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 황희찬(28, 울버햄튼 원더러스)은 자리를 가리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0일 오후 11시(이하 한국시간) 오만 무스카트의 술탄 카부스 종합운동장에서 오만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2차전에서 3-1로 승리했다.
이로써 홍명보호는 지난 팔레스타인전 충격을 딛고 첫 승을 신고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은 지난 5일 안방에서 팔레스타인과 0-0으로 비기며 휘청였지만, 험난한 오만 원정에서 3-1 승리를 거두며 반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부임 후 첫 A매치를 1승 1무로 마무리하며 절반의 성과를 거둔 홍명보 감독이다.
쉽지 않은 경기였다. 한국은 전반 10분 황희찬의 벼락 같은 선제골로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전반 중반부터 기동력이 떨어지며 흐름을 내주기 시작했다. 결국 추가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동점골을 내주며 1-1로 전반을 마무리했다. 상대 프리킥이 정승현 머리 맞고 굴절되며 골문 안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후반에도 오만의 기세가 매서웠다. 손흥민이 얻어낸 페널티킥이 오랜 온필드 리뷰 끝에 취소되는 일까지 겹쳤다. 하지만 한국은 후반 37분 손흥민의 환상적인 감아차기 골과 후반 추가시간 주민규의 쐐기골에 힘입어 3-1 승리를 완성했다.
황희찬의 활약이 없었다면 승리도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는 익숙한 측면이 아니라 중앙에 배치됐지만, 과감한 슈팅으로 선제골을 뽑아내며 기선을 제압했다. 그 덕분에 한국은 오만에 한 골을 내주고도 끌려다니지 않을 수 있었다.
경기 후 황희찬은 "최종 예선 시작하기 전부터 결과가 중요한 걸 알고 있었다. 이렇게 결과를 가져왔다. 긍정적인 장면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일단 결과를 내서 너무 기쁘다. 정말 중요한 승점 3점을 얻은 것 같다.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는 데 더 힘이 될 수 있는 경기였던 것 같다"라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홍명보 감독은 황희찬에게 어떤 플레이를 주문했을까. 그는 "감독님이 가운데 10번 자리에서 뒷공간으로 많이 빠져 다니라고 하셨다. (손)흥민이 형과 (오)세훈이와 연결 플레이, 그리고 (이)강인와 (황)인범이 다 같이 연결 플레이를 많이 주문하셨다. 또 뒤로 들어가는 움직임, 포켓 위치에서 공을 받아주는 부분을 많이 얘기하셨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런 부분들이 오늘 잘 나왔던 것 같다. 이제 두 번째 경기인 만큼 당연히 발전해야 할 부분도 있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결과를 가져왔고, 좋은 장면도 많이 나왔다. 골 장면도 좋았다"라며 "정말 좋은 선수들이 많다. 그런 좋은 장면들을 더 많이 만들어 나가는 게 팬분들께 보여드려야 할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측면에서 저돌적인 돌파를 즐기는 황희찬인 만큼 '10번' 역할은 낯설었을 터. 그럼에도 그는 "그렇게 많이 뛰어보진 않았지만, 이번 소속팀 프리시즌에서도 중앙에서 계속 뛰었다. 그리고 공격 포지션은 어렸을 때부터 거의 다 뛰어왔다"라고 말했다.
홍명보 감독과 많은 대화를 주고받은 황희찬이다. 그는 "감독님하고도 얘기를 많이 했다. 감독님이 자세하게 얘기를 해주셨다. 경기 중에도 하프타임에도 계속 감독님과 얘기했다. 그 덕분에 우리가 더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날 후반 추가시간은 무려 16분이 주어졌다. 황희찬은 "생각했던 것보다 좀 길었다. 어쨌든 우리는 계속해서 더 골을 넣으려고 공격했다. 그게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인 것 같다. 추가시간이 얼마가 주어지든 마지막까지 이기려 할 것이다. 오늘도 결과를 가져왔다"라며 "우리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꼭 이기는 경기를 보여드리고 싶다. 앞으로 최종 예선에서도 그런 경기를 많이 하고 싶다"라고 굳게 다짐했다.
한편 황희찬은 인생에서 몇 번째로 더운 경기였냐는 마지막 질문에 "제일 더웠다"고 답하며 버스에 올라탔다. 이날 킥오프를 앞둔 술탄 카부스 종합운동장의 체감 온도는 42도, 습도는 83%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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