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토까지 하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배드민턴 혼합복식 세계랭킹 8위 김원호(삼성생명)-정나은(화순군청) 조는 승리를 따냈다.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김원호-정나은 조는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치른 대회 배드민턴 혼합복식 4강전에서 세계 랭킹 3위인 서승재(삼성생명)-채유정(인천국제공항)과 맞붙어 2-1(21-16, 20-22, 23-21)로 승리했다.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최소 은메달을 확보했다.
이 경기 전까지 상대 전적 절대 열세(0승 5패)를 기록하고 있던 김원호-정나은 조는 선배 서승재-채유정 조를 상대로 올림픽 4강전서 첫 승을 거뒀다. 결승 상대는 세계 랭킹 1위이자 조별리그에서 0-2(13-21, 14-21)로 졌던 정쓰웨이-황야총 조이다.
이날 김원호는 구토를 할 정도로 극한의 상황과 마주했었다. 그럼에도 끝내 승리를 손에 거머쥐었다.
21-16으로 1세트를 따낸 김원호-정나은 조는 선배들의 매서운 반격에 눌려 20-22로 2세트를 내줬다.
3세트가 역대급 명승부였다. 10-5로 서승재-채유정 조가 먼저 달아났으나 김원호-정나은 조가 내리 5점을 따면서 균형을 맞췄다. 막판 체력이 크게 떨어진 김원호는 메디컬 타임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후 의료진으로부터 받은 봉지에 구토를 했다.
체력의 한계를 드러냈지만 김원호는 정신력으로 버티며 정나은과 함께 20-18, 매치 포인트에 먼저 도달했다.
서승재-채유정 조가 듀스까지 따라붙었으나 김원호-정나은 조가 투지로 내리 2점을 따면서 23-21로 경기를 매조지었다.
‘구토 투혼’을 보인 김원호는 "사실 경기 막판에 자꾸 헛구역질이 나오더라"라면서 "그냥 한번 나오는 줄 알았는데 이러다가 매트에서 할 것 같아 심판을 불러 봉지에 구토를 하고 경기를 다시 뛰었다. 선수로 보여줘서는 안 될 부분"이라고 멋쩍게 이야기했다.
이런 김원호를 지킨 것은 정나은이었다.
김원호는 "구토하는 장면에서 사실 나는 끝난 상태였다. (정)나은이에게, '그냥 너에게 맡기겠다'고 말하고 뛰었다. 동생한테 부담을 줬는데 오히려 잘 다독이면서 뛰어줘서 너무 고맙다"라고 말했다.
정나은은 "오빠가 나를 믿겠다고 말하더라. 솔직히 부담이었지만 그 상황에서는 내가 하는 수밖에 없었다. 오빠를 다독이면서 경기해 마무리할 수 있었다"라고 답했다.
결승 진출한 데 대해 김원호는 "사실 아직도 전혀 실감이 나지 않는다. 내가 이겼는지 진짜 잘 모르겠다"라고 밝혔다.
정나은 역시 "솔직히 나도 믿기지가 않는다. 이게 맞나 싶다. 우리가 예선(1승 2패)부터 힘겹게 올라왔는데 결승행이라니 믿기지가 않는다"고 털어놨다.
한편 아직 미필이던 김원호는 이번 승리로 은메달을 확보, 병역 면제 혜택을 받았다. 그는 "솔직히 지난 아시안게임 결승서 군대 생각하다 잡힌 적이 있다. 그런 것을 생각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뛰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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