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인기 종목인 골프의 최고 스타에게도 '아마추어'와 '프로' 벽은 존재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 위원에 도전하던 박인비(36)는 지난 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메인프레스센타(MPC)에서 열린 선수 위원 투표 결과에서 낙선했다.
8년 임기의 선수 위원은 선수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권익 신장에 앞장서는 역할로 일반 IOC 위원과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 특히 올림피언 동료들의 투표로 당선되기에 선수들에게는 최고의 영광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번 IOC 선수 위원 투표에는 박인비 포함 29명의 후보가 나섰다. 대회에 출전한 선수 1만여 명의 투표를 통해 상위 4명이 당선되는 방식. 아쉽게도 박인비는 투표 결과 상위 4위 안에 들어가지 못했다.
앞서 박인비는 지난해 8월 진종오(사격, 국회의원), 김연경(배구, 흥국생명)을 제치고 우리나라 IOC 선수위원 후보가 됐다. IOC 심사 관문도 통과했다.
박인비는 지난 22일 파리에 도착한 이후 선수촌을 돌면서 선거 운동에 나섰다. 하지만 결과는 아쉬웠다. 이날 최종 4인에 포함되지 못했다.
당선된 4인은 엘리슨 펠릭스(미국, 육상), 킴 부이(독일, 체조), 제시카 폭스(호주, 카누), 마르쿠스 다니엘(뉴질랜드, 테니스)다.
이번 선거는 선구 1명이 서로 종목이 다른 4인을 선택하는 방식이었다. 올림픽 선수촌에서 진행됐다. 아쉽게도 박인비는 6576명이 투표에 참가해 61.96% 투표율을 기록한 가운데, 590표를 얻는데 그쳤다.
29명 후보 중 18위로 상대적으로 낮은 순위다. 1등인 펠릭스가 2880표, 킴 부이가 1721표, 폭스가 1567표, 다니엘이 1563표를 기록했다.
이번에 당선된 IOC 위원들은 2032년 브리즈번 올림픽까지 임기를 수행한다.
한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문대성(태권도), 2016 리우 올림픽 당시 유승민(탁구)이 각각 IOC 선수 위원에 당선됐는데 이번에는 아쉽게 좌절됐다.
여러모로 충격적인 패배. 앞서 문대성 위원과 유승민 위원 시절과 달리 큰 격차가 벌어졌다. 인지도와 명성에서는 다른 경쟁자와 역대 위원들과 비교해도 전혀 뒤질게 없지만 종목의 한계가 발목을 잡았다.
세계적인 인기를 자랑하지만 올림픽과는 연이 먼 편이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등 세계적인 리그에도 불구하고 올림픽은 지난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서 116년 만에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부활한 바 있다.
여느 종목과 달리 빠르게 프로화가 진행된 골프이기에 순수한 아마추어 종목의 최고 경연장을 추구하던 올림픽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올림픽 종목도 제한적이고 선수단도 적기에 지지 베이스가 부족했다.
이는 이번에 당선된 펠릭스, 부이, 폭수, 다니엘이 모두 오래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잡은 종목 출신이라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특히 최다표인 펠릭스의 경우 미국 국적도 컸지만 단거리 종목 최고 스타로 2008 베이징부터 2020 도쿄까지 5번의 올림픽서 금메달 7개를 확보한 인지도가 최다 득표로 이어졌다.
결국 프로와 아마추어의 괴리가 발목을 잡은 것. 박은비는 116년만에 부활한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 골프서 금메달을 차지했으나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을 수 밖에 없다. 프로 무대에서는 올림픽을 포함해 남녀 첫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명성이 이번 선거에서는 통하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이런 우려는 선거를 앞둔 현지에서도 어느 정도 나왔다. 체육회 관계자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투표단이 골프 종목에 대해 그닥 호의적이지 않은 분위기다"고 우려했다. 결국 투표 결과에서도 골프라는 종목이 발목을 잡으면서 한국은 4년 동안 선수 위원 없이 지내게 됐다. /mcado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