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우(25, 전북현대)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전북 데뷔골을 뽑아낸 뒤 엠블럼에 입을 맞췄다.
전북현대는 14일 오후 7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30라운드에서 수원FC에 6-0 승리를 거뒀다. 3경기 연속 무실점이다.
이로써 전북은 8승 9무 13패(승점 33)로 10위에 자리했다. 같은 시각 대구에 패한 8위 제주(승점 35)와 격차는 이제 단 2점. 전북은 오는 22일 열리는 9위 대전(승점 34)과 맞대결에서 승리한다면 생존 싸움에서 크게 치고 나가게 된다.
화끈한 화력쇼였다. 전북은 전반 18분 이영재의 선제골로 포문을 연 뒤 후반 7분 송민규의 페널티킥 득점으로 달아났다. 그리고 이승우와 전진우의 전북 데뷔골, 안드리고의 득점까지 엮어 6-0 대승을 완성했다. 특히 전북 이적 후 공격 포인트가 없던 이승우가 친정팀을 상대로 1골 2도움을 올리며 펄펄 날았다.
전진우도 전북 유니폼을 입고 첫 골을 신고하며 잊지 못할 하루를 만들었다. 지난 여름 수원삼성을 떠나 전북에 합류한 그는 꾸준히 '슈퍼 조커'로 활약했지만, 공격포인트와는 연이 닿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전진우는 후반 막판 안드리고의 롱패스를 받아 뒷공간을 질주한 뒤 침착하게 수비를 따돌리고 골망을 흔들었다. 그는 송민규의 트레이드마크 세레머니를 선보였고, 가슴팍의 엠블럼에 입을 맞추며 전북 팬들을 열광케 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전진우는 "한 팬분께서 엠블럼 키스 세레머니를 해주면 좋겠다고 하셨다. 나도 이제는 전북 선수고 여기서 모든 걸 쏟아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전북에 와서 많은 응원을 받고 있다. 그에 대한 보답으로 엠블럼 키스를 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두 팔을 주먹질하듯 휘젓는 '송민규 세레머니'도 모두 준비된 이벤트였다. 전진우는 "경기하기 전에 민규와 맞췄다. 그 세레머니를 같이 하자고 그러더라. 그래서 같이 했다. 세레머니가 은근 맛이 있더라. 팀 훈련에서 골 넣고 해봤다. 민규가 몇 번 알려줬다. 내가 처음에 하니까 민규가 '그거 아니다. 손을 펴야 한다'고 알려줬다"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수원삼성 시절보다 몸놀림이 훨씬 가벼워진 전진우다. 그는 "별다른 생각은 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좋은 선수들과 같이 하다 보니까 나도 내 할 것만 딱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수원에서는 뭔가 더 많은 걸 해야 한다고 느꼈다면 여기선 내가 할 것만 하면 알아서 다 잘해준다. 그냥 내가 할 일에만 신경 쓰다 보니까 조금 더 좋게 보이지 않나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무래도 수원에 있을 땐 더 많은 응원을 받았다. 항상 그에 대한 보답을 하기 위해 내가 많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항상 더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북에 와서는 워낙 좋은 선수들도 많고, 내 역할만 딱딱 알려주시니까 그것만 하려고 한다. 오히려 마음 편하게 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전진우는 전북 데뷔골을 넣고도 '드디어'라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고 밝혔다. 그는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크게 기쁘다기보다는 '드디어 팀에 조금씩 보탬이 되겠구나'라는 마음이 더 컸다"라며 "전북에서 날 여름에 영입하면서 더 많은 공격 포인트를 원했을 것이다. 그런데 너무 늦게 터져서 많이 아쉬웠다. 그래도 더 늦었을 수도 있다. 오늘이라도 터져서 다행이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이 기록해서 꼭 잔류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잔류 싸움을 펼치고 있는 대전과 대구도 최근 기세가 무섭다. 전진우는 "아직도 순위가 밑에 있다. 다른 하위권 팀도 많이 이겼더라. 우리는 그냥 최근 분위기가 좋은 만큼 흐름 잘 타겠다. 선수들끼리 남은 경기 다 이기자고 한다. 그렇게 준비하겠다"라며 "(경쟁팀들) 결과를 보면 '얘네도 다 이겼구나' 그런다. 올해가 가장 치열한 강등 싸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내다봤다.
끝으로 전진우는 달라진 팀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솔직히 처음에 왔을 땐 많이 가라앉아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결과도 좋다. 물론 선수들이 절대 만족하진 않는다. 오늘도 이기고 있지만, 형들이 실점하면 안 된다고 화도 내고 강하게 소리 치셨다. 오늘 승리가 좋은 일이긴 하지만, 더 좋은 모습으로 남은 경기 다 이기자고 말했다. 잔류에 더 신경 써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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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전북현대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