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DB가 구단 역사 최초로 KBL 컵대회 정상에 올랐다.
원주 DB는 13일 오후 2시 충북 제천체육관에서 열린 2024 DB손해보험 KBL 컵대회 in 제천 결승전에서 수원 KT를 77-67로 제압하고 챔피언이 됐다.
이로써 DB는 처음으로 컵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3년 전 준우승의 아쉬움을 씻어냈다. KT는 2022년 이후 컵대회 두 번째 우승을 노렸지만, DB에 막히며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동시에 DB는 컵대회 최초로 조별리그에서 패배하고도 우승한 팀이 됐다. DB는 조별리그에서 서울 SK와 두 차례 맞붙어 1차전 107-81 승리, 2차전 75-84 패배를 기록하며 1승 1패로 4강 토너먼트에 올랐다.
DB는 4강에서 울산 현대모비스를 81-75로 격파하며 결승 무대를 밟았다. 선수들이 고른 활약을 펼치며 홀로 28점을 몰아친 숀 롱의 현대모비스를 돌려세웠다. 그리고 DB는 결승에서도 대구 한국가스공사를 누르고 올라온 KT를 잡아내며 왕좌에 앉았다.
DB는 이관희, 김영현, 김종규, 이선 알바노, 치나누 오누아쿠로 베스트 5를 꾸렸다. KT의 선발 라인업은 하윤기, 한희원, 허훈, 문성곤, 레이션 해먼즈였다.
초반부터 DB가 빠르게 치고 나갔다. 오누아쿠와 김종규의 자유투 득점, 알바노의 3점포를 묶어 8-0 런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KT는 2분이 지나서야 해먼즈의 3점슛으로 첫 득점을 올렸다.
KT가 좀처럼 분위기를 가져오지 못했다. 오누아쿠가 알바노의 패스를 받아 앨리웁 덩크슛을 터트리며 12-3을 만들자 KT 벤치에서 작전 타임을 사용했다. 여기에 해먼즈가 시작 5분 만에 반칙을 두 차례나 범하며 제레미아 틸먼과 교체됐다.
이후로도 DB의 기세를 이어갔다. 오누아쿠가 힘싸움에서 존재감을 뽐냈고, 알바노가 개인 돌파로 KT 골밑을 휘저었다. KT는 한희원과 허훈의 외곽 공격으로 조금씩 점수를 만회했다. 1쿼터는 DB가 26-16으로 리드했다.
KT가 2쿼터 추격에 시동을 걸었다. 문정현이 연달아 3점슛 2방을 포함해 연속 8득점을 몰아쳤고, 전날 침묵했던 틸먼도 점수를 보탰다. 쿼터 중반엔 문정현의 골밑 득점으로 30-30 균형을 맞췄다.
동점을 허용한 DB는 김훈의 외곽포와 오누아쿠의 덩크슛으로 한숨 돌렸다. 여기에 김종규의 연속 득점까지 나오면서 다시 격차를 벌렸다. KT는 문정현이 2쿼터에만 13점을 몰아치며 공격을 이끌었다. 전반은 DB가 41-37로 앞선 채 마무리됐다.
DB가 3쿼터 들어 달아나기 시작했다. 오누아쿠가 연달아 3점포를 터트리며 내외곽에서 점수를 쌓았다. 반면 KT는 하윤기와 문정현이 막히면서 6분이 넘도록 4점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점수 차는 다시 두 자릿수가 됐다.
KT는 하윤기를 중심으로 반격에 나섰다. 하지만 DB는 흔들리지 않고 이관희와 알바노의 3점포로 응수하며 쉽게 추격을 허락하지 않았다. DB가 3쿼터를 60-49로 마쳤다.
마지막 10분. 반전은 없었다. DB는 오누아쿠가 꾸준히 골밑에서 득점했고, 이관희도 외곽에서 점수를 보탰다. 쫓아가야 할 KT는 슈팅이 말을 듣지 않으면서 3분 넘도록 2득점에 묶였다. 게다가 이른 시간 팀파울 4개를 쌓으며 파울 트러블에 걸렸다.
DB도 연달아 공격이 실패하면서 경기 막판 달아나지 못했다. 그러나 2분여를 남기고 이관희가 중요한 3점슛을 꽂아넣으며 승기를 가져왔다. DB는 남은 시간을 잘 버티며 경기를 10점 차 승리로 매조지었다.
이날 DB는 3명이 더블더블을 작성했다. 오누아쿠가 26점 17리바운드 5어시스트 3블록슛으로 펄펄 날았고, 김종규도 13점 10리바운드로 활약했다. 알바노 역시 14점 10어시스트로 제 몫을 해냈고, 이관희가 3점슛 5개를 포함해 19점을 보탰다.
KT는 2년 차 문정현이 20점 5리바운드를 올리며 분전했지만, 동료들의 지원이 모자랐다. 하윤기가 12점 7리바운드를 기록하긴 했으나 틸먼이 8점에 묶이며 아쉬움을 남겼다. 해먼즈도 초반부터 파울 부담을 떠안으며 10분 43초 동안 6득점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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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KBL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