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 얼핏 별다른 의미가 없을 법한 자연수다. 그런데 이렇듯 단순한 수에 불과한 600이 축구에 접목했을 때, 제법 뜻깊게 다가온다. 10월, 당대의 두 ‘축구 영웅’인 리오넬 메시(37·인터 마이애미 CF)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9·알나스르)를 묘한 ‘인연의 끈’으로 맺어 주면서다.
두말할 나위 없이 메시와 호날두는 당대 세계 축구의 아이콘이다. 21세기 들어 지난 20여 년간 ‘축구 천하’의 양대 산맥으로 자리매김하며 호령해 왔다. 행여 득점에 관한 각종 기록 중 하나라도 놓칠세라, 서로 앞다퉈 쏟아 낸 ‘기록 제조기’로서 성가를 드높였다. 달리 ‘신계의 사나이’라 불리겠는가.
‘축구 제왕’이라 해도 부끄럽지 않을 두 걸출한 월드 스타가 600을 매개로 다시 한번 접점에서 만났다. 물론, 그 상우(相遇)는 기록에 바탕을 뒀다. 선뜻 연상하지 못할, 굉장히 어려운 기록의 지경에서 마주친 두 별이다.
먼저 호날두는 세계 최초로 득점 경기 600고지를 정복했다. 2002년,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의 스포르팅 CP에 둥지를 틀고 프로 마당에 뛰어든 지 22년 만에 들어선 신천지다. 아직 아무도 들여놓지 못한 지평에 가장 먼저 발걸음을 내디뎠다.
메시는 ‘짝꿍’ 분야에서 600고지를 넘어섰다. 한 살 어린 세르히오 부스케츠(36·인터 마이애미 CF)와 한 호흡을 이뤄 동반 600경기 출장 기록을 세웠다. ‘영혼의 듀오’라 불릴 만한, 값어치 있는 경지에 발걸음을 들여놓았다.
호날두, 세계 최초 600경기 득점… 메시, 부스케츠와 함께 600경기 출장
메시가 600의 벽을 먼저 돌파했다. 지난 9월 29일(이하 현지 일자), 홈구장(체이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 샬럿전(1-1 무)에서였다. 메시는 투톱으로, 부스케스는 왼쪽 센터백으로 함께 출장해 둘 모두 90분간을 풀로 뛰었다. 경기 평점(후스코어드닷컴 평정)에서도, 메시와 부스케스는 각각 8.7점과 8.2점을 받아 양팀 출전 선수 가운데 1, 2위에 오르며 대기록 작성을 자축했다. 동점골(후반 22분)을 터뜨린 메시는 MOM(Man Of the Match: 경기 최우수 선수)에 뽑히기도 했다.
엿새 뒤, 호날두도 600의 벽을 깨뜨렸다. 10월 5일, 역시 안방(알라왈 파크)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 프로페셔널리그 알오루바전(3-0 승)에서였다. 전반 17분에 선제 결승골을 터뜨리며 대망의 금자탑을 쌓았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연 새 지평이다.
나이를 잊은 양 사그라지지 않는 열정을 불태우는 메시와 호날두는 이제 또 새로운 도전의 길에 나선다. 메시는 부스케츠와 함께 세계 동반 출장 기록 최고봉 등정을 향해 발길을 옮긴다. 호날두는 은퇴하는 날까지 자신의 기록을 늘리려 한다.
메시와 부스케스는 602경기(10일 현재)에서 한 호흡을 보였다. 스페인 라리가의 바르셀로나(2008~2021년)에서 569경기를 함께 뛰었고, 인터 마이애미 CF(2023년~)에서 다시 만나 33경기를 같이 소화했다(표 1 참조). 이 부문 역대 최고 기록 경신에 19경기를 남겨 놓아, 내년쯤이면 등정의 야망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부문 역대 상위 5위 가운데, 메시-부스케스 듀오는 유일하게 클럽에서만 동반 출장 기록을 축적해 왔다.
이 부문에서, 부스케츠의 발자취는 흥미롭기만 하다. 스페인 국가대표팀과 바르셀로나에서 활약하던 시절, 부스케츠는 제라르드 피케와 더불어 동반 출장 최고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스페인 국가대표팀(2009~2018년)에서 87경기를, 바르셀로나(2008~2022년)에서 533경기를 각각 피케와 손발을 맞춘 부스케츠다. 부스케스로선 메시와 함께 이 부문 최고 기록을 능가할 경우, 자신이 지닌 기록을 경신하는 셈이다.
상위 5걸 가운데 나머지 3걸엔, 모두 독일 국가대표팀과 바이에른 뮌헨에서 한솥밥을 먹은 5명이 자리했다. 게르트 뮐러-제프 마이어(611경기)가 2위에, 프란츠 베켄바워-제프 마이어(599경기)가 4위에, 토마스 뮐러-마누엘 노이어(584경기)가 5위에 각기 올랐다. 현재 진행형 상태의 뮐러-노이어 조합은 은퇴 시기에 따라 최고위도 노려볼 만하다.
호날두는 비교적 여유롭다. 어찌 보면 자신과 각축을 벌이는 형세다. 한 경기를 뛸 때마다 자신의 기록을 늘려 가는 행보다. 2위에 자리한 메시를 멀찍이 따돌리고 옮기는 ‘신기록 가도’다. 10일 현재 44경기(600-556)씩이나 차이가 난다(표 2 참조).
어쨌든 메시와 호날두는 이 시대를 대변하는 위대한 선수가 틀림없다. 오랜 세월 동안 ‘축구의 대명사’로서 자리매김하며 맹위를 떨친 점은 전율마저 들게 한다. 대기록임에 분명한 600고지 등정을 매개로 다시 인연의 끈을 이은 데서 확실하게 나타나는 사실이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