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이라도 잘하면 안 되냐".
영국 'BBC'는 지난달 30일(이하 한국시간) "맨유는 텐 하흐 감독과 계속 함께할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일요일 올드 트래포드전에서 열린 토트넘 홋스퍼전에서 사기를 꺾는 패배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 포르투전과 아스톤 빌라전에서 그와 동행을 이어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맨유는 같은 날 안방으로 토트넘을 불러들여 참패했다. 30일 영국 런던 올드트래포드에서 열린 2024-2025시즌 프리미어리그(PL) 6라운드 홈 경기에서 토트넘에 0-3으로 패하며 자존심을 구긴 텐 하흐 감독과 맨유였다. 맨유는 이번 패배로 승점 7(2승 1무 3패)에 머무르며 12위까지 떨어졌다.
맨유는 경기 시작 3분 만에 실점했다. 반 더 벤이 수비 진영에서 공을 끊어낸 뒤 폭발적인 질주로 상대 박스까지 파고들었다. 반 더 벤은 그대로 골문 앞으로 땅볼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존슨이 침착하게 밀어넣으며 선제골을 넣었다.
이후로도 토트넘의 공세가 매서웠다. 맨유는 토트넘의 전방 압박에 전혀 대처하지 못했고, 이따금 나온 역습에서도 마무리가 부정확했다. 골키퍼 안드레 오나나의 선방과 골대 행운이 아니었다면 전반에 대량 실점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여기에 퇴장 악재까지 겹쳤다. 전반 42분 주장 브루노가 미끄러지면서 발을 높이 들었고, 매디슨을 위험하게 가격하며 다이렉트 레드카드를 받았다. 경기는 순식간에 토트넘 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후반에도 반전은 없었다. 맨유는 후반 3분 쿨루셉스키에게 추가골을 내주며 끌려갔고, 10명으로 반격에 나서봤으나 결정력이 부족했다. 결국 맨유는 후반 32분 솔란케에게 쐐기골까지 얻어맞으며 홈 팬들 앞에서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맨유 역사상 최악의 시즌 출발이다. BBC에 따르면 맨유가 리그 첫 6경기에서 승점 7점에 그친 건 역대 최저 승점이다. 특히 공격에서 고작 5골을 넣는 데 그치면서 고전하고 있다. 지금 맨유엔 리그 두 골을 기록한 선수가 단 한 명도 없다.
영국 현지에서는 텐 하흐 감독 경질설이 더욱 뜨거워졌다. 토트넘 팬들은 "넌 내일 아침 해고될 거야"라며 텐 하흐 감독을 조롱했고, 맨유 팬들은 종료 휘슬이 불리기 전에도 자리를 떴다. '맨유 레전드' 개리 네빌은 선제 실점 장면에서 빠르게 커버를 포기한 래시포드를 보며 '쓰레기 같은' 행동이라고 지적하며 분노했다.
하지만 텐 하흐 감독은 당당했다. 그는 "난 경질에 대해 생각하고 있지 않다. 우리 모두는 지난여름에 오너십과 리더십 그룹으로서 함께하기로 결정했다"라며 "우리는 더 나아질 것이다. 시간이 좀 필요하다. 우리 모두 한 배를 타고 있다. 그런 걱정은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어느덧 3년 차에 접어든 텐 하흐 감독이지만, 여전히 시간을 달라는 것. 게다가 맨유는 텐 하흐 체제에서 이적료만 6억 파운드(약 1조 593억 원) 가까이 지출하며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텐 하흐 감독이 최소한 맨유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이나 전술 철학은 보여줘야 하는 이유다.
여기에 김민재에 밀려 맨유에 이적한 수비수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이날 선발로 나선 마티아스 더 리흐트는 부진하면서 맨유의 완패를 막지 못했다. 리버풀전과 토트넘전 모두 선발로 나섰으나 무려 6골이나 내주면서 기본적으로 제 역할을 전혀 해내지 못했다. 이에 대해 수비수 출신의 해설자 제이미 캐러거는 데 리흐트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캐러거는 "솔직히 더 리흐트와 맨유 센터백들은 정말 최악이다. 특히 첫 실점 장면에서 전혀 공간을 커버하지 않고 정신줄을 놓은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더 리흐트는 자신이 마크해야 되는 판 더 벤의 돌파를 완전히 놓쳤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 몇 시즌 동안 맨유 수비는 상대의 돌파에 대해 제대로 막지 못했다. 더 리흐트도 마찬가지였다. 만약 더 리흐트가 계속 판 더 벤을 마크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솔직히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보다는 좋은 상황이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더 리흐트에 대해 맨유 레전드 폴 스콜스도 비판에 나섰다. 그는 "솔직히 선수를 영입하면 기존 선수보단 잘하길 바란다. 근데 더 리흐트가 해리 매과이어보다 잘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비슷한 것 같다. 그럴거면 왜 데려왔나"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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