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졌지만, 박수받아 마땅한 투혼이었다. 서승재(삼성생명)-채유정(인천국제공항) 조가 한 끗 차이로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세계 랭킹 2위 서승재-채유정 조는 2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포르트 라 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와타나베 유타-히가시노 아리사(일본) 조에 0-2(13-21 29-22)로 패했다.
초반 분위기는 한국이 좋았다. 서승재-채유정이 5-3으로 앞서 나가면서 경기를 주도했다. 하지만 8-7에서 연속 4실점하면서 8-11로 뒤진 채 휴식 시간을 맞이했다.
10-14로 뒤지고 있는 상황 서승재가 엄청난 투혼을 발휘했다. 그는 계속해서 몸을 날려 상대의 공격을 막아냈고, 긴 랠리 끝에 상대 범실로 포인트를 가져왔다. 팬들도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하지만 승부를 뒤집기엔 부족했다. 한국은 이후 연달아 실점하며 11-17로 끌려갔다. 1게임은 일본이 21-13으로 가져갔다.
2게임은 더욱 팽팽했다. 한국은 공격이 흔들리면서 2-6으로 뒤졌다. 점수 차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서승재-채유정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서승재의 날카로운 공격으로 9-10, 턱밑까지 추격했고, 행운까지 따르면서 기어코 13-13 동점을 만들었다.
서승재가 펄펄 날기 시작했다. 그는 강력한 점프 스매시로 일본을 괴롭히며 14-13 역전을 이끌었고, 긴 랠리에서 남다른 집중력을 발휘했다. 역전에 역전을 거듭한 끝에 한국이 17-15로 다시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체력이 발목을 잡았다. 지친 한국은 범실이 겹치면서 18-20으로 매치포인트를 내줬다. 그럼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서승재의 드라이브로 득점하며 20-20 동점을 만들었다. 더 이상 반전은 없었다. 일본이 내리 2점을 따내면서 22-20으로 2게임을 승리, 게임 스코어 2-0으로 동메달을 획득했다.
메달 문턱에서 멈춰선 서승재-채유정이지만, 체력적 열세를 딛고 보여준 투혼은 인상적이었다. 특히 서승재는 남자복식과 혼합복식 두 종목을 뛰었기에 컨디션이 정상일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전날 준결승 '세계 8위' 김원호(삼성생명)-정나은(화순군청)와 준결승 내전의 여파가 너무나 컸다. 서승재-채유정 조는 1일 치열한 접전 끝에 1-2로 패하며 후배들에게 결승 티켓을 내줬다. 김원호가 3세트 중반 비닐봉지에 구토를 할 정도로 모든 걸 쏟아부은 혈전이었다.
서승재-채유정은 일본 팀을 꺾고 동메달을 목에 걸면서 김원호-정나은 조와 함께 시상대에 오르고자 했다. 둘은 몸을 사리지 않고 투혼을 펼쳤지만, 발걸음이 너무나 무거웠다. 이어질 결승전에선 김원호-정나은이 정쓰웨이-황야충(중국) 조와 금메달을 놓고 다툰다.
경기 후 서승재와 채유정은 방송 인터뷰에서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라고 말했다. 물론 얼굴에서는 아쉬움을 숨길 수 없었다. 채유정은 벅차오르는 감정에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며 안타까움을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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