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팬들의 그라운드 오물 투척에 데이브 로버츠 감독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선수가 먼저 도발하긴 했지만 일부 다저스 팬들의 미성숙한 관람 태도가 아쉬웠다.
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다저스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5전3선승제) 2차전에서 뜻밖의 경기 중단 사태가 벌어졌다.
7회말 다저스 공격을 앞두고 상황이 발생했다. 샌디에이고 좌익수 주릭슨 프로파가 좌측 외야의 다저스 팬들과 언쟁이 붙었고, 그를 향해 공과 물병이 날아들었다. 이에 화가 난 프로파가 심판에게 어필했고, 샌디에이고 동료 선수들이 프로파 곁으로 모여 그를 진정시켰다.
마이크 쉴트 샌디에이고 감독도 그라운드로 나와 “선수들이 위험하다”고 심판들에게 어필했다. 다저스타디움 장내 아나운서가 경기장에 물건을 던지지 말 것을 다시 요청했고, 보안 요원들이 좌측 펜스 쪽을 지키면서 경기가 재개됐다. 갑작스런 사태로 10분가량 경기가 중단됐다.
사건의 발단은 1회말이었다. 프로파는 1회말 무키 베츠의 홈런성 타구를 좌측 펜스 앞에서 점프 캐치했다. 다저스 팬들도 타구에 손을 뻗었지만 프로파가 담장 밖으로 나가는 공을 건져내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프로파는 캐치 후 좌측 펜스 관중들을 바라보면서 뒤로 껑충껑충 뛰었다. 다저스 팬들로선 약이 오를 법한 상황이었다. 베츠도 홈런인 줄 알고 오른손을 들었지만 아웃이 된 것을 확인하곤 아쉬워했다.
경기 중 ‘폭스스포츠’와 방송 인터뷰에서 프로파는 “홈런을 빼앗는 것은 내 소원 중 하나였다. 플레이오프에서 이걸 해냈으니 정말 멋지다”며 “공을 잡기 위해 팬들과 싸워야 했다. 팬들이 내 글러브를 치고 있었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일종의 도발로 비쳐질 수 있는 장면이었다. 프로파는 1회초 첫 타석 볼넷을 얻어낸 뒤 6회초 무사 1루에서 번트 안타로 샌디에이고 추가 득점의 발판을 마련했다. 다저스는 7회초까지 1-4로 끌려다니며 답답한 경기가 이어졌고, 팬들의 분노가 결국 프로파로 향했다.
이날 경기는 샌디에이고가 홈런 6방을 폭발하며 10-2로 승리했다. 9회초에도 안타를 친 프로파는 4타수 2안타 1볼넷 3출루로 샌디에이고 반격승과 시리즈 전적 1승1패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다저스로선 경기도 지고, 매너도 진 하루였다.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이 야구장에서 1000경기 넘게 봤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다. 많은 감정들이 있겠지만 절대 일어나선 안 될 일이었다”며 “다저스타디움에서 수많은 경기를 봤고, 이곳의 팬들은 내가 본 어느 곳보다 열성적이다. 하지만 이런 일은 절대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7회말 상황이 벌어졌을 때 그라운드에 나온 쉴트 감독은 “선수들의 안전을 확인하고, 예방 조치를 위해 나갔다. 힘든 상황에서 심판진이 평정심을 유지 하면서 잘 처리했다. 매니 마차도의 리더십도 높이 평가하고 싶다”며 “양 팀 모두 이번 시리즈가 치열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경기장에서 우리 선수들에게 그런 일이 벌어지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샌디에이고로 돌아가면 매우 시끄럽고, 소란스러울 것이다. 공격적이고 배고픈 관중들이 흥분하고 열광할 텐데, 우리 팬들은 품격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말로 샌디에이고 관중들의 성숙한 응원 문화를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