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오만은 이미 축제 분위기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0일 오후 11시(이하 한국시간) 오만 무스카트의 술탄 카부스 종합운동장에서 오만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2차전 맞대결을 치르고 있다. 전반이 끝난 현재 양 팀은 1-1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한국은 4-2-3-1 포메이션으로 시작했다. 오세훈이 최전방을 책임졌고, 손흥민-황희찬-이재성이 공격 2선을 맡았다. 박용우-황인범이 뒤를 받쳤고, 이명재-김민재-정승현-설영우가 수비 라인을 꾸렸다. 골문은 이번에도 조현우가 지켰다.
팔레스타인전과 비교하면 5자리가 바뀌었다. 교체 출전했던 오세훈, 황희찬, 이명재가 선발 자리를 꿰찼다. 지난 경기에선 벤치에서 대기했던 정승현과 박용우도 새로 선택받았다. 변화를 예고했던 홍명보 감독은 베스트 11 중 절반을 바꾼 파격 라인업을 꺼내들었다.
오만의 무더위는 물론이고 오만 팬들의 뜨거운 응원을 이겨내야 하는 태극전사들이다. 이날 킥오프 직전 날씨는 체감 온도 42도, 습도 83%에 달했다. 그야말로 살인적인 날씨.
초반 분위기는 좋았다. 홍명보 감독의 용병술이 빠르게 성과를 냈다. 몰아붙이던 한국은 황희찬의 벼락 같은 선제골로 기선을 잡았다. 황희찬은 전반 10분 박스 부근에서 손흥민이 공을 내주자 과감하게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한국은 이후로도 주도권을 쥐고 추가골을 노렸다. 중국 국적 마닝 주심의 아쉬운 판정이 겹치기도 했지만, 손흥민과 이강인을 앞세워 양 측면을 파고들었다. 전반 20분 이명재의 발리 슈팅은 골키퍼가 막아냈고, 전반 25분 박스 안에서 나온 정승현의 강력한 슈팅도 골키퍼 선방에 걸렸다.
홈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은 오만도 반격하기 시작했다. 전반 25분경부터 오만이 높이 전진해 한국 수비를 두드리는 횟수가 많아졌다. 전방 압박으로 공을 끊어내는가 하면 몇 차례 위협적인 슈팅을 만들기도 했다. 황희찬의 선제골로 조용해졌던 오만 팬들은 박수갈채를 보내며 신을 내기 시작했다.
우려하던 일이 터졌다. 한국은 전반 추가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동점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왼쪽에서 오만 하리브 알 사디가 올린 프리킥이 정승현 머리에 맞고 굴절되며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술탄 카부스 경기장은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오만 관중들은 일제히 일어나 괴성을 질렀고, 기자 옆에 앉은 오만 미디어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황희찬의 골을 조용히 기뻐했던 한국 취재진과 달리 박수를 치고 소리를 지르며 동점골을 만끽했다.
한 오만 취재진은 기자에게 양 검지로 '1-1'을 만들어 보이며 씩 웃었다. 그는 "이제 우리가 이길 거야. 너네가 질 거야"라며 자신만만한 도발까지 펼쳤다. 후반전 태극전사들이 제대로 복수해 주길 응원하는 수밖에 없다.
/finekos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