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축구대표팀 선임과정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의 특정감사 결과가 발표됐다.
문체부는 2일 서울 종로구의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축구협회 관련 감사 결과 중간 브리핑을 실시했다.
지난 7월 문체부는 축구협회에 대한 기초 조사를 진행한 결과 문제점을 발견해 감사로 전환한 다음 관련 의혹들을 파헤치고 있다.
당시 이정우 문체부 체육국장은 "감독 선임 과정과 축구협회의 재정 및 운영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볼 것"이라고 전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도 꾸준히 축구협회에 대한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유 장관은 "체육과 체육인을 생각하는 정책이면 되는데 너무 사유화돼 있다. 체육이 '정치 조직화' 돼있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문체부 감사는 지난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윈회 현안 질의 동안 언급된 내용들이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홍명보 감독이 실제 불공정한 과정으로 부임했는지,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으로부터 최종 결정 전권을 위임받은 것에 문제가 없는지, 전력강화위원회가 얼마큼 정상 작동했는지 등이 예상된다.
더불어 정몽규 축구협회 회장의 4선 연임 도전 관련 문제와 감독 선임 작업 개입 의혹, 축구협회가 천안축구센터건립 과정에서 문체부 승인 없이 600억원대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한 논란 등도 함께 짚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축구협회에 대한 진상 규명을 지시하면서 축구협회는 더욱 궁지에 몰리기도 했다.
우선 축구협회는 홍 감독 선임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제10차 전력강화위원회 회의록을 공개했다.
지난달 30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3, 4차전에 출전할 26명의 대표팀 명단 발표 이후 홍 감독이 10차 회의록을 투명하게 공개하자고 발언한 이튿날에 이뤄졌다.
KFA는 "홍 감독을 내정 발표(7월7일)하고, 이사회 서면 결의(7월10~12일)를 거친 후 최종 선임 발표(7월 13일)를 함으로써 절차를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홍 감독이 검증 단계 없이 선임됐다는 논란에 대해선 "홍 감독도 기타 후보자들과 동일하게 전력강화위원회 회의에서 경기 영상을 준비해 분석(9차회의)을 진행했고, 정 전 위원장이 직접 울산 HD 경기 참관을 하는 등 사전에 재검증을 했다"고 반박했다.
국회 문체위 현안 질의 후에도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문체부 감사 결과에 이목이 쏠렸다.
문체부는 브리핑에 앞서 전달한 보도자료를 통해 홍명보 감독과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의 선임에 절차상의 문제점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문체부 최현준 감사관은 "KFA와 관련된 이슈가 계속 이어지고 있고 감독 선임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문체부는 문제점을 해소하고 개선하기 위해 KFA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 이번 감사에는 클린스만 전 감독과 홍명보 감독 선임과정 및 승부조작 사범 등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면서 "약 10여명으로 인원이 지난 7월 29일부터 KFA 감사를 진행 중이다. 감독 선임에 대해서는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이기 때문에 최종 감사 결과 발표 전 알리게 됐다. 이번 감사 결과에 따른 처분 요구는 최종 감사가 이뤄진 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체부는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 “규정상 권한이 없는 기술총괄이사가 최종 감독 후보자를 추천했고 면접 과정도 불투명하고 불공정했다”며 “감독을 내정 발표한 후 이사회 선임 절차는 형식적으로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축구협회는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과정을 담당하는 전력강화위원회의 정해성 위원장이 10차 회의를 끝으로 사임하자 이임생 기술총괄이사에게 이후 절차를 위임했다. 10차 회의에서 추려진 1·2·3순위 후보인 홍명보, 다비드 바그너, 거스 포옛을 이 이사가 면접한 뒤 홍 감독을 선임했으며 이사회 의결까지 정당하게 받았다는 게 KFA의 입장이다.
그러나 문체부는 “이 이사는 전력강화위원회의 구성원이 아니고 감독 추천 권한이 없었다”며 “7월 5일에 있었던 이 이사와 홍 감독 후보자의 대면 면접 과정은 다른 감독 후보자의 대면 면접 상황과 달랐다”고 했다. 문체부는 “홍 감독 면접은 사전 인터뷰 질문지도 없고 참관인 없이 이 이사 단독으로, 장시간(4~5시간) 기다리다 늦은 밤 자택 근처에서 진행했으며 면접 진행 중 감독직을 제안하고 요청했다”고 했다.
문체부는 또 정해성 위원장이 사임 의사를 표명하기 전인 6월 27일 정몽규 회장에게 홍 감독을 1순위로 후보자 3명을 보고했는데, 그 당시 정 위원장은 홍 감독과는 어떠한 면접도 진행하지 않은 채 1순위로 추천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후 진행된 이사회 의결 과정에 대해서도 “이사 일부가 ‘이사회 서면 결의가 단순 요식행위에 가부 판정으로 의견을 낸다는 것에 유감’이라는 의견을 냈고, 정식 이사회 회부 요청도 있었으나 의결정족수에 따라 홍 감독 선임 안건이 최종 의결됐다”고 했다.
문체부는 KFA 홍 감독 선임 과정에 절차적 문제에 대한 논란이 일자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그 내용이 거짓임이 드러나자 말을 바꿨다고도 지적했다.
KFA가 당초 “이 이사가 6월 30일 전력강화위 온라인 임시회의에서 위원5명으로부터 후속 절차 진행에 대한 동의를 받았다”고 보도자료를 냈는데 감사과정에서 감독 추천 최종 권한을 위임 받은 게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자 답변서를 통해 “6월 30일 임시 회의는 감독 결정 권한을 특정인에게 위임할 수 있는 정식적인 회의로 인정할 아무런 규정상 근거가 없으며 감독 선임에 대한 전력강화위원회의 기능은 이미 10차 회의 때 정해성 위원장에게 추천 권한을 위임하는 것으로 종료된 것”이라고 입장을 번복했다는 것이다.
또 문체부는 “KFA는 정해성 위원장의 요청에 따라 해당 역할을 이임상 이사에게 맡긴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감사 과정에서 정 위원장은 협회에 이 같은 요청을 한 사실이 없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문체부는 홍 감독 이전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서도 “당시 전력강화위가 구성되기도 전에 감독 후보자 명단을 작성하고 에이전트를 선임해 후보자 20여명을 접촉하는 등 처음부터 전력강화위원들을 배제한 채 선임 절차를 추진했다”며 “최종 감독 후보자 2명에 대한 2차(최종) 면접을 전력강화위원장이 아닌 정몽규 회장이 직접 진행했으며 이사회 선임 절차도 누락했다”고 했다.
최 감사관은 "홍명보 감독의 선임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발견됐지만 이로 인해 홍 감독의 감독이 무효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라면서 "물론 문제에 대해 묵과하기는 어렵다.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를 바란다. 절차적인 흠을 바로 잡을 수 있는 방법은 KFA에서 판단해야 한다. 저희가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문체부는 “KFA는 이번 감사 지적 사항에 대해 ‘클린스만 감독 이사회 선임 절차 누락’ 사항을 제외하고는 결과를 인정하지 못한다는 취지로 답변서를 보냈다”고 전했다. 문체부는 천안 축구종합센터 건립, 지도자 자격관리 등 다른 사업에 대해서도 감사 결과를 종합해 10월 말 공개할 계획이다. / 10bir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