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권(34)과 정우영(34, 이상 울산 HD)이 12년 전 홍명보 감독과 함께 만들었던 '좋은 기운'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오는 10일 오후 11시(이하 한국시간) 술탄 카부스 종합운동장에서 오만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2차전 맞대결을 치른다.
무조건 승리가 필요하다. 여러 잡음과 비판 속에 재출항한 홍명보호는 지난 5일 안방에서 열린 데뷔전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상대는 FIFA 랭킹 96위 팔레스타인이었지만, 결과는 0-0 무승부였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훼손된 잔디도 도와주지 않았으나 한국의 결정력과 경기력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후반 막판 손흥민의 결정적인 슈팅이 골대를 때리는 등 운도 따르지 않았다.
아쉬워할 틈도 없었다. 곧바로 오만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대표팀은 15시간에 달하는 고된 여정 끝에 현지 시각으로 7일 오후 12시경 무스카트 공항에 들어서며 오만 땅을 밟았다. 그리고 당일 저녁부터 알 시브 스타디움에서 훈련하며 현지 적응을 시작했다. 잔디 상태가 비교적 좋은 알 시브 스타디움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는 대표팀이다.
오만은 21년 전 한국에 '오만 쇼크'를 안겨줬던 상대다. 한국은 마지막 오만 원정이었던 2003년 10월 아시안컵 예선에서 후반에만 3실점하며 1-3으로 역전패한 아픈 기억이 있다.
다만 홍명보 감독은 다르다. 그에게 오만은 좋은 기억이 남아있는 땅이다. 2012년 2월 홍명보 감독이 이끌었던 23세 이하(U-23) 대표팀은 무스카트에서 열린 원정 경기에서 오만을 3-0으로 제압했다.
그 덕분에 한국은 런던 올림픽 본선 진출을 확정 지었고, 이는 추후 동메달로 이어졌다. 당시 홍명보 감독은 승리 후 선수들의 헹가래까지 받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시간이 오래 흘렀지만, 홍명보 감독도 잊지 않고 있었다. 그는 헹가래까진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알 시브 스타디움이 바로 12년 전 승리했던 장소라고 언급했다. 또한 홍명보 감독은 "아무래도 오만이란 곳은 낯설다. 하지만 이렇게 예전에 좋은 기운이 있는 곳으로 오니 나쁘진 않다"라며 빙그레 웃었다.
현재 대표팀에도 당시 홍명보 감독과 기쁨을 함께 나눴던 선수들이 있다. 바로 '울산 듀오' 베테랑 수비수 김영권과 미드필더 정우영.
12년 전 김영권은 홍정호와 호흡을 맞추며 팀의 무실점 승리를 이끌었다. 정우영은 직접 경기장을 누비진 않았지만, 벤치에서 힘을 불어넣었다. 동메달 신화의 서막이 오르는 순간을 함께했던 둘이다.
시간이 흘러 알 시브 스타디움에서 다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김영권과 정우영. 대표팀 최고참이 된 둘은 홍명보호의 첫 승을 위해 부지런히 담금질 중이다. 만약 김영권과 정우영이 이번에도 '좋은 기운'을 불어넣으며 팀을 승리로 이끈다면, 홍명보 감독과 또 다른 이야기의 '첫 페이지'를 쓸 수 있다.
물론 둘의 오만전 선발 출격은 미지수다. 김영권과 정우영은 팔레스타인전에서 나란히 선발로 나섰지만, 팀 전체가 흔들리면서 기대한 만큼 활약해 주진 못했다. 게다가 두 선수 모두 이제는 전성기도 지난 나이인 만큼 체력적 부담도 있을 수밖에 없다. 홍명보 감독도 직접 변화를 예고한 만큼 벤치에서 후반전을 기다릴 가능성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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