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할 수 있는 수명이 길지 않은 아이돌. 이를 극복하고 오랜 기간 활동을 이어가는 아이돌도 있지만 아이돌로서의 활동만으로는 녹록치 않은게 현실이다. 이에 여러 방면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게 연기다. 이제는 아이돌이 연기돌을 거쳐 배우로 전향하는 게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아이돌-연기돌-배우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대표적인 아이돌은 소녀시대다. 윤아, 티파니, 유리, 수영, 서현 등 8명의 멤버 중 5명이 이제는 배우로 활동 중이며, 괄목할 만한 성과도 거뒀다. 특히 2022년부터 2023년의 활약이 눈부셨다.
먼저 윤아는 드라마 ‘빅마우스’, ‘킹더랜드’에 출연하며 각각 최고 시청률 13.7%, 13.8%를 나타냈으며 영화 ‘공조2:인터내셔날’로 관객들과 만났다. 유리는 ‘굿잡’에 출연했고, 수영은 ‘당신이 소원을 말하면’, ‘남남’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막내 서현도 ‘징크스의 연인’, ‘도적:칼의 소리’ 등에 출연하며 ‘연기돌’이 아닌 ‘배우’로 존재감을 남겼고, 티파니도 ‘재벌집 막내아들’에 출연하며 배우 활동의 초석을 다졌다.
수많은 아이돌, 그 중에서도 연기에 도전하며 배우로 활동하고자 하지만 이처럼 소녀시대 만큼 많은 멤버가 배우로 전향해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성과를 내는 그룹도 드물다. “앞으로도 소녀시대”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닌 것처럼, 이들의 활약은 앞으로도 기대를 모은다.
그렇다면 2023년 피크를 찍은 소녀시대의 연기 활동처럼 이를 이어 받을 수 있는 그룹은 누가 있을까.
현재로는 에이핑크가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탈퇴한 손나은을 포함해 그룹 중 3명(정은지, 윤보미)이 연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에이핑크. 2세대 걸그룹 중에서도 청순 콘셉트로 톱클래스에 올랐던 이들의 연기 활동은 2024년 눈부시다.
먼저 윤보미다. ‘응답하라 1997’ 카메오로 시작해 ‘이번 생은 처음이라’, ‘제발 그 남자 만나지 마요’ 등에 출여한 윤보미는 지난 4월 종영한 tvN ‘눈물의 여왕’에서 일명 ‘나비서’ 나채연 역으로 열연했다. 홍해인(김지원)의 비서로, 홍해인 앞에서도 유일하게 바른말을 쏟아내며 직장 상사와 부하 직원의 케미스트리를 보였다.
많은 케미스트리 속에서도 김지원과 윤보미의 ‘워맨스’는 단연 돋보였다. 윤보미의 활약 속에 ‘눈물의 여왕’은 최종회에서 시청률 24.9%를 나타내며 ‘사랑의 불시착’을 제치고 tvN 역대 드라마 최고 시청률 맨 꼭대기를 차지했다. 윤보미는 ‘배우’로서 존재감을 증명하며 앞으로의 활동을 기대케했다.
에이핑크 멤버 중 가장 활발히 연기를 하고 있는 정은지는 ‘술꾼도시여자들 시즌2’에 이어 ‘낮과 밤이 다른 그녀’로 다시 한번 ‘배우’ 정은지 존재감을 입증했다. ‘낮과 밤이 다른 그녀’에서 정은지는 부캐 이정은과의 '한 몸 케미', 8년 차 장기 취준생의 설움 폭발 연기, 사랑에 솔직한 29년 차 모쏠의 러블리 매력 등 감탄을 부르는 캐릭터 소화력으로 매회 명장면을 탄생시키며 극에 흡인력을 더해냈다. ‘낮과 밤이 다른 그녀’는 최고 시청률 11.7%를 기록하며 2024년 방송된 JTBC 드라마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나타냈다.
정은지의 활약은 이어진다. 현재 정은지는 새 드라마 ‘지니, 어스’, ‘24시 헬스클럽’을 검토 중이다. ‘지니, 어스’는 우연히 우연히 외계 물질로 인해 초능력을 얻은 전직 검사가 세상을 지배하려는 악의 세력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이며, ‘24시 헬스클럽’은 근성이 넘치는 '헬치광'이 된 관장이 근심이 과다한 헬린이 회원들의 인생을 교정하며 펼쳐지는 두근두근 근(筋) 성장극이다.
현재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는 건 에이핑크 출신 손나은이다. 2012년 ‘대풍수’를 통해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한 손나은은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 ‘저녁 같이 드실래요?’. ‘인간실격’, ‘고스트닥터’, ‘대행사’를 거쳐 현재 ‘가족X멜로’에 출연 중이다. 아이돌 출신 연기자의 꼬리표 ‘연기력 논란’도 차근차근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겨냈고, ‘대행사’를 통해 완벽하게 씻어냈다.
‘가족X멜로’에서 손나은은 책임감 강한 장녀이자 4년 차 대형마트 냉동식품팀 MD 변미래 역으로 열연 중이다. 버석한 얼굴로 등장해 K-직장인의 현실적인 모습을 표현한 손나은. 고군분투하는 직장인, K-장녀의 모습을 현실감 있게 표현하며 몰입도를 높였다. 또한 김지수와는 모녀 케미를 완성, 뭉클함을 안겨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된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