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후의 명곡’ 임다미가 뿌리인 대한민국에서 디바로서 존재감을 제대로 뽐냈다. ‘아름다운 강산’을 외친 임다미가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불후의 명곡’ (연출 박민정 박형근 김성민 박영광) 672회는 전국 4.9%로 동시간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이는 85주 1위 달성으로 한가위 연휴에도 막강한 파워를 과시했다.
지난 14일 방송된 KBS2 ‘불후의 명곡’ 672회는 한가위 맞이 ‘명사특집 이순재 편’ 2부로 벤, 카이, 손승연, 몽니, 임다미가 차례로 무대에 올라 대중문화계의 역사이자 최고령 국민배우, 이순재의 인생 곡들을 재해석했다.
3년 만에 ‘불후’에 출연한 ‘작은 거인’ 벤이 이미자의 ‘서울이여 안녕’으로 2부 첫 무대를 밟았다. 벤은 응축된 한이 서린듯한 단단한 감성 보컬로 초반부터 무대를 꽉 잡았다. 흔들리지 않는 고음에 가득 찬 벤의 섬세한 감정 표현이 돋보였다. 슬픔을 토하는 듯 내질렀다가 숨죽여 소리를 모을 때는 듣는 이들의 마음 속 큰 동요를 자아냈다. 이에 대니 구는 “무대에 서사가 있었고 연주가 시적이라 와 닿았다”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이순재와 함께 한 연극에서 호흡하고 있는 카이가 8년 만에 ‘불후’ 무대로 달려왔다. 카이는 이순재를 향한 존경의 마음을 가득 담아 무대를 헌정했다. 특히, 카이는 무대 말미 자신의 음악 스승인 고(故) 박인수가 생전 ‘향수’를 부르던 모습에 자신의 목소리를 덧대며 큰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카이는 묵직한 보컬과 성량으로 모두의 마음에 울컥하는 눈물과 따뜻한 미소를 공존하게 만들었다. 카이의 무대에 눈물을 쏟은 박애리는 “카이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진 듯했다”라고 감탄했다. 카이가 벤을 꺾고 1승했다.
손승연이 에디트 피아프의 ‘사랑의 찬가’로 세 번째 바통을 받았다. 이번 무대를 위해 프랑스어 과외까지 받았다는 손승연은 가사를 유려하게 소화하며 땀방울의 결실이 담긴 무대를 선보였다. 한 순간도 눈 뗄 수 없는 감정의 크레센도를 쌓아올리며 특유의 폭발하는 가창력을 뿜어냈다. 상실과 고난 속에서도 삶을 살아가겠다는 노래의 메시지가 손승연의 무대로 뜨겁게 피어올랐다. 임다미는 “넋 놓고 바라볼 수 밖에 없는 무대였다”라고 전했다. 손승연이 카이보다 많은 득표를 얻어 1승에 성공했다.
네번째 주인공으로 몽니가 호명됐다. 트로피 10개 수집을 위해 이번 이순재 편 우승 트로피에 대한 갈망을 나타낸 몽니는 조수미의 ‘불인별곡’ 무대를 꾸몄다. 몽니는 도입부부터 기타를 활로 켜는 이색적인 연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몽니는 내내 도전적인 편곡과 꽉 찬 밴드 사운드로 저력을 뽐냈다. 특히, 무대 중간 국악인 이봉근이 등장해 소리를 더하며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몽니의 무대에 대해 박애리는 “몽니 밴드 자체의 에너지도 대단한데 소리가 더해져서 에너지가 폭발했다”라며 박수를 보냈다. 손승연이 몽니를 한 번 더 제치며 2연승의 주인공이 됐다.
피날레는 임다미의 무대였다. 임다미는 이선희의 ‘아름다운 강산’을 선곡, 조국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피아노 연주와 함께 무대 초반을 장식한 임다미는 이내 무대의 한 가운데서 청량 음료처럼 속이 뻥 뚫리는 보컬로 환희를 선사했다. 임다미는 자신의 뿌리가 한국이라는 것을 입증하듯 한국적이면서도 청명한 보컬로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무대의 기쁨을 만끽하는 매너와 에너지 넘치는 고음이 섞여 시너지를 냈다. 임다미의 무대에 이순재는 “역시 대단하다. 국제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정말 열창이었다”라고 아낌없는 칭찬을 쏟았다.
이순재는 2부에 걸친 특집에 임한 소감에 대해 “’불후의 명곡’일 뿐만 아니라 ‘불후의 명창’이다”며 “우리 젊은이들에 큰 희망을 갖고 있다. 전부 글로벌 스타가 될 수 있는 바탕이 돼 있다”라며 “이제 우리가 제대로 밀어만 준다면 각 분야에서 훌륭한 선배들 이상의 역량을 발휘할 것이다. 이게 우리 젊은 세대의 힘이고 능력이다. 든든하다”라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임다미가 손승연의 3연승을 저지하며 최종 우승의 자리에 올랐다. 임다미는 이순재가 건넨 트로피를 받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감격했다.
한편, 이날 깜짝 영상 편지의 주인공으로 유연석이 등장했다. 유연석은 “이순재 선생님은 가르칠 때나 녹화장으로 가실 때나 언제나 손에서 대본을 놓지 않으셨다”라며 은사인 이순재에 대한 존경과 사랑의 마음을 표현했다. 유연석은 스승으로서, 배우로서 마르지 않는 이순재의 연기 열정에 경의를 나타내 모두의 공감을 샀다.
이번 ‘명사특집 이순재 편’은 구순을 맞이하도록 묵묵하게 연기 인생을 걸어온 이순재의 연기 역사와 철학을 톺아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또, 이순재의 애창곡이 실력파 가수들의 목소리를 통해 풍성한 무대로 다시 탄생해 즐거움을 선사했다. /kangsj@osen.co.kr
[사진] KBS 2TV ‘불후의 명곡’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