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과 국제스포츠연구소(CIES)는 오히려 출전 시간이 줄었다고 주장했지만, 손흥민(32, 토트넘)을 비롯한 선수들은 출전 시간이 과도하다고 불만을 표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산하 기관인 국제스포츠연구소(CIES)는 지난 7월 여름 시리즈 리포트를 발간했다. 이 리포트는 지난 12년 간 축구 선수들의 경기 수와 출전 시간을 나타내는 데이터다.
최근 국제 축구계에서 선수들의 혹사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선수들은 파업을 이야기하며 그 심각성을 부각하고 있다.
FIFA는 선수들의 출전 시간이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주장했다. FIFA에 따르면 산하 기관 CIES는 '엘리트 선수들의 경기 일정과 워크로드'라는 제목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 조사는 전세계 5개 대륙별 연맹의 40개 톱 리그 선수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기준 기간은 2012-2013시즌부터 2023-2024시즌이었다.
CIES는 "연간 4500분 이상 뛴 선수의 비율은 불과 0.88%였다. 4500분 이상의 시간 중 76.3%가 리그 경기였고, 국제 클럽 대항전이 14.7%였다. 연령별 경기를 비롯한 국가대표 팀 경기는 전체의 9%에 그쳤다"라고 전했다.
CIES는 1998-1999시즌부터 2023-2024시즌까지 각 시즌 가장 많은 경기 시간을 소화한 선수도 집계했다. 1위는 2012-2013시즌의 다비드 루이스(브라질)였다. 그는 첼시 소속이었던 해당 시즌 무려 6,258분을 뛰었는데 프리미어리그와 유럽대항전 등 소속팀을 위해 57경기를 뛰었고, 브라질 유니폼을 입고 A매치 15경기에 나선 바 있다.
2위는 2006-2007시즌의 프랭크 램파드(잉글랜드)로 6,241분, 3위는 1999-2000시즌의 호베르투 카를로스(브라질)로 6,130분을 뛴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가 이루어진 25년간 연간 가장 많은 시간을 뛴 톱 10 중 최근 10년 내 기록을 세운 선수는 2022-2023시즌의 브루노 페르난데스(포르투갈)가 유일하다.
CIES는 "이는 선수들이 많은 경기에 나서는 경우가 10년 전에 비해 줄어들었다는 의미"라며 현재 선수들보다 과거 선수들이 더 많은 출전 시간을 소화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발표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이 느끼는 바는 다른 모양이다.
영국 '풋볼 런던'은 25일(이하 한국시간) 토트넘 홋스퍼의 주장 손흥민(32, 토트넘)의 기자회견 내용을 전했다. 손흥민은 이 자리에서 최근 논란이 된 '선수 혹사'에 대해 이야기했다. 손흥민은 과도한 경기 수로 인한 선수들의 피로와 부상 위험에 대해 비판하며, 선수 보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축구계에서는 과도한 경기 수로 인한 선수 혹사가 큰 이슈가 되고 있다. 프리미어리그를 중심으로 선수들과 감독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으며, 맨체스터 시티의 미드필더 로드리 등 일부 선수들은 파업까지 언급했다.
국제축구연맹(FIFA)는 클럽 월드컵 참가 팀 수를 32개로 늘려 대회를 확대했고, UEFA도 챔피언스리그 참가 팀을 36개로 확대해 경기 수를 증가시켰다.
손흥민은 선수들이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시즌을 시작하는 상황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손흥민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이다. 누군가는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대회에 참가해 단 2주만 휴가를 보냈고, 시즌을 시작하고자 프리시즌에 복귀했다. 이건 선수들을 돌보는 게 아니다"라고 불만을 표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핵심 미드필더 페데리코 발베르데는 지난 시즌 소속 클럽과 국가대표팀에서 총 5,377분을 소화했으며, 아스날의 데클란 라이스도 5,324분을 뛰었다. 로드리 역시 5,275분을 뛰었고, 윌리엄 살리바와 필 포든도 각각 5,250분, 5,194분의 출전 시간을 기록했다.
손흥민 또한 과도한 출전으로 언급되지 않을 수 없는 선수 중 하나다.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 자료에 따르면, 손흥민은 2018년 5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총 78경기를 소화했으며, A매치 참가를 위해 약 11만 600km를 이동했다.
당시 손흥민은 78경기 중 56경기(약 72%)에서 최소 5일의 휴식을 취하지 못했고, 유럽 무대에서 활동하는 선수 중 가장 많은 출전 시간과 이동거리를 기록한 선수로 집계됐다.
손흥민은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로 경기에 나서면 부상 위험이 발생한다. 우리는 로봇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힘든 일이다. 우리는 확실히 몇 가지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가 보고 싶은 건 양질의 경기다. 최대한 많은 경기가 아니다. 경기 수가 지금처럼 많으면 선수들이 부상당하고,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할 것이다. 이건 우리가 보고 싶어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분명히 뭔가 바꿔야 한다. 선수들이 나서서 뭔가 말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