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잡이에게 중요한 건 시간이 얼마나 있느냐가 아니었다. 주민규(34, 울산 HD)가 경기 막판 투입되고도 귀중한 쐐기골을 터트렸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0일 오후 11시(이하 한국시간) 오만 무스카트의 술탄 카부스 종합운동장에서 오만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2차전에서 3-1로 승리했다.
이로써 홍명보호는 지난 팔레스타인전 충격을 딛고 첫 승을 신고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은 지난 5일 안방에서 팔레스타인과 0-0으로 비기며 휘청였지만, 험난한 오만 원정에서 3-1 승리를 거두며 반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부임 후 첫 A매치를 1승 1무로 마무리하며 절반의 성과를 거둔 홍명보 감독이다.
쉽지 않은 경기였다. 한국은 전반 10분 황희찬의 벼락 같은 선제골로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전반 중반부터 기동력이 떨어지며 흐름을 내주기 시작했다. 결국 추가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동점골을 내주며 1-1로 전반을 마무리했다. 상대 프리킥이 정승현 머리 맞고 굴절되며 골문 안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후반에도 오만의 기세가 매서웠다. 손흥민이 얻어낸 페널티킥이 오랜 온필드 리뷰 끝에 취소되는 일까지 겹쳤다. 하지만 한국은 후반 37분 손흥민의 환상적인 감아차기 골과 후반 추가시간 주민규의 쐐기골에 힘입어 3-1 승리를 완성했다.
이날 주민규는 팔레스타인전과 달리 벤치에서 출발했다. 그 대신 홍명보 감독은 '젊은 피' 오세훈에게 최전방을 맡겼다. 주민규는 후반 44분에야 교체로 경기장에 들어섰다.
하지만 주민규에게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는 투입되자마자 슈팅을 날리며 예열했고, 후반 추가시간 11분 손흥민이 내준 패스를 강력한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끈질기게 추격하는 오만의 의지를 꺾는 시원한 골이었다.
주민규는 득점 후 공을 배에 넣고 손가락을 입에 물며 '임신 축하 세리머니'를 펼쳤다. 11월 말 또는 12월 초쯤 예쁜 아이가 태어날 예정이다. 첫 아이를 기다리고 있는 그는 이번 득점을 아내에게 바쳤다.
사실 상대 골키퍼의 좋은 선방만 아니었다면 멀티골을 넣어도 이상하지 않았던 주민규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에 따르면 그는 추가시간 포함 약 17분을 뛰면서 1골, 슈팅 3회, 기회 창출 3회 등을 기록했다.
믹스트존에서 만난 주민규는 "최종 예선 첫 원정이었다. 굉장히 힘든 경기를 예상했다. 그래도 팀원들과 어려운 상황 속에서 골도 넣고 이길 수 있어서 아주 좋은 하루였다"라고 말했다.
후반 막판 투입될 때는 어떤 마음가짐이었을까. 주민규는 "2-1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수비적으로 단단하게 하려 했다. 이기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흥민이가 좋은 찬스에서 내줘가지고 골까지 넣을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주민규와 오세훈의 최전방 경쟁 구도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 모두 홍명보 감독과 울산에서 함께한 공격수다.
주민규는 오세훈 이야기가 나오자 "세훈이는 세훈이만의 장점이 있다. 또 난 나만의 장점이 있다. 감독님이 둘 다 아시니까 팀 상황에 따라 잘 활용하시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이것만큼은 자신이 더 잘한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는지 묻자 "세훈이가 정말 잘한다. 그래도 내가 K리그에서 많은 골을 넣었던 것 같다"라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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