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이었을까. 무지였을까. 한 끗 차이의 선택이 아쉬움을 안긴다.
지난 19일 (여자)아이들은 KBS 2TV ‘뮤직뱅크’에서 신곡 ‘클랙션’ 무대를 선보이면서 구조대원(라이프가드) 컨셉의 복장을 입고 등장했다. 문제는 의상에 있던 ‘적십자 표장’. 뷹은 십자가가 새겨진 의상을 입어 논란이 일었다.
대한적십자사 조직법 제25조(적십자 표장 등의 사용금지)에 따르면 적십자사, 군 의료기관 또는 적십자사로부터 사용승인을 받지 않은 자는 사업용이나 선전용으로 적십자 표장을 사용할 수 없다. 위반 시 10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500만원 이하 과태료에 처한다.
논란이 일자, 대한적십자사는 여러 매체를 통해 “큐브엔터로부터 표장 사용 승인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며 "관련 내용을 인지하지 못한 것 같다. 고의·상습성은 없다고 판단, 벌금이나 과태료 부과는 없을 예정이다. 소속사에 재발 방지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큐브엔터테인먼트 역시 22일 공식입장을 내고 “해당 무대 의상에 문제가 있던 점을 인지하고 대한적십자사와 연락하여 사과 후 재발 방지 및 후속 조치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의하고 있다”면서 “당사는 관련하여 불편을 겪으신 관계자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드린다”고 사과했다.
다행히 고의성이 없는 무지에 인한 잘못이었기에 법적 대응으로 번지지는 않았으나, 아이돌 무대 의상의 적절한 선이 지켜져야한다는 여론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여자)아이들은 라이프가드 컨셉으로 짧은 크롭티와 반바지를 착용해 성적 대상화했다는 논란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다만 멤버들은 각 천만원 씩 총 5천만 원을 대한적집자사에 기부하며 '사과의 정석'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소녀시대 유리는 최근 SNS를 통해 방파제 사진을 올렸다가 뭇매를 맞았다. 지난 24일 권유리는 ‘PARTY’라는 멘트와 함께 제주도에서 여행 중인 모습을 공개했다. 다만 공개된 사진 중 대부분 바닷가 앞에 있는 테트라포드에서 서있거나 누워있는 모습이었다.
권유리가 누운 테트라포드는 흔히 방파제라고 불리는 콘크리트 구조물로, 파랑과 해일로부터 방파제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보통 테트라포드 사이로 물고기가 숨어들어 낚시인들의 출입이 빈번하고, 한번 사고를 당하면 사망까지 이를 수 있어 특별히 주의가 필요한 곳이기도 하다.
해양수산부는 테트라포드 추락사고가 연달아 발생하자 2020년 항만법을 개정해 항만구역 내 방파제, 호안, 해안가 등 파도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위험구역을 출입통제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게 하고, 통제구역이라는 걸 알 수 있는 알림 표지판 등을 설치하게 했다. 2023년 12월 기준, 총 45개소(국가관리항 32개소, 지방관리항 13개소)가 출입통제구역으로 지정됐다.
그렇기 때문에 유리의 SNS가 올라온 뒤 팬들은 걱정의 목소리와 함께 “과태료 부과 대상일 수도 있다”, “출입금지 구역이면 거기 들어가면 안된다”, “떨어지면 어떡하냐. 너무 위험한 행동이다” 등 우려의 목소리를 냈고, 유리도 이를 의식한 듯 곧바로 글을 삭제했다.
다만 유리가 사진을 찍은 우도의 모든 항구는 출입통제구역 45개소에 해당하지 않았다. 과태료 부과 대상까지는 아닌 상황, 다만 과태료를 내지 않는다고 유리의 행동을 옳다고 볼수는 없다. 시민의 친수공간 확보를 목적으로 오픈된 항만도 있기에 해양수산부가 모든 바닷가 지역의 테트라포드 출입을 막을 수는 없고, 결국 해양수산부도 이용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호소하기에 더욱 유리의 행동에 아쉬움이 남는다.
이 외에도 아이유는 콘서트 부정 티켓 예매를 잡아낼 경우, 해당 티켓을 포상으로 선물하는 암행어사 제도를 실시했다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2024 월드투어 서울 단독 콘서트’를 진행하면서 부정 티켓 예매로 추정되는 팬에게 과도한 소명 자료를 요구했고, 제출한 자료가 요건에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콘서트 티켓 취소 및 아이유 공식 팬카페에서 영구제명한 것.
이에 팬이 쓴 글로 인해 논란이 일자, 소속사 측은 암행어사 포상제도 폐지, 티켓 수령에 대한 본인 확인 절차 과정 조치, 팬클럽 영구 제명 제도 개선 등을 언급했다. 또 피해를 입은 팬에게는 “당사와 멜론티켓, 공연팀은 티켓 예매 과정에서 피해입은 당사자 팬분께서 원하시는 방향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해 보상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외에도 그룹 킹덤은 미니 7집 앨범 커버가 이슬람교의 경전인 ‘코란’과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자, “킹덤은 세계의 문화를 K팝으로 재해석해 무대를 꾸미는 것을 목표로 하는 그룹인 만큼 문화의 다양성과 공존을 최우선 가치로 놓고 있다. 이번 논란은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당사의 무지와 부주의로 발생했다”고 사과하며 앨범 초판 7만 장을 전량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잠깐의 무지였을지, 혹은 방심이었을지 모르는 순간의 선택이 아쉬운 결과를 만들어낸 경우가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어 더 큰 안타까움을 더한다.
/cykim@osen.co.kr
[사진] OSEN DB,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