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부러지는 아나운서와 수줍은 주차장 직원이 한 몸에 있다. '나의 해리에게' 첫 방송부터 배우 신혜선이 1인 2역으로 맹활약을 펼쳤다.
지난 23일 첫 방송된 지니TV 새 오리지널 드라마 '나의 해리에게'에서는 주은호(신혜선 분)와 주혜리(신혜선 분)의 기막힌 동거가 펼쳐졌다. 바로 기억상실증인 줄만 알았던 주혜리와 주은호가 해리성 인격장애로 동일인물이었던 것. 특히 신혜선이 정반대 성격의 두 인물을 1인 2역으로 완벽하게 소화해 감탄을 자아냈다.
먼저 등장한 주은호는 방송국 PPS의 아나운서였다. 그는 차기 메인 뉴스 앵커가 될 아나운서 동료 정현오(이진욱 분)와 오랜 연인이었다. 무려 8년의 열애 끝에 주은호는 정현오와 결혼하고자 했다. 그러나 정현오는 "결혼 같은 거 안 해"라며 이별을 고했다.
긴 열애가 무색하게 단숨에 이별을 고하는 정현오. 주은호는 '구 남친'이 된 정현오를 향해 계속해서 분노를 표출했다. 그러나 '애증'이었다. 고백하는 후배 아나운서 문지온(강상준 분)에게 "너무 갖고 싶은 걸 포기하려면 그걸 얼마나 죽도록 미워해야 하는지 아냐"라며 "나는 그래서 정현오가 싫어. 끔찍하게 싫어"라고 고백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지온은 주은호에게 다가가 키스했다. 그 순간, 깜짝 놀라 눈을 뜬 주은호는 주혜리가 돼 있었다. 주혜리는 주은호의 생생한 기억을 자신의 '꿈'이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주혜리는 미디어N이라는 또 다른 방송사에서 부끄러움이 많아 타인의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고 앞머리로 눈까지 가려 얼굴의 반을 다 덮어버린 소심한 주차장 직원이었기 때문.
그런 주혜리도 짝사랑하는 강주연(강훈 분)을 위해서는 달라졌다. 미디어N의 뉴스 앵커 강주연이 양파 파동 보도에 공분한 시청자들에게 테러를 당한 상황. 이에 주혜리가 강주연의 손을 붙잡고 도망치며 피하도록 도운 것이다. 심지어 주혜리는 "거기서 그렇게 달려들면 다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했습니까? 다친 데는 없죠?"라며 자신을 걱정하는 듯한 강주연과 눈을 맞추며 갑자기 키스했다.
하지만 주혜리 앞에 다시 정현오가 나타났다. 정현오는 주혜리를 향해 "주은호"라고 부르며 꿈이 아닌 현실이었음을 일깨웠다. 더욱이 방송 말미에는 의사가 주혜리에게 "두달 전에 여기 와서 상담을 받기 시작한 은호 씨, 은호 씨는 혜리 씨가 아니라 은호 씨예요"라고 진실을 밝혀 놀라움을 더했다.
주은호와 주혜리, 전혀 다른 두 인물 사이 신혜선은 한 회 만에 놀라운 연기 변신을 보여주며 몰입을 이끌었다. 똑부러지고 자신감 넘치지만 방송 14년 차에도 존재감을 각인시키지 못해 불안해 하는 주은호, 짝사랑하는 강주연 앞에만 가면 꽁꽁 숨기 바쁜 기억을 상실한 주혜리. 접점이라고는 없을 법한 두 캐릭터 모두 신혜선을 통해 현실적으로 빚어졌다.
신혜선 특유의 정확한 발음과 안정적인 대사 소화력이 특히 이목을 끌었다. 방송사 아나운서라는 캐릭터 설정에 더해 1회에 8년 연애에 대한 정보와 인물의 성격까지 전달해야 하는 특성상 유독 많은 대사를 소화해야 했던 상황. 신혜선은 흔들림 없이 이를 표현해내며 감탄을 자아냈다.
무엇보다 8년이라는 긴 시간을 사랑했지만 헤어지게 된 주은호의 상황에 신혜선은 현실적인 연기로 설렘과 애잔함을 더했다. 이에 '나의 해리에게'를 통해 연기 차력쇼를 보여줄 신혜선의 활약이 계속해서 기대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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