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예노르트 유니폼을 입게 된 황인범(28)이 츠르베나 즈베즈다 팬들에게 작별인사를 남겼다. '국가대표 후배' 설영우(26) 부탁도 잊지 않았다.
황인범은 3일(이하 한국시간) 네덜란드 페예노르트에 공식 입단했다. 페예노르트는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는 미드필더 강화를 위해 경험이 많은 황인범과 계약했다. 세르비아 챔피언 츠르베나 즈베즈다에서 넘어온 그는 2028년 여름까지 4년 계약을 맺었다"라고 발표했다.
이제 황인범은 페예노르트에서 등번호 4번을 달고 뛴다. 그는 아직 이적 절차를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 출전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마침 A매치 휴식기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는 15일 열리는 흐로닝언과 리그 맞대결이 황인범의 데뷔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페예노르트는 황인범을 품기 위해 클럽 레코드를 경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르비아 매체들에 따르면 그의 이적료는 1000만 유로(약 148억 원) 수준에 달한다. 이는 페예노르트의 구단 역대 최고 이적료인 830만 유로(약 122억 원, 다비드 한즈코)를 뛰어넘는 액수다.
K리그를 거쳐 캐나다, 러시아, 그리스에 이어 네덜란드 무대를 누비게 된 황인범. 그는 "여기 오게 돼 매우 기쁘다. 즈베즈다 동료 우로시 스포이치는 이미 내 이적이 옳은 결정이라고 했다. 페예노르트는 내가 지금까지 뛰었던 클럽 중 가장 큰 클럽이고, 유럽에서도 빅클럽이다. 오래 머물고 싶다"라며 "홈 경기마다 경기장이 꽉 찬다고 알고 있다.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라고 입단 소감을 밝혔다.
대전 출신 황인범은 지난해 여름 즈베즈다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전 소속팀 그리스 올림피아코스와 갈등을 겪은 끝에 이적시장 막판 즈베즈다로 향했다. 빅리그 러브콜을 받기도 했으나 이적료 협상에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즈베즈다가 지불한 금액은 550만 유로(약 81억 원)에 달했다.
황인범은 세르비아 리그에서도 실력을 증명했다. 곧바로 주전 자리를 꿰찬 그는 공식전 35경기에서 6골 7도움을 올렸고, 꿈에 그리던 UCL 무대에서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1골 1도움을 터트리기도 했다. 그 덕분에 즈베즈다는 리그와 세르비아컵을 동반 우승하며 '더블'을 달성했다.
세르비아 리그 MVP까지 거머쥔 황인범.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프랑스 AS 모나코와 OGC 니스, 독일 프랑크푸르트, 스페인 레알 베티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중위권 팀 등이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스카우트들도 여러 차례 경기장을 방문해 황인범의 실력을 체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인범도 마지막까지 이적을 고민했다. 그는 지난 29일 즈베즈다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본선 진출을 이끈 뒤 "하루 동안은 축구 생각을 하지 않게 해달라. 내가 남을지는 모르겠지만, 이적시장 마감까지 3일 남아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겠다"라고 솔직하게 밝혔다.
세르비아 '텔레그래프'는 황인범의 즈베즈다 잔류를 확신하기도 했다. 매체는 "큰 축하 행사가 끝난 뒤 즈베즈다 팬들은 아주 좋아하는 선수 중 한 명이자 최고의 선수 황인범의 말을 듣고 걱정했다"라며 "하지만 보드진이 빠르게 움직였다. 황인범은 확실히 마라카나(즈베즈다 홈구장)에 남을 것이다. 즈베즈다와 함께 UCL에서 뛰고 싶다는 그의 소망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반전이 있었다. 마르코 마린 즈베즈다 단장이 직접 황인범의 이적 가능성을 시사한 것. '인포머'에 따르면 그는 "황인범은 떠날 가능성이 있다. 그는 최고의 선수고, 이 팀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투혼으로 보여줬다"라며 우리는 기다릴 것이다. 떠나고 싶다면 그럴 수 있다. 우리는 여러 제안을 받았다. 황인범과 함께 가장 좋은 방법을 찾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인정했다.
결과적으로 황인범은 네덜란드로 향했다. 에레디비시 우승 16회를 자랑하는 페예노르트뿐만 아니라 또 다른 네덜란드 명문 아약스도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그러나 페예노르트는 영입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1000만 유로를 베팅했고, 최후의 승자가 됐다.
페예노르트는 과거 송종국과 이천수가 뛰었던 팀으로 지난 시즌 리그 2위를 차지했다. 아약스와 달리 올 시즌 UCL에도 출전한다. 페예노르트는 UCL에서 레버쿠젠, 지로나, 잘츠부르크, 벤피카, 스파르타 프라하, 맨체스터 시티, 바이에른 뮌헨, 릴과 맞대결을 펼친다.
즈베즈다와 인연을 1년 만에 마무리하게 된 황인범. 그는 개인 소셜 미디어를 통해 친정팀을 향한 애정 어린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먼저 황인범은 "친애하는 델리예(즈베즈다 서포터즈 애칭)와 즈베즈다 가족 여러분. 우선 1년 전 내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때 날 영입해줘서 정말 감사하다. 또 지난 시즌 내 커리어 첫 번째 트로피와 두 번째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지난 시즌 '올해의 선수'로 만들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그리고 지난주 수요일 마라카나에서 열린 내 마지막 경기를 특별한 분위기로 만들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여러분과 평생 기억에 남을 추억을 만들기 시작한 지 겨우 1년이 됐다. 하지만 보내주신 사랑과 무조건적인 응원 덕분에 집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영원히 감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황인범은 잠시나마 함께했던 설영우도 잊지 않았다. 그는 "이 위대한 클럽의 일원이 되어 정말 영광이었다.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멈출 수가 없다. 보드진과 감독님 코칭 스태프, 지원 스태프, 내가 함께한 모든 선수들, 라커룸, 팬 여러분. 이 클럽은 항상 내 마음속에 자리할 것이다. 여러분 모두에게 행운을 빈다. 내 '코리안 보이' 설영우를 잘 돌봐달라"라며 동생을 챙겼다.
측면 수비수 설영우는 올여름 즈베즈다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울산 HD에서 활약하며 주가를 드높였고, 지난해부터는 국가대표 붙박이 수비수로 뛰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특례까지 받은 설영우는 즈베즈다에 합류하며 유럽 진출에 성공했다. 그는 황인범과 함께 피치를 누비며 빠르게 팀에 녹아들었지만, 황인범의 이적으로 더 이상 한솥밥을 먹진 못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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