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나의 과거,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바로 연예인들의 학교 폭력(학폭)이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익명의 폭로 때문에 관계자들은 1년 내내 긴장을 놓을 수 없을 지경이다.
최근 MBC 예능 '나혼자산다'를 통해 인생 로또를 맞은 배우 구성환이 "뜨고 나서 부모님이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 학폭"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지난 5월 주연작 영화 '다우렌의 결혼'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예전에는 '조심하지 말고 이슈 좀 돼라'고 하셨는데, 지금은 오히려 조심하라고 하신다"며 "얼마 전에는 '학폭은 없냐?'고 물어보더라. 이미 '나혼산'에 게스트로 나온 지 3년이 넘었고, 학폭 이슈 있었으면 큰일 났다고 했다. 나올 거면 진작 나왔다. 얼굴만 이렇지 소녀감성이라고 했더니, 아버지가 '그럼 됐다'고 이쪽 일을 열심히 하라고 하셨다"며 걱정되는 부모의 마음과 아들을 향한 응원을 전했다.
과거에는 청소년들의 학폭이 친구들 사이의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 학창시절 한 번쯤 겪는 일 등으로 여겨졌지만, 가해자들의 괴롭힘 사례가 지능적으로 변하고, 피해자들의 고통이 상상을 초월하면서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됐다. 처벌 수위가 강해졌다고 해도, 국민의 법 감정을 따라가지 못하는 사법 체계가 대중의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이런 시대에서 최근 몇 년간 연예인들의 학폭 고발이 쏟아졌고, 관련 논란에 휩싸인 스타들은 하루 아침에 가해자로 낙인 찍혀 대부분 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구성환의 아버지가 아들의 학폭부터 물었다는 건 요즘 사회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재 연예계에도 학폭 논란으로 발목이 잡힌 2명이 있다.
'킹더랜드'의 안세하(본명 안재욱)는 이달 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익명으로 올라온 폭로글로 인해 학교폭력 의혹에 휘말렸다. 안세하와 중학교 동창이라고 밝힌 A씨는 중학생 시절 안세하가 일진이었으며, 자신을 급탕실로 끌고가 깨진 유리조각으로 배를 콕콕쑤시며 위협하고 일진 무리 중 한 명과 원하지 않는 싸움을 하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폭로글이 확산되자 안세하 소속사 후너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OSEN에 "안세하의 학폭 의혹은 100% 허위사실"이라며 "지금 경찰서에 진정서를 제출한 상태다. 앞으로도 민형사상의 모든 법적 대응을 동원할 것”이라고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하지만 댓글을 통해 추가 폭로가 이어지며 논란이 심화됐다. 소속사 측은 2차 입장문을 통해 "당사는 배우 안세하에 대한 학교폭력 게시글과 관련하여 해당 게시글에 게재된 폭력사실이 사실무근의 허위사실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며 이와 관련된 조속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강력 대응을 예고했지만 활동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안세하는 예정돼 있던 시구 일정이 취소됐으며, 출연 중인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 사랑과 살인편'에서도 하차했다. 학폭 논란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걸그룹 에이프릴 출신 이나은 역시 여행 유튜버 곽튜브의 채널에 출연했다가 추석 당일 논란의 중심에 섰다.
곽튜브(본명 곽준빈)는 지난 16일 자신의 채널에 걸그룹 에이프릴 출신 이나은과 이탈리아 여행을 떠난 영상을 업로드했다.
곽튜브는 다양한 방송에서 본인의 학교폭력(학폭) 피해를 공개해 많은 위로와 응원을 받은 바 있다. 그런 이유로 에이프릴 전 멤버 이현주 왕따 논란, 동창생 학폭 의혹 등이 제기됐던 이나은을 초대해 여행을 다닌 모습이 다소 불편함을 야기했다. 무엇보다 해당 영상에서 곽튜브와 이나은이 나눈 마지막 3분 가량의 대화가 더욱 논란을 일으켰다.
식사를 하던 곽튜브는 "내가 미안한 게 좀 있다. 주변에서 막 얘기해가지고 학교폭력 얘기만 나오면 예민했다. 피해자, 가해자 어쩌고 저쩌고 해가지고 내가 그거 보고 놀래서 바로 너를 차단했었는데 아니라고 기사를 봤다. 그래서 내가 차단을 풀었다"며 그동안 오해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미 너도 알고 있었고 내가 좀 너 면전에 두고 얘기한 적 한 번도 없지만 미안한 게 많았다. 내가 피해자로서 많은 얘기도 하고 그랬는데 정작 오해를 받는 사람한테도 내가 피해를 주는 것 같아서 좀 그렇더라"고 사과했다. 이에 이나은은 "안 속상할 거라고 생각을했다. 그런데 진짜 나를 그렇게 오해하고 진짜 그렇게 알아서 차단했다는 게. 그리고 그런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게 조금 속상했다. 그래서 많이 슬펐다"고 털어놨다.
이나은은 2020년 에이프릴 전 멤버 이현주의 왕따 의혹의 주동자로 지목됐고, 학폭 의혹까지 더해지며 위기를 맞았다. 학폭 의혹을 제기한 A씨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가 인정되며 학폭 논란에선 어느 정도 벗어났지만, 멤버 왕따(괴롭힘) 논란은 여전히 'ing'다. 당시 검찰은 "그룹 내 일반적인 인간관계적 문제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나, 이를 왕따라고 명확히 판단하기 힘들어 허위 사실 여부를 판단하기 곤란하다"며 이현주와 남동생에 대해 '불송치결정'하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기 때문.
두 사람의 대화는 마치 학폭 피해자가 가해자 의혹이 불거졌던 사람을 만나 깊은 속 얘기를 들어주고, 해명의 장을 만들어주는 듯한 모습이 연출됐다. 곽튜브가 사과문을 올리고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나섰지만, 비판이 커지는 모양새다.
아무리 검증하고 데뷔한 신인이라도 피할 수 없는 게 학폭이고, 10년의 무명을 견디고 빛을 본 배우도 한번에 무너뜨리는 게 학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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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DB, '나혼산' '곽튜브'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