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도전하는 모습에 저도 힘을...". 웹툰작가 기안84가 관찰, 여행 예능에 이어 음악까지 도전해 감동을 선사하는 중이다.
최근 MBC 예능 프로그램 '태어난 김에 음악일주(약칭 음악일주)' 공식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는 한 시청자가 자필로 쓴 손편지로 시청후기를 남겼다. "'태어난 김에' 시청자 M"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시청 중에 처음으로 펜을 들고 싶다는 마음에 용기내 적어본다"라고 운을 뗐다.
특히 그는 "그저 솔직함에 꾸밈없는 모습에 많이 좋아하시지만, 조금은 너무 솔직해 부담스러운 모습도 있지만, 방송이기에 편견이 있었음을, '방송인데 저래도 돼?'라는 편견이 나에게 있었다는 걸 알았다"라며 "방송을 보면서 응원하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어서 불편한 펜을 끄적여 본다"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글쓴이는 "저 또한 용기를 내어 도전할까 말까 한 모습에 너무 공감이 됐고. 잘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도전하는 모습에 저도 힘을 (내) 도전해보려 한다"라며 "기안84 파이팅!"이라는 응원을 덧붙였다.
'음악일주'는 기안84가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가수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시즌3가 연거푸 방송돼 모두 호평받은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약칭 태계일주)' 시리즈의 스핀오프 작품으로, 인기 웹툰작가에서 예능인으로 대상까지 받은 기안84가 이번엔 음악을 통한 여행에 도전하는 모습을 비춘다.
기안84와 음악이라는 생소한 조합에 기획 단계부터 호기심을 자아냈던 '음악일주'. '태계일주' 시리즈를 통해 호평은 물론 지난해 MBC 연예대상 '대상'까지 수상한 기안84인 만큼 그의 새로운 도전이 예능적으로 어떻게 풀어질지 기대감을 자극했다. 이에 대한 제작진의 대답은 웃음도 웃음이지만 꿈과 도전이라는 감동 코드에 가까웠다.
방송에 앞서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된 티저 영상에서 기안84는 학창시절 꿈으로 '가수'를 적었을 정도로 어린 시절 음악에 대한 열망이 컸음을 고백했다. 그러나 음악을 전문적으로 배울 기회는 없었고, 현실적인 이유들로 또 다른 길인 웹툰작가로 성공했다. 여기에 예능으로 새 길을 열어준 '태계일주'가 기억 속 꿈을 꺼내 버킷리스트로 도전하게 해준 것이다.
지난달 18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음악일주'에서 기안84의 음악은 서툴고 생경하기 그지 없다. 세련되기 보다는 거칠고 날 것에 가깝다. 여행 내내 펼쳐지는 풍경 또한 "이게 말이 돼?"라는 반응이 절로 나올 정도로 일면 작위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태계일주' 시리즈에서 그러했든 예능신마저 보우한 광경들이 실소를 자아낸다.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오히려 그런 서툰 모습들이 호응을 자아내는 점이다. 방송은 아마추어들의 무대가 아니며 실험적인 도전보다는 완성된 프로의 모습을 보고자 하는 기존 시청자들의 기대치와 정반대되는 행보다. 시작이 전문 예능인이 아닌 기안84이기에, '음악일주'를 통한 모험이 용인되는 분위기다.
적어도 꿈에 대한 진정성 같은 기안84의 인간미는 충분히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 '태계일주' 시리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시즌2에서 인도 갠지스 강물을 먹은 기안84의 행동은 충격과 놀라움을 자아냈으나, 이는 거침없는 게 아니라 오히려 현지인들의 문화에 대한 존중이 깔린 점에서 시청자들의 인정을 불렀다.
이제는 전문분야가 아닌 꿈꿔왔던 음악에 도전하는 기안84의 모습이 '음악일주'를 통해 시청자 일각의 감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잘하지 않아도 괜찮은 유일한 플레이어, 여전히 아마추어와 프로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놓치지 않는 기안84이기에 가능한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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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BC 제공, '음악일주' 공식 홈페이지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