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전북현대 홈에서 치르는 것과 같은 분위기였다.
전북현대는 19일 오후 9시(이하 한국시간) 필리핀 마닐라의 리잘 메모리얼 스타디움에서 다이나믹 허브 세부FC를 상대로 2024-2025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2 조별리그 H조 첫 경기를 치러 6-0으로 완승했다.
어렵지 않게 승점 3점을 거머쥔 전북은 앞서 무승부를 거둔 무앙통 유나이티드(1점)와 셀랑고르(1점)를 제치고 H조 1위로 올라섰다.
이 경기는 세부의 홈구장 다이나믹 허브 종합 운동장이 아닌 마닐라의 리잘 메모리얼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다이나믹 허브 종합 운동장은 수용 인원이 900명뿐인 작은 구장인데, 이로 인해 ACL 경기를 유치할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경기가 치러진 경기장의 인조잔디는 한국에서도 쉽게 보기 어려울 정도로 질이 좋지 못한 인조잔디였다. 전북은 잔디 등 여러 악조건을 뚫고 첫 경기에서 승점 3점 획득에 성공했다.
전북의 승리 원동력엔 필리핀 마닐라까지 따라온 응원단의 열띤 노랫소리가 있었다. 경기 시작과 함께 기자석 반대편에 위치한 스탠드에선 우렁찬 전북 응원가가 울려퍼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 경기는 세부의 홈경기장 다이나믹 허브 스타디움이 아닌 마닐라에서 열렸다. 세부와 870km 떨어진 도시다. 평일에 홈팬들이 경기장을 찾아오기엔 너무도 먼 거리다. 경기장 분위기는 전북 홈과 같았다.
진태호의 선제골와 김창훈의 추가 골, 문선민의 세 번째 골까지 터진 전반전이 마무리됐다. 기자는 직접 전북 응원단을 찾아 나섰다.
이들은 전북 유니폼을 입고 한 자리에 모여 있었는데, 서로 알지 못하는, 대부분이 이번 경기를 통해 현장에서 만난 '남남'이었다.
이들 중 가장 우렁차게 응원가를 부른 정환도(38) 씨와 이야기를 나눴다. 정환도 씨는 지난 18일 아내와 함께 필리핀에 도착했다. 19일 현장에서 지켜본 후 20일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정말 이 한 경기를 보기 위해 날아온 것.
아내와 함께 전반전 내내 큰 소리로 응원을 펼쳤던 정환도 씨는 "오래된 전북 팬"이라며 "경기만을 위해 이곳에 왔다"라고 말했다.
전반전을 어떻게 봤을까. 정환도 씨는 "경기 초반엔 잔디 상태로 우려가 됐지만, 빠르게 선제골을 넣은 뒤 격차를 벌려 편안하게 지켜보고 있다"라고 전했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누구였을까. 정환도 씨는 "진태호가 눈에 띄었다. 기대된다"라며 2006년생 유망주 진태호를 향해 기대를 드러냈다.
실제로 이날 진태호는 헤더로 선제골을 뽑아낸 뒤 감각적인 패스로 김창훈의 골을 어시스트, 경기 종료 후 MOM(Man of the Match)에 선정됐다.
이 경기를 통해 프로 데뷔전을 치른 진태호는 "프로 경기를 처음 뛰었다. 처음에 공이 안 와 긴장했지만, 골이 빠르게 터지면서 퍼포먼스가 나왔다"라고 경기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후반전 형들 템포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체력이 불안전했다. 집중력이 떨어진 것 같아 아쉽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