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까지 나선 한국축구의 상황에 FIFA가 경고를 보냈다.
최근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과 홍명보 감독 선임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정치권까지 개입하고 나섰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24일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현안질의 국회 전체회의를 진행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 이임생 KFA 기술이사,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 박주호 전 전력강화위원 등이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10월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축구협회에 대한 중간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문체부는 “클린스만 감독 선임 시 전력강화위원회 기능이 무력화 됐고, 전력강화위원이 해야 할 감독 후보자 2차 최종면접을 정몽규 회장이 진행했다. 이사회 선임절차도 누락됐다”고 발표했다.
이어 문체부는 “국가대표선임과정에 절차상 위반이 있고 시정의 필요성이 있다. 하지만 축구협회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존중할 필요성이 있는 영역이기에, 문체부가 구체적인 조치를 정하여 요구하는 것보다 축구협회가 스스로 잘못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심지어 여론의 의식한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섰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민에게 큰 관심과 사랑을 받는 축구대표팀 감독 선발은 과정부터 공정하고 책임있게 진행돼야 한다. 진상을 명백히 밝히고 현장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을 수 있는 확실한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문제는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정치권의 축구행정 개입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스포츠가 정치논리에 이용당해 순수성을 잃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어겼던 여러 나라에서 이미 징계를 받았던 사례가 있다.
FIFA는 이미 지난달 30일 대한축구협회에 정치적 간섭과 관련해 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경고성 공문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축구협회 관련 조사를 지시한 바로 그 날이다.
FIFA는‘회원 협회는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제3자의 간섭을 받아서는 안 된다’, ’모든 정치적 간섭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 이를 위반한 협회는 자격 정지 등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로 쿠웨이트 정부가 체육행정에 개입한 뒤 쿠웨이트 축구협회는 2018 러시아 월드컵과 2019 아시안컵 예선 잔여 경기 몰수패를 당했다.
FIFA가 대한축구협회에게 ‘정치권 간섭이 계속된다면 2026 북중미 월드컵 진출권을 박탈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날린 셈이다.
이에 따라 문체부 역시 축구협회의 감독선임 과정에서 잘못이 있다고 자체조사 결론을 내리고도 “축구협회 스스로 잘못을 바로잡길 바란다”는 모순된 발표를 했다. 문체부에서 홍명보 감독을 경질할 권한이 없거니와 그렇게 된다면 정치권의 직접 개입이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문체부는 “축구협회가 (문제점을) 시정할 것인지, 그대로 둘 것인지 결정에 대한 자율성을 부여하는것이 아니다. 문제점을 해소하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합리적 방안 마련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체부는 “통상 문체부가 (문제점을) 통보하는 경우, 피감기관은 개선조치를 마련하여 문체부에 보고하는 절차로 진행된다. 만약 축구협회가 이를 시정하지 않는 경우, 문체부는 추가적인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 경고했다.
축구협회는 이에 즉각 반발하며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내부적으로 감독선임 절차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과연 문체부가 추가적인 조치를 내릴지 주목된다. 그럴 경우 FIFA가 정치권의 개입으로 여겨 축구협회에 징계를 내릴 수 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