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125일만에 거둔 설욕이었다. 지난 2021년 7월 11월 이후 T1을 만날 때 마다 아쉽게 고개를 숙였던 농심이 드디어 T1에게 매운 맛을 선사했다.
1125일만에 승전고를 울린 농심 박승진 감독은 “플레이오프 진출 부담감 보다는 ‘우리의 경기를 잘 보여주자’는 말로 선수들을 독려했다”고 코치박스의 뒷 이야기를 들려줬다.
농심은 지난 9일 서울 종로 롤파크 LCK아레나에서 열린 ‘2024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서머 2라운드 T1과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했다 .’미하일’ 백상휘와 ‘피셔’ 이정태가 1, 2세트 각각 맹활약했다.
이로써 4연패를 끊은 농심은 시즌 4승(11패 득실 -13)째를 올렸다. 반면 연패의 늪에 빠진 T1은 시즌 7패(8승 득실 +1)째를 당하면서 5위 KT(8승 8패 득실 -2)와 반 경기 차이까지 격차가 좁혀졌다.
경기 후 취재진을 만난 박승진 감독은 “최근 4연패를 하면서 좋은 경기력을 못 보여드리고, 무기력하게 지는 모습을 보여드려 그런 점들이 가장 좀 힘들었다. 응원해주시는 팬 분들께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다는 사실이 더 힘들었는데, T1전을 이겨서 정말 기분 좋다”라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덧붙여 박 감독은 “T1은 작년 월즈 우승팀이고 개인 기량이 다 출중하지만, 그동안 T1을 상대로 할만한 경기들이 많이 있었다. 항상 붙을 때마다 ‘할만 하다’고 생각했는데 못 이겨서 매번 아쉬웠다. 이번에 그 아쉬움을 떨치는 승리를 해서 너무 기분 좋다”며 오랜만에 환한 웃음을 지었다.
이날 경기에 앞서 농심은 KT가 젠지전을 승리하면서 희박하게 남아있던 플레이오프 진출과 롤드컵 선발전이 좌절됐다. 박승진 감독은 선수들에게 경기 집중을 주문했다고 뒷 이야기를 전했다.
“피어엑스와 KT전이 있던 주차에 2연패를 하면서 현실적으로 플레이오프 가능성이 많이 사려졌다고 생각했다. 선수들과도 남은 경기에서 플레이오프를 목표하기 보다 우리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게 ‘준비를 잘 해보자’고 이야기를 나눴다. 앞 경기에서 젠지가 KT에게 패하면서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이 아예 사라졌지만 크게 의식하지는 않았다. 선수들에게 마음 편하게 먹고 우리의 경기를 보여주자라고 주지시켰다.”
그동안 팀의 문제점을 묻는 질문에 “무기력한 모습이 많이 나왔던 이유는 특히 라인전 문제 때문이라고 생각을 많이 했다. 그 점을 보완해 T1전은 한타 상황만 나와준다면 이제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바이탈 선수가 굉장히 잘해줬다”며 서포터로 포지션 변경 이후 1군으로 콜업된 ‘바이탈’ 하인성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끝으로 박승진 감독은 “최근에 경기력이 좋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평일 경기에 응원하러 와주셔서 부스 안에서도 저희가 득점할 때마다 함성 소리가 진짜 엄청 크게 들렸다. 그런 부분이 팀에 많이 동기부여도 되고 힘도 돼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다. 남은 경기도 끝까지 응원 열심히 해주셔서 마지막까지 웃을 수 있게 보답하도록 하겠다”라고 각오를 전했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