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범(28)의 '네덜란드 명문' 페예노르트 로테르담 데뷔전 무대가 드디어 정해졌다.
페예노르트는 17일(이하 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당국은 황인범에게 거주 허가 및 워크퍼밋을 발급했다. 이로써 그는 페예노르트에서 즉시 훈련하고 경기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라고 발표했다.
이어 페예노르트는 "한국 대표로 A매치 61경기를 치른 황인범은 최근 세르비아 챔피언 츠르베나 즈베즈다를 떠나 페예노르트에 합류했다. 그는 2028년 여름까지 4년 계약을 맺었다. 경험이 풍부한 황인범은 이제 오는 목요일 바이엘 레버쿠젠과 챔피언스리그 첫 경기에서 페예노르트 소속으로 데뷔전을 치를 수 있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페예노르트는 오는 20일 열리는 네덜란드 로테르담 스타디온 페예노르트에서 열리는 2024-2025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1차전에서 '분데스리가 챔피언' 레버쿠젠과 맞대결을 펼친다. 레버쿠젠은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최초로 무패 우승을 달성한 팀이다.
마침 9월 20일은 황인범의 28번째 생일이기도 하다. 생일날 페예노르트 유니폼을 입고 첫 경기를 뛰게 될 가능성이 큰 황인범이다. 그는 이달 초 페예노르트에 공식 입단했지만, 워크퍼밋 문제로 15일 치러진 흐로닝언전에는 뛰지 못했다. A매치 휴식기 안에 해결될 것으로 보였으나 생각보다 절차가 길어졌다.
페예노르트는 지난 3일 황인범 영입 소식을 알렸다. 페예노르트는 "우리는 미드필더 강화를 위해 경험이 많은 황인범과 계약했다. 세르비아 챔피언 츠르베나 즈베즈다에서 넘어온 그는 2028년 여름까지 4년 계약을 맺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황인범은 등번호 4번을 받았다.
페예노르트는 황인범을 품기 위해 클럽 레코드를 경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르비아 매체들에 따르면 그의 이적료는 1000만 유로(약 148억 원) 수준에 달한다. 이는 페예노르트의 구단 역대 최고 이적료인 830만 유로(약 122억 원, 다비드 한즈코)를 뛰어넘는 액수다. 다만 황인범의 바이아웃 금액으로 알려진 800만 유로(118억 원)라는 주장도 있다.
K리그를 거쳐 캐나다, 러시아, 그리스에 이어 네덜란드 무대를 누비게 된 황인범. 그는 "여기 오게 돼 매우 기쁘다. 즈베즈다 동료 우로시 스포이치는 이미 내 이적이 옳은 결정이라고 했다. 페예노르트는 내가 지금까지 뛰었던 클럽 중 가장 큰 클럽이고, 유럽에서도 빅클럽이다. 오래 머물고 싶다"라며 "홈 경기마다 경기장이 꽉 찬다고 알고 있다.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라고 입단 소감을 밝혔다.
대전 출신 황인범은 지난해 여름 즈베즈다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전 소속팀 그리스 올림피아코스와 갈등을 겪은 끝에 이적시장 막판 즈베즈다로 향했다. 빅리그 러브콜을 받기도 했으나 이적료 협상에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즈베즈다가 지불한 금액은 550만 유로(약 81억 원)에 달했다.
황인범은 세르비아 리그에서도 실력을 증명했다. 곧바로 주전 자리를 꿰찬 그는 공식전 35경기에서 6골 7도움을 올렸고, 꿈에 그리던 UCL 무대에서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1골 1도움을 터트리기도 했다. 그 덕분에 즈베즈다는 리그와 세르비아컵을 동반 우승하며 '더블'을 달성했다.
세르비아 리그 MVP까지 거머쥔 황인범.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프랑스 AS 모나코와 OGC 니스, 독일 프랑크푸르트, 스페인 레알 베티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중위권 팀 등이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스카우트들도 여러 차례 경기장을 방문해 황인범의 실력을 체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인범도 마지막까지 이적을 고민했다. 그는 지난 29일 즈베즈다의 UCL 본선 진출을 이끈 뒤 "하루 동안은 축구 생각을 하지 않게 해달라. 내가 남을지는 모르겠지만, 이적시장 마감까지 3일 남아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겠다"라고 솔직하게 밝혔다.
세르비아 '텔레그래프'는 황인범의 즈베즈다 잔류를 확신하기도 했다. 매체는 "큰 축하 행사가 끝난 뒤 즈베즈다 팬들은 아주 좋아하는 선수 중 한 명이자 최고의 선수 황인범의 말을 듣고 걱정했다"라며 "하지만 보드진이 빠르게 움직였다. 황인범은 확실히 마라카나(즈베즈다 홈구장)에 남을 것이다. 즈베즈다와 함께 UCL에서 뛰고 싶다는 그의 소망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반전이 있었다. 마르코 마린 즈베즈다 단장이 직접 황인범의 이적 가능성을 시사한 것. '인포머'에 따르면 그는 "황인범은 떠날 가능성이 있다. 그는 최고의 선수고, 이 팀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투혼으로 보여줬다"라며 우리는 기다릴 것이다. 떠나고 싶다면 그럴 수 있다. 우리는 여러 제안을 받았다. 황인범과 함께 가장 좋은 방법을 찾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인정했다.
결과적으로 황인범은 네덜란드로 향했다. 에레디비시 우승 16회를 자랑하는 페예노르트뿐만 아니라 또 다른 네덜란드 명문 아약스도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그러나 페예노르트는 영입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1000만 유로를 베팅했고, 최후의 승자가 됐다.
페예노르트는 과거 송종국과 이천수가 뛰었던 팀으로 지난 시즌 리그 2위를 차지했다. 아약스와 달리 올 시즌 UCL에도 출전한다. 페예노르트는 UCL에서 레버쿠젠을 시작으로 지로나, 잘츠부르크, 벤피카, 스파르타 프라하, 맨체스터 시티, 바이에른 뮌헨, 릴과 맞대결을 펼친다.
황인범은 지난 시즌 처음으로 UCL 무대를 밟았다. 그는 즈베즈다에 입단하며 "(손)흥민이 형과 (황)희찬이가 '맨시티를 상대로는 90분 동안 미친듯이 많이 뛸 준비를 해야 한다'고 하더라"라며 "나는 팀을 도울 준비가 돼 있고 개처럼 달릴 준비가 돼 있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실제로 맨시티를 상대로 실력을 증명하며 팬들과 한 약속을 지켰다.
이번에 페예노르트를 택한 데도 UCL의 존재가 컸다. 아약스는 올 시즌 UEFA 유로파리그(UEL)에 나선다. 황인범은 "지난 시즌 UCL 무대를 경험했다 보니 그 무대가 얼마나 영광스럽고 소중한 자리인지 느꼈다. 물론 UEL도 경험해 봤지만, 무게감도 다르고 상대팀들 수준도 굉장히 다르다. 선수로서 발전할 수 있는 부분이 너무 많다. 그런 영향도 없지 않아 있었다"라고 말했다.
한편 브리안 프리스케 페예노르트 감독도 이미 황인범에게 신뢰를 보내고 있는 눈치다. 황인범은 "(이적 전) 감독님께서 내게 '6번, 8번, 10번 어떤 포지션이든 팀이 원하는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장면을 많이 봤다'고 하셨다. 어떤 포지션이 가장 편하냐는 질문도 받았다. 난 팀이 원하는 역할과 시스템이 확실하다면 어떤 포지션에서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그런 부분을 소통했다"라고 전했다.
황인범은 감독의 주문만 확실하다면 어느 위치든 소화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포지션보다는 어떤 위치에서 어떤 역할을 원한다는 것만 알게 되면 그 역할에 늘 충실했다. 또 선수 생활을 하면서 감독님들이 원하는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 좋은 장면도 많이 만들었다는 자부심, 자신감도 있다. 어떤 역할이 주어져도 다 자신 있다"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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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츠르베나 즈베즈다, 페예노르트 로테르담 소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