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지난 3일부터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훈련을 시작했다. 정규시즌 종료 직후 3일만 쉬고 야구장에 나와 4일 훈련, 1일 휴식 일정으로 움직이고 있다. 시즌 중 취임해 위기의 팀을 수습했지만 8위로 가을야구가 좌절된 김경문 감독은 “시즌이 일찍 끝난 팀은 뭔가 부족하고, 약한 게 있으니 일찍 끝난 것이다. 포스트시즌에 못 올라갔으니 지금부터 더 많이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풀시즌을 뛴 고참 선수들은 오전에 수비, 주루, 팀플레이 훈련을 한 뒤 오후 타격 훈련은 생략하며 컨디셔닝과 회복에 집중했다. 하지만 3번째 턴부터는 후배 선수들과 똑같은 훈련 스케줄로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주장’ 채은성(34)도 예외는 아니다.
채은성은 “LG 시절 어릴 때 이후 이렇게 일찍 (마무리) 훈련하는 건 처음이다. 말하지 않아도 우리가 부족한 게 뭔지 잘 알고 있다. 나도 그렇고, 선수 개개인이 모두 아쉬운 것들이 많다. 감독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부족한 것을 채워나가야 하는 시간이다. 힘들 수 있어도 내년에 성적을 내기 위해선 각자 목표를 갖고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 지금 그렇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전에서의 훈련은 내달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까지 이어진다. 풀타임 시즌을 소화한 고참들은 주로 국내에 남아 잔류 훈련을 하기 마련인데 한화는 주장 채은성도 참가한다. 그는 “주축으로 뛰었던 선수들도 거의 다 간다”며 “개인적으로 보완해야 할 것들이 있다. 올해 업다운이 너무 심했다. 그걸 줄이기 위해 문제점을 찾고 보완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채은성은 올 시즌 124경기 타율 2할7푼1리(436타수 118안타) 20홈런 83타점 OPS .814로 기록상 괜찮은 시즌을 보냈다. 그러나 시즌 초반 손가락과 허리 부상 여파로 두 차례 이탈하면서 타격 슬럼프가 오래 갔다. 전반기 64경기 타율 2할3푼2리(237타수 55안타) 6홈런 38타점 OPS .652로 부진했다.
하지만 후반기 60경기 타율 3할1푼7리(199타수 63안타) 14홈런 45타점 OPS 1.004로 반등하면서 시즌 평균 성적을 맞췄다. 그러나 채은성은 “최종 기록을 보면 작년보다 나은 부분도 있지만 야구는 언제 잘하느냐가 중요하다. 중요한 시기에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못하려고 마음먹는 사람은 없겠지만 시기상 잘 안 맞은 게 개인적으로 아쉬웠다”고 돌아봤다.
4월 한 달간 채은성은 손가락 부상이 겹쳐 1할대(.188) 타율에 허덕였고, 한화도 월간 성적 6승17패(승률 .261)로 무너졌다. 채은성과 한화 팀 모두 여름에 무서운 상승세를 탔지만 결국 4월에 까먹은 것을 극복하지 못했다. 이에 채은성도 기복을 줄이고 꾸준함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마무리캠프 기간에 찾으려고 한다.
다른 팀들이 만원 관중 속에서 가을야구에 한창인 지금, 관중 하나 없는 구장에서 훈련하는 게 달가울 선수는 없다. LG 시절 가을야구를 6번이나 경험한 채은성은 “2년 연속 가을야구에 못 나간 것은 오랜만이다. 가을야구의 짜릿함을 알기 때문에 더욱 아쉽다. 한화 선수들과도 같이 해보고 싶다. 그런 시기가 올 것이다”고 기대했다.
채은성은 내년에도 한화 주장을 계속 맡을 예정이다. 올 시즌 개인적으로도 힘든 해였지만 다른 누군가에게 무거운 짐을 떠넘기기 싫어 끝까지 떼지 않은 완장이다. 한화 팀 내에서 그만큼 채은성의 책임감과 리더십을 높이 평가한다. 지난달 은퇴식에서 정우람도 채은성에게 “지금처럼 후배들의 큰 울타리가 되어주길 바란다”고 부탁하기도 했다.
채은성은 “주장이 힘들긴 한데 한 번 해보니 어떤 건지 알겠다. 우람이 형 말대로 후배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게 고참의 역할이니 잘 이끌어가야 한다”며 “작년보다 8승 더 했다. 팀이 조금씩 올라오는 게 보이는데 가을야구에 못 나간 건 우리가 갖고 있는 게 약했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상황에서 이겨낼 수 있는 힘을 모아야 한다. 지금부터 마무리캠프까지 그런 분위기를 다지는 시간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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