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살이 더이상 노처녀가 아닌 시대에, '내 이름은 김삼순 2024'가 19년 만에 시청자들을 찾아온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어떤 반응을 얻게 될까?
5일 오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웨이브 뉴클래식 프로젝트-다시 쓰는 '내 이름은 김삼순'' 언론시사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주연 배우 김선아, 정려원, 김윤철 감독 등이 참석해 19년 만에 한 자리에 모였다.
OTT 플랫폼 '웨이브 뉴클래식 프로젝트'는 명작으로 회자되는 2000년대 대표 드라마를 2024년 버전으로 신작화하는 프로젝트다. 원작의 주요 스태프들이 직접 제작에 참여해 기존 퀄리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현 시청 트렌드를 반영해 기존 16부작 버전의 드라마를 60분 분량의 6~8부작으로 재해석한 OTT 시리즈물 형태로 제공한다.
그 첫 번째 포문을 열 주인공은 2005년 방송된 MBC '내 이름은 김삼순'이다. 배우 김선아(김삼순 역)와 정려원(유희진 역)은 물론이고, 당시 '뉴페이스' 현빈(현진헌 역)과 다니엘 헤니(헨리 킴 역)가 스타덤에 올라선 작품으로, 방영 당시 50%가 넘는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고 평균 36.9%를 나타내는 등 전국을 '삼순이 신드롬'에 빠지게 했다. 김선아는 그해 'MBC 연기대상' 영예의 대상을 차지했다.
화질과 음질을 업스케일링해 OTT 시리즈로 재탄생한 '감독판 내 이름은 김삼순 2024'는 김윤철 감독의 재구성으로 메인 캐릭터들의 서사를 강화했다. 오리지널 16부작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8부작으로 축약했고, 결과적으로 김삼순♥현진헌의 일과 사랑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결과물이 나왔다.
김선아는 "작년에 '가면의 여왕'을 끝내고 쉬면서 운동을 하면서 보냈다. 5월 말에 '김삼순' 리마스터링 얘기를 듣고 놀라고 설레고 기뻤다. 오늘을 위해서 살짝 복습을 했는데, 이제는 기억이 살짝 흐려졌다. 삼순이 공부를 며칠했고, 다시 봐도 재밌더라. 너무 좋은 작품이었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도 있는 것 같다"며 소감을 밝혔다.
정려원은 "전작 '졸업'을 끝내고 쉬고 있다가 연락을 받았다. 리마스터 버전으로 나온다고 들었는데, 전조 증상이 있었다. 인스타그램에 피드들이 계속 올라오더라. 요즘에 왜 자꾸 보이지? 싶었는데 그 얘기를 들으니까 신기했다. 내가 예전에 푸릇푸릇했구나 했는데, 전화를 받고 반가웠다. 내가 미니시리즈에 첫 입문한 작품이라서 감회가 새로웠다"며 남다른 소감을 공개했다.
"김삼순은 어떤 의미냐?"는 질문에 김선아는 "'김삼순=김선아'인 것 같다. 이렇게 시간이 지났다는 걸 못 느끼고 있었는데, 숫자로 19년을 박아주니까 이렇게 지났나? 싶더라. 늘 항상 곁에 있는 것 같아서 시간이 흐르는 걸 몰랐다"며 "삼순이는 마음 속 깊이 가장 친한 친구 같은 캐릭터고 작품 같다. 리마스터링 된다고 했을 때, 이런 적이 있었을까? 대단한 명작에 출연했구나 했다. 리마스터링 해주셔서 감사하다. 여러분께 인사드릴 수 있어서 기쁘다"며 벅찬 소감을 언급했다.
정려원은 "'김삼순'은 동아줄 같은 작품이었다. 원래 아침드라마로 데뷔하고 시트콤, 국군 드라마 등을 했다. 미니시리즈를 정말 하고 싶었는데, 연이 닿지 않아서 못하고 있다가 오디션에 계속 떨어졌다. 마지막에 '나 오디션 안 봐'하는 마음으로, 메이크업도 안 하고 내 옷을 입고 갔다. 그때 감독님께서 '그냥 편하게 입고 왔네요 려원씨 옷이에요?' 그러셨다. 그 얘기에 퉁명스럽게 대답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유희진 캐릭터를 해주실 의향 있냐고 물어보시길래 '네'라고 대답했고, 그 뒤로는 다 꿈 같았다. 감독님이 세상의 빛 같았다. '연이 이렇게도 이뤄지는구나' 했다. 현장을 신기해하면서 다녔는데,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이 드라마가 성공하면서 그때부터는 덜컥 겁도 났다. 그때의 희망으로 작품 잘 하면서 지냈다"고 말했다.
또한 정려원은 "리마스터링이 나온다고 들었을 때 당시 감정이 요즘 친구들한테 먹힐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니즈에 맞춰서 편집이 됐다고 하니까 기대된다"며 "과거에는 삼순이가 노처녀로 나왔는데 나이가 29살이었다. 요즘 29살은 애기들이다. 그리도 유희진이 암 선고를 받았던 나이가 24살이었다. 그런 애들 둘이서 엄청 치열하게 한 남자를 두고 싸우더라. 그 모습이 귀여웠다. 오픈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과거와 비교해 평이 가장 달라지는 캐릭터는 단연 현빈이 연기한 현진헌 캐릭터다. 약 20년 전 현진헌, 일명 삼식이 캐릭터는 재벌 2세, 백마탄 왕자 캐릭터 등으로 엄청난 사랑을 받았으나, 현재 유튜브 채널 등에서 속칭 '지금보니 벤츠남이 아닌 똥차였다', '전 여친을 정리하지 못하고 양다리를 걸치는 남자' 등으로 아쉬운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감독은 "조금 심하게 얘기하면 그때는 '백마탄 왕자' '재벌남' '나쁜남자' 등으로. 통용 됐다. 그때는 아마 시청자분들이 용인이나 용서해 준 것 같다. 지금 눈높이에서 보면 '제가 봐도 이건 너무하다'라는 생각이 들더라"며 "현진헌이 갖고 있는 태도, 화법, 사람을 대하는 태도 등이 지금 시대 감각과 전혀 맞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최대한 이야기 서사를 방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컷이나 대사를 최대한 덜어냈다"고 말했다.
이어 "드라마를 보시는 분들 개개인마다 감수성이 다르시니까, 그런 부분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두렵기도 하다. 조심스럽긴 하다"고 덧붙였다.
현진헌은 삼순이와 소개팅 자리에서 3번이나 만난 남자를 자기 멋대로 쫓아내거나 훼방을 놓는데, 드라마 팬들은 "삼순이의 진짜 운명남은 소개팅남이었다"는 반응도 내놓고 있다.
김선아는 "지금도 그런 상황이 생기면 진헌이는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현진헌이라는 캐릭터가 약간 덜 성숙하고, 어린 삼순이 같다. 현진헌은 유희진과 김삼순 사이에서 갈팡질팡 했다. 미성숙함 때문에 과거에도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꼈다. 아마 각자 사랑하는 방식이 다르다보니 그런 것 같다. 진헌이는 어리고, 자기 감정에 너무 솔직해서 그렇다고 해석했는데 연애나 사랑은 혼자하는게 아니라서 상대적인 것 같다"고 털어놨다.
"2024년의 삼순이도 진헌이를 선택할까요?"라는 질문에 "어후..."라며 한숨을 쉬더니 "사랑은 항상 어렵다고 생각하지만...귀찮고 힘들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정려원 역시 "그때 유희진은 엄청 아픔을 이겨내고 와서 그 추억을 되찾으려고 엄청 싸웠다. 삼순이한테 찾아가서 남친 현진헌을 돌려달라고 한다"며 "근데 지금 와서 보면 현진헌을 잘 보내지 않았을까 싶다.(웃음) 삼순이에게 안전하게..덜 싸우고 갈등 없고 축하해 줬을 것 같다"고 고백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에 MC 박경림은 "유희진 옆에는 다니엘 헤니가 있었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마지막으로 김선아는 "한 작품으로 두 번의 인사를 드릴 수 있는 영광을 주셔서 감사드린다. 거의 20년 가까이 됐음에도 너무 많은 분들의 사랑과 응원을 받아서 너무너무 감사드린다. 삶과 사랑에 고민하는 남녀노소 누구나 2024년 버전을 보시고 용기와 희망을 가지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감독판 내 이름은 김삼순 2024'는 오는 6일 웨이브를 통해 8부작 전편이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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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준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