도 경기 던질까 의문이 많았다. 그냥 앉아만 있는 투수였는데 감독님이 홀드상황에 내보내주셨다. 그래서 자신있게 던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시즌 아쉬운 점도 있었다. "경기수 대비해 이닝을 많이 못했다. 볼넷은 내 투구폼에서 나오는 어절 수 없는 세금이다. 수치상 발전이 크다고 말하지 못했갰지만 터무니없는 볼넷이 적은 것이 작년보다는 나아진 것이다"며 조리있게 설명했다. 그의 설명대로 스트라이크존을 크게 벗어나는 볼넷이 확실히 적어졌다.
영어를 잘하는 선수로 알려져있다. 제임스 네일과 에릭 라우어와도 자주 어울리며 야구관의 깊이를 더한다는 점이다. "지명 못받으면 돈을 벌어야해서 영어공부를 했다. 잘하는 것은 아니다. 가끔 외인들과 저녁도 한다. 특히 경기 끝나고 서로 자기 느낌을 이야기했다. 네일도 라우어도 야구에 진심이다. 경기를 평가하면서 생각이 정리되는 이야기를 한다"며 웃었다.
입단 2년만에 정규리그 우승과 함께 한국시리즈 무대에 오른다. 한국시리즈 지난 9일 상무와의 연습경기에 등판해 쾌조의 투구를 했다. 투심이 151km까지 찍었다. 슬라이더 같은 커브도 위력적이었고 체인지업도 구사했다. 존재감은 더욱 중요해졌다. LG와 삼성 타자들에게 모두 강했다. LG전은 10경기 2홀드, 평균자책점 1.17, 삼성전은 11경기 1승2홀드 평균자책점 0.96를 기록하고 있다.
"두 팀은 다 편하다. 시리즈 준비는 큰 것이 없다. 외부 시선보다는 나에게 집중할 것이다. 평상시처럼 내 루틴을 확실하게 가져가면 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자신의 생각을 조리있게 설명하고 야구에 대한 가치관도 뚜렸했다. 20살이 아닌 베테랑같은 담대함을 보였다. 무서울 것 없는 영건이 시리즈에서 일을 낼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