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가을 마법'이다.
프로야구 KT 위즈가 두산 베어스를 꺾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이하 WC)에서 역대 최초로 업셋 기적을 만들었다.
KT는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KT는 WC 1~2차전을 모두 승리하는 기적을 만들며, 역대 최초로 5위팀이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KT는 하루 쉬고 5일 잠실구장에서 정규시즌 3위 LG와 준플레이오프(5전3선승제)를 치른다.
KBO는 야구 흥행을 유발하기 위해 2015시즌부터 포스트시즌 진출팀을 5위까지 확대하는 WC를 도입했다. 4위는 1승 어드밴티지를 안고 시작해 WC 1~2차전에서 1무승부만 해도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 반면 5위는 WC 1~2차전을 모두 승리해야 준플레이오프로 올라갈 수 있다.
WC 제도가 도입된 이후로 지난해까지 5위가 4위를 꺾고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5위가 WC 1차전을 승리한 것도 단 2번 있었다.
2016위 5위 KIA가 1차전에서 LG에 4-2로 승리했다. 그러나 2차전에서 KIA는 0-1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2021년에는 5위 키움이 에이스 안우진을 앞세워 두산을 7-4로 꺾었다. 그러나 2차전에서는 두산이 16-8로 대승을 거두며 이변은 없었다.
KT는 2일 WC 1차전에서 4-0 완승을 거두며 역대 WC 1차전을 승리한 3번째 팀이 됐다. 이어 3일 열린 2차전까지 기세를 몰아서 1-0으로 승리했다. 강백호가 6회 1사 3루에서 결승타를 때려냈다.
선발 벤자민이 7이닝 동안 88구를 던지며 3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8회 고영표가 1이닝 무실점, 9회 마무리 박영현이 삼자범퇴로 막으며 1점 차 승리를 지켜냈다.
KT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연속 이닝 무실점 신기록을 세웠다. 2022년 10월 13일 수원 KIA전 6회 이후 22이닝 연속 무실점을 달성했다. 두산 상대로 1~2차전에서 단 1점도 허용하지 않는 괴력의 마운드였다.
이강철 KT 감독은 지난 2일 경기에 앞서 ‘언젠가 5위가 이길 때가 오지 않겠나’라는 말에 “그래서 기대하고 있다. 우리가 마법사의 팀이니까. 우리가 항상 최초 기록(1위 타이브레이커, 5위 타이브레이커)을 가져갔다. 좋은 기록을 이루고 싶은 생각이다”고 기대했다.
KT는 시즌 막판부터 사실상 ‘가을야구’나 다름없는 기적의 여정을 걸어왔다. 키움과 최종 2연전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9회 동점을 만들어 연장 12회 끝내기 승리를 거뒀고, 정규시즌 최종전에서는 1-6으로 뒤지던 경기를 뒤집어 승리했다.
그리고 역대 최초 ‘5위 결정전’까지 경험했다. KT는 SSG와 72승 2무 70패 똑같은 성적으로 144경기를 마쳤다. 타이브레이커로 열린 5위 결정전에서 1-3으로 뒤진 8회말 로하스의 역전 스리런 홈런이 터지면서 또다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했다.
KT는 4위 두산을 상대로 WC 1~2차전을 모두 승리하며 역대 최초로 WC 업셋의 기적까지 만들었다. 마법사들이 포스트시즌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이제 지난해 우승팀 LG와 준플레이오프다. KT는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LG에 1승4패로 패배했다. 설욕할 수 있을까.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