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없이 내 공을 던지겠다".
KIA 타이거즈 좌완 김기훈(24)은 지난 6월말 미국으로 건너가 트레드 애슬레틱스 트레이닝 센터에서 투구폼을 대폭 수정했다. 와인드업을 할때 양팔을 내리고 볼을 던지는 폼이다.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일본인 좌완투수 기쿠치 유세이의 폼이었다. 보통 시즌을 마치고 수정하는게 일반적이지만 모험을 했다.
2019 1차지명자이자 3억5000만원의 계약금을 받고 개막 선발진에 진입했으나 6년째 제구이슈에 발목이 잡혔다. 구위자체는 좋지만 1군의 주력 투수가 되지 못한 이유였다. 1차 지명자 혹은 1라운드 후배들은 모두 기둥투수로 자리를 잡았으나 자신만 흔들리며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
의외로 효과가 있었다. 바꾼 투구폼으로 던지니 제구와 구속이 모두 잡혔다. 체인지업의 낙폭도 커졌다. 이범호 감독이 직접 투구를 지켜보고 콜업을 했고. 7월31일 두산과의 경기에 투입했다. 결과는 1안타4볼넷1사구 4실점 부진이었다. 역대 1경기 최다실점(30점) 신기록 수모를 당한 날이었다. 그런데도 이감독은 김기훈을 그대로 1군에 두었다. 이유는 곧바로 드러났다.
9경기 연속 비자책(1실점) 행진을 펼친 것이었다. 더욱이 9월1일 2위 삼성과의 운명의 대구경기에서 1-5로 뒤진 가운데 추격조로 마운드에 올라 3이닝을 단 1안타만 내주고 무실점의 역투를 펼쳤다. 팀은 역전승을 거두었고 KIA는 삼성과 승차를 6경기 차로 벌리고 사실상 우승을 예약했다. 이후 확실힌 달라진 제구와 구위를 과시하며 제몫을 했고 정규리그 우승 축배도 함께 들었다.
김기훈은 "마국을 다녀온 효과가 컸다. 폼도 많이 바꿔 자신감도 찾았다. 첫 경기 두산전에 4실점했지만 다 보여주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신경쓰지 않았다. 다음 대전경기에서 무실점으로 막았다. 바꾼 폼에 확신을 가졌다. 삼성전 3이닝 투구가 내 인생에서 손꼽히는 경기라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새로운 투구폼을 선택한 이유도 설명했다. "미국 코치가 추천한 것이었다. 내가 투구폼을 바꿔 해보다 밸런스가 안맞아 문의를 했고 방법을 소개 받았다. 기쿠치 폼이 있는데 던지는 유형이 나와 비슷하다고 추천해주었다. 바로 좋은 느낌이 들었다. 공도 잘 던져졌다. 나에게 딱 맞았다. 체인지업이 많이 좋아졌다. 미리 볼을 빼니까 던지기 수월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 미국가서 확실하게 계기를 만들자고 생각했다. 구단에서 나를 포기하지 않고 미국을 보내주었다. 부응하려고 최대한 내 것을 찾으려고 열린 마음으로 갔다. 기술적인 훈련을 중심으로 했다. 미국 안갔으면 힘들었을 것이다"며 구단에 고마움도 전했다.
김기훈은 한국시리즈 투수 13~14명 엔트리 포함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엔트리에 들면 무엇이든 할 각오이다. 떨리겠지만 늘 하던 내 루틴만 생각하면 될 것이다. 올해 좋았던 경기를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우승하는데 보탬이 되고 싶다는 생각만 있다. 어떤 상황이든 내 공을 자신있게 던지겠다. 내 공을 후회없이 던지고 싶다"며 기대했다.
김기훈의 장기 목표는 선발이든 불펜이든 주력투수가 되는 것이다. 강력한 직구를 되찾았고 오른손 타자를 상대하는 체인지업도 통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올해 방황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실마리를 얻은 것이 수확이다. 그래서인지 "투구폼을 바꿘 계기로 올해가 야구인생의 전환점이 되면 좋겠다"고 강하게 희망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