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이 끝내 체코의 벽을 넘지 못했다.
박수호 감독이 이끄는 한국(FIBA 랭킹 13위)은 26일(한국시간) 멕시코 멕시코시티 힘나시오 후안 데 라 바레라에서 열린 2026 국제농구연맹(FIBA) 여자농구 월드컵 사전자격예선 결승전에서 체코(랭킹 23위)에 67-73으로 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대회 우승에 실패하며 월드컵 최종예선 티켓을 손에 넣지 못했다. 조별리그에서 63-76으로 패했던 체코와 가장 높은 무대에서 다시 만났지만, 이번에도 설욕하지 못했다.
또한 한국은 체코를 상대로 4전 전패를 기록하며 다시 한번 첫 승리를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그동안 한국은 2004 아테네 올림픽 조별리그와 2010 여자농구 월드컵 2라운드에서도 완패했고, 이번 대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번만큼은 박지수(갈라타사라이 SK)와 박지현(뱅크스타운 브루인스), 강이슬(KB 스타즈) 등을 앞세워 드디어 체코를 잡아내는가 싶었지만, 뒷심이 부족했다. 박지수는 3점슛 3개를 포함해 22점 7리바운드를 기록했지만, 팀 패배를 막을 수 없었다. 박지현도 14점 7어시스트 6리바운드로 분전했다.
1쿼터는 저득점 양상이었다. 양 팀 다 공격에 애를 먹었다. 한국은 신지현의 3점포로 기분 좋게 시작하긴 했지만, 턴오버가 겹치면서 쿼터 내내 7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체코도 10점에 묶이면서 멀리 달아나지 못한 게 다행이었다.
체코의 공격력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한국은 박지수의 3점슛으로 13-15로 추격했지만, 3분 가까이 침묵하며 점수 차가 벌어졌다. 2쿼터 종료 50여 초를 남기고는 21-30으로 끌려갔다. 그래도 박지수의 3점포로 26-31까지 추격하며 전반을 마무리했다.
한국이 경기를 뒤집었다. 박지현의 3점슛으로 3쿼터를 시작한 뒤 이소희의 연속 득점으로 33-31 역전에 성공했다. 여기에 박지수가 먼 거리 3점슛과 골밑 돌파 레이업까지 성공하며 40-35를 만들었다.
한국은 3쿼터 중반 신지현의 스틸에 이은 박지현의 외곽슛으로 48-41까지 달아나기도 했다. 다만 체코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가브리엘라 안델로바가 연달아 3점포를 터트리며 48-47, 1점 차까지 쫓아왔다. 한국은 안혜지의 3점슛으로 응수하며 51-47로 마지막 쿼터를 맞이했다.
하지만 체코의 막판 뒷심이 무서웠다. 한국은 4쿼터 중반 56-57로 역전을 허용하면서 치열한 시소게임을 펼쳤다. 하지만 3분여를 남기고 안델로바에게 외곽 득점과 골밑 득점을 연달아 허용하며 60-64로 끌려갔다. 그리고 나탈리 스투팔로바에게 치명적인 3점슛을 허용하며 60-67까지 뒤졌다.
박수호 감독은 바로 타임 아웃을 외치며 분위기를 다잡으려 애썼다. 한국은 박지현을 중심으로 끝까지 추격했지만, 안델로바를 막을 수 없었다. 종료 45초를 남기고 안델로바에게 골밑 득점을 내주면서 65-73이 됐고, 사실상 승부가 결정됐다. 결국 한국은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뼈아픈 역전패를 내주고 말았다.
이제 한국으로선 내년 7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FIBA 여자농구 아시아컵을 통해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을 노려야 하게 됐다. 아시아컵에서 우승하면 월드컵에 직행하고, 2~6위 팀은 최종예선 진출권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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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FIB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