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훈-안재현 조가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리고 있는 제27회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남자복식 금메달을 획득했다. 13일 새벽 치러진 결승전에서 싱가포르의 복병 팡우엔코엔-아이작쿽 조에게 3대 0(11-6, 11-6, 11-6)의 완승을 거뒀다.
임종훈-안재현 조는 16강전 홈팀 카자흐스탄, 8강전 홍콩, 4강전 일본을 차례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일본 토가미 슌스케-시노즈카 히로토 조와의 4강전보다도 홍콩 웡춘팅-찬발드윈 조와 풀-게임접전을 벌였던 8강전이 고비였다. 결승전에서는 예상 밖의 상대였던 싱가포르의 젊은 선수들을 상대로 일방적인 리드 끝에 완승을 거뒀다. 임종훈과 안재현의 좌우쌍포가 쉴 새 없이 상대 코트를 유린했다.
이번 대회 남자복식은 이변이 많았다. 1번 시드였던 중국의 린가오위엔-린시동 조가 말레이시아 조에 발목을 잡혔고, 역시 우승후보로 꼽히던 일본의 하리모토 토모카즈-마츠시마 소라 조도 싱가포르 조에 패했다. 결승에 오른 싱가포르 선수들은 중국을 이기고 올라온 말레이시아를 4강전에서 꺾은 페어였다. 임종훈-안재현 조가 방심하지 않고 몰아붙여 더 이상의 이변은 허용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한국 남자탁구가 아시아선수권대회 남자복식에서 우승한 것은 1992년 인도 뉴델리에서 열렸던 제11회 대회 강희찬-이철승 조의 금메달이 유일했다. 꾸준히 4강 이상을 유지해왔지만 금메달과는 인연이 없었다. 홈그라운드에서 열린 작년 평창대회에서도 한국은 동메달만 두 개에 머물렀다. 임종훈-안재현 조의 메달은 무려 32년 만의 경사이자 한국이 보유하게 된 두 번째 ATTU 아시아선수권 남자복식 금메달이다.
임종훈과 안재현은 대전의 탁구명문 대전동산고 동문이다. 임종훈이 2년 선배로 학창시절부터 손발을 맞춘 경험이 있다. 실업무대에서도 지난해인 2023년 안재현이 뛰는 한국거래소로 임종훈이 이적하면서 다시 한 조로 뭉쳐 뛰기 시작했다. 다시 만난 첫 해부터 실업탁구챔피언전을 우승하며 국내무대를 평정했다. 지난해 WTT 컨텐더에서 2회(안탈리야, 리우데자네이루)의 우승을 기록하는 등 국제무대 경쟁력도 꾸준히 과시했다. 결국 이번 대회에서 32년 만의 값진 금메달을 한국탁구에 선사하며 정점을 찍은 셈이 됐다.
한국탁구의 이번 대회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세계 최강자를 꺾고 4강에 진출한 오준성(미래에셋증권)이 남자 개인단식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오준성은 대회 마지막 날인 13일 일본의 하리모토 토모카즈를 상대로 결승 진출을 노린다. 결승 진출에 성공하면 2021년 이상수(삼성생명) 이후 3년 만의 금메달을 노릴 수 있다. 복식에서 먼저 우승한 선배들이 기를 불어넣어줄 것으로 보인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