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현지 팬들도 다시 만난 손흥민(32, 토트넘 홋스퍼)과 해리 케인(31, 바이에른 뮌헨)을 흐뭇하게 지켜봤다.
토트넘과 바이에른 뮌헨은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리시즌 친선경기에서 맞붙었다. 결과는 바이에른 뮌헨의 3-2 승리.
이로써 토트넘은 안방에서 열린 리턴 매치에서도 바이에른 뮌헨에 패했다. 양 팀은 지난 3일 한국의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맞붙은 바 있다. 당시에도 바이에른 뮌헨이 2-1로 이겼다.
이번 경기엔 한국에서 맞대결과 다른 점이 있었다. 바로 케인이 바이에른 뮌헨에 합류한 것. 잉글랜드 대표팀 주장인 그는 지난달까지 치러졌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4에서 조국을 이끌고 결승까지 올라가면서 동료들보다 늦게 복귀하게 됐다. 한국 투어도 함께하지 못했다.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케인은 곧바로 팀에 합류했고, 토트넘전에 동행했다. 그는 많은 사랑을 받았던 토트넘 팬들과도 오랜만에 인사를 나눴다.
케인은 명실상부 토트넘 레전드다. 그는 지금은 바이에른 뮌헨 에이스로 활약 중이지만, 2022-2023시즌까지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프리미어리그(PL) 정상급 공격수로 군림했다.
케인은 어릴 적부터 토트넘에서 성장한 공격수다. 그는 11살에 토트넘 아카데미에 합류한 뒤 435경기에서 280골을 터트리며 토트넘 역사상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했다. 1군에서 보낸 시간만 10년에 달한다.
약 1년 만에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으로 돌아온 케인. 벤치에서 출발한 그는 후반 33분 토트넘 팬들의 기립박수 속에서 교체 투입됐다. 따로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진 못했지만, 케인에게나 팬들에게나 뜻깊었을 10여분이었다.
토트넘 팬 커뮤니티 '스퍼스 웹'은 "경기가 시작되기 직전 트럼펫이 '스퍼스가 행진할 때(When the Spurs Go Marching In)'를 여주했다. 카메라는 바이에른 뮌헨 벤치의 케인을 비췄다. 그는 분명히 분위기에 흠뻑 젖어 눈에 눈물이 맺힌 것처럼 보였다. 케인은 그 경기장에서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즐겼던 모든 시간을 되살리고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가장 눈길을 끈 건 역시 '손케듀오'의 재회였다. 오랜만에 만난 손흥민과 케인은 여전한 애정을 과시했다.
둘은 토트넘 시절 엄청난 호흡을 자랑하며 '영혼의 듀오'로 불렸다. 리그에서만 무려 47골을 합작하며 프랭크 램파드-디디에 드로그바(36골) 듀오를 따돌리고 PL 역사상 최다 합작골 기록을 세웠다. 골 기록도 손흥민이 24골 23도움, 케인이 23골 24도움으로 딱 절반씩이다.
아쉽게도 이날 손흥민과 케인이 피치 위에서 맞부딪치는 그림은 나오지 않았다. 벤치에서 출발한 케인은 후반 33분 토트넘 팬들의 박수를 받으며 교체 투입됐다. 1분 뒤인 후반 34분 선발 출전한 손흥민이 벤치로 물러났다. 그는 케인과 포옹하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이를 본 스퍼스 웹은 "쏘니(손흥민 애칭)를 위한 포옹. 지난해 케인의 이적이 더 안타까운 이유는 손흥민과 엄청난 파트너십이 분리됐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함께 뛰면서 좋은 친구가 됐고, 케인이 떠난 뒤로도 서로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종종 얘기했다"라며 "이번에 케인이 교체 출전을 준비하고, 손흥민이 교체 아웃되면서 포옹하게 됐다. 물론 경기 전후 둘의 재결합이 진짜였겠지만, 토트넘 팬들이 볼 수 있는 멋진 광경이었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실제로 케인과 손흥민은 경기 전부터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다. 각자 헤어져서 한 시즌을 보내고 재회한 만큼 너무나 반가워하는 모습이었다. 손흥민은 경기장 터널에서 케인을 꽉 안으며 애정을 드러냈고, 케인의 품에 머리를 갖다대며 잠깐 안기기도 했다.
둘은 경기를 마친 뒤에도 따로 만나 회포를 풀었다. 아직 부족한지 다시 한번 포옹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여기에 잉글랜드 대표팀 동료인 제임스 매디슨도 합류했고, 토트넘 수비수 페드로 포로 역시 합류해 인사를 건넸다.
케인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오랜 친구들을 만난 엄청난 날"이라는 문구와 함께 손흥민, 매디슨과 찍은 '셀카'를 공유하기도 했다. 많은 팬들이 손케듀오를 다시 보고 싶다며 추억을 떠올렸다. 손흥민을 바이에른 뮌헨으로 데려가라는 팬도 있었다.
한편 케인은 이번 경기를 통해 지난해 토트넘 팬들에게 제대로 인사하지 못하고 떠난 아쉬움을 풀었다. 그는 경기 전후로 홀로 경기장을 한 바퀴 돌면서 팬들과 인사를 나눴고, 킥오프 직전엔 에릭 다이어와 함께 토트넘 구단이 준비한 특별 선물을 받았다. 토트넘 측에서 둘의 공헌에 감사하는 기념 선물을 전달한 것.
케인은 친정팀을 향한 존중도 한껏 드러냈다. 바이에른 뮌헨은 이날 승리로 '비짓 몰타 컵'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행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케인은 이를 거부하면서 주장 완장까지 요주아 키미히에게 벗어줬다. 그러고는 옆에서 동료들에게 박수만 보낼 뿐이었다.
스퍼스 웹은 "작년 여름 케인은 결코 토트넘 팬들로부터 제대로 된 배웅을 받지 못하고 떠났다. 그는 종료 휘슬이 불린 뒤 토트넘 팬들의 눈길을 끌었고, 경기장 주변을 돌면서 박수를 보냈다. 팬들도 '토트넘 아이콘'에 대한 사랑을 쏟아내며 보답했다"라고 훈훈한 모습을 전했다.
케인은 인터뷰를 통해 "홈팀 선수로 여기에 오는 데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바이에른 뮌헨 유니폼을 입고 원정 라커룸에 있는 게 이상했다. 하지만 난 이런 행사를 즐기는 걸 좋아한다"라 "작년엔 모든 게 정말 급하게 진행돼서 기회가 없었다. 모두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기에 좋은 기회였다. 팬들이 박수를 쳐준 건 놀랍고 훌륭한 모습이었다. 토트넘 팬들이 커리어 내내 내게 준 모든 것들에 항상 감사할 것이다. 정말 대단했다. 난 그저 나와 팬들이 다시 만나게 돼 감사할 뿐"이라고 인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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