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축구협회장이 여론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 강철멘탈을 자랑하고 있다.
한국스포츠단체 중 1년 예산이 가장 많은 곳이 축구협회다. 하지만 한국축구는 남녀대표팀이 나란히 파리올림픽 진출에 실패했다. 특히 남자대표팀은 무려 40년 만에 진출하지 못해 충격이 더 크다.
세계적 경쟁력을 논하는 축구지만 정작 상향평준화 된 아시아에서도 최고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등 세계적 선수들을 보유하고 아시안컵 우승에 실패했다. U23 아시안컵에서는 신태용 감독이 지휘하는 인도네시아에게 8강에서 패했다.
파리올림픽이 한창이지만 축구대표팀은 파리에 가지 못했다. 하지만 회장님은 파리에 갔다. 정 회장은 최근 파리를 방문해 지안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을 만났다. 정 회장은 9월 한국에서 진행되는 FIFA 홈리스 월드컵에 대해 면담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는 파리올림픽도 못 갔는데 자서전 자랑?
인판티노 회장은 7일 정몽규 회장이 선물한 자서전 사진을 SNS에 올렸다. 인판티노는 “정몽규 회장이 자서전 한 권을 선물해줘서 감사하다. 직접 쓴 글을 읽게 돼 영광이다. 앞으로도 더 많은 발전을 기대할 것”이라며 인증샷까지 찍어서 올렸다.
이어 인판티노는 “정몽규 회장과 KFA에 그동안 멋진 일일 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렸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이 여자축구와 남자축구의 강국으로 남아있을 수 있게 됐다”고 칭찬했다.
FIFA 회장의 립서비스와 달리 한국축구는 위기다. 홍명보 감독의 무리한 선임으로 공정성과 시스템이 무너졌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수장이 갑자기 떠나 피해를 본 울산은 김판곤 감독을 선임해 10일 데뷔전을 치른다. 대표팀을 위해서라면 K리그를 희생해도 된다는 몰상식이 판을 치고 있다.
한국축구 발전을 위해 고심해도 시간이 모자랄 정 회장이 개인의 치적을 자랑하기 위해 인판티노 회장에게 책을 선물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 회장의 자서전은 한글로 발간돼 인판티노 회장이 읽을 수도 없다. 정 회장이 대한축구협회장 4선 연임을 위한 정치적 행보를 이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세계최고 양궁협회의 경쟁력 이유는? 공정성
정몽규 회장의 행보는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과 비교된다. 한국양궁은 파리올림픽에 걸린 5개의 금메달을 모두 따냈다. 양궁협회를 40년간 후원하고 있는 현대차는 이번 파리올림픽을 위해 ‘개인 훈련용 슈팅 로봇’까지 개발해 지원했다. 양궁협회는 파리 현지에서 양궁대표팀만을 위한 훈련장을 확보하는 등 지원에 만전을 기했다. 그 결과가 금메달 5개 싹쓸이로 결실을 맺었다.
한국양궁이 여자단체전 10연패에 성공한 비결은 역시 공정성에 있다. 도쿄올림픽 3관왕에 빛나는 안산도 대표선발전에 떨어지면서 파리에 오지 못했다.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시스템과 경쟁 속에서 한국이 세계최고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공정성이 무너진 한국축구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한국축구를 위해 고심해야 할 수장이 자서전 발간과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축구팬들은 “자서전을 만든 종이가 아깝다”, “냄비받침으로도 가치가 없다”, “이 시기에 파리를 가다니 회장님은 정말 강철멘탈”이라며 정 회장의 행보를 조롱하고 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