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의 최근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좋은 쪽이 아니라 나쁜 쪽이다. 오랜 충성 고객들을 ‘호구’ 삼아 ‘호갱’으로 만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런다고 한우가 흑우될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닌텐도 앞에서 기 한 번 못피고 살던 소니는 1990년대 플레이스테이션(이하 플스)으로 전세를 뒤집기 시작했다. 오늘날 소니가 전세계 게임업계의 투톱으로 올라서게 된 계기가 바로 플스의 발매였으니 플스는 소니 게임의 아이콘이자 오로라나 다름없다.
플스의 충성 고객(속칭 플스빠)은 곧잘 애플의 그것(애플빠)과 비견된다. 그만큼 제품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깊기에 가능한 일이다. 새로운 플스 기종이 등장할 때마다 오픈런은 필수이고 몇 달을 기다려도 웃돈 주고 사기조차 힘들 정도다. 물론 애플이 해가 갈수록 아이폰의 기술 혁신보다는 고객 등골 빼기에 혈안인것처럼 소니도 어느 순간부터 플스 새 기종에 적당한 개발 수준만 유지하고 있다.
조금만 더 얹어주면 고객이 박수칠 서비스를 삼가하고 늘 아쉬움에 목 타게 만드는 마케팅 전술로 일관하는 중이다. 그래도 선은 넘지 않았기에 플스빠들의 충성 서약은 깨진 적이 없었다. 그렇다. 이제 과거형이 맞는 표현이다. 곧 발매될 플스5 프로는 적당한 개량을 하면서 가격은 두 배 가까이 올리는 배짱을 부렸기 때문이다.
세상 물가가 미친 듯 오르는 세상이다. 좋다. 플스5 프로가 정녕 어쩔수없이 가격 인상에 나섰다 치자. 최소한 받침대 정도는 그냥 줬어도 이렇게 소비자 빈정을 상하게 하지는 않았을 게 분명하다. 심지어 ‘플스 니가 아니라 이것 때문에 사야겠다’는 독점작 하나 곁들이지 않은채 기종 변화의 중간 단계인 프로를 미친 가격에 내놓았다. 이참에 PC로 갈아타겠다는 게이머가 속출하게 된 배경이다. 소니가 요즘 스팀을 살리려고 자기 살과 뼈를 내주는 모양새다.
소니의 ‘호갱 모시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기에 심각하다. 역대급으로 폭망한 2024년 트리플A 대작 ‘콩코드’가 한 예다. 심각한 PC질로 엉망진창된 라이브 게임을 내놓으면서 4만원을 책정했다. 그것보다 재미있고 질 높은 경쟁작들이 무료 서비스를 하는 와중에 이 무슨 해괴한 일인가. 게이머들은 ‘X무시’로 소니에 답했다. 스팀 최저 동접자 수가 동네 문화강좌 수강생과 비슷한 수준이었달까. 소니는 후다닥 콩코드 서비스 종료를 선언했지만 그들의 속내는 이미 다 드러난 뒤다. ‘그냥 던져주면 감사합니다 하면서 돈 내고 게임이나 해’랄까.mcgwire@osen.co.kr
<사진> '콩코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