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남 배우가 성관계를 요구했다. 매니저의 뺨을 때리고 욕을 했다.’ 연예인들이 직접 하는 익명의 폭로는 곧 대중에게 좋은 안줏거리가 된다. 폭로 즉시 네티즌 수사대가 나서 여러 연예인들의 이니셜이나 실명을 거론하고 이 과정에서 애먼 피해자가 나오기도 한다. 지금까지 수차례 반복된 일인 만큼 연예인들 역시 이 익명 폭로가 가져올 파장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박슬기나 장영란 역시 모를리 없다.
어제오늘 연예계를 강타한 이슈 중 하나는 ‘박슬기의 폭로’였다. 연예정보 프로그램 리포터 출신이 박슬기가 방송인 장영란의 유튜브 콘텐츠에 출연해 활동 중 겪었던 갑질 에피소드를 언급했고, 곧 네티즌 수사대가 나섰다. 이 과정에서 배우 이지훈과 안재모는 애먼 피해자가 됐다.
지난 27일 장영란의 유튜브 채널 ‘A급 장영란’에는 ‘혼자 사는 김새롬 청담동 아파트 최초 공개(연예계 뒷담, 연예인 인성)’이라는 제목의 콘텐츠가 업로드 됐다. 장영란과 박슬기, 하지영이 김새롬의 집을 찾았고, 리포터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만큼 활동 시절의 이야기가 오갔다.
이 과정에서 여러 폭로가 이어졌다. 김새롬은 21살 때 한 선배 연예인과 프로그램을 같이 하면서 겪은 일화를 언급했다. 해당 선배가 김새롬을 조롱하고 폭언을 하는가 하면, 말대꾸를 한다고 손을 들어 폭력을 사용하려 했다는 것.
박슬기 역시 연예계 활동을 하면서 겪은 여러 가지 일화를 언급했다. 드라마 촬영 중 오토바이를 타는 장면에서 욕을 들었던 것, 그리고 현재 후폭풍이 거센 영화 촬영 당시 일화였다. 박슬기에 따르면 ‘키스 더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던 당시 영화 촬영 현장에 늦게 도착했고, 상대 배우가 자신에게 화를 내지 못하고 매니저의 뺨을 때리고 욕을 하면서 화풀이를 했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콘텐츠가 공개된 후 파장은 컸다. 네티즌 수사대는 즉각 박슬기와 같은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의 이름을 거론했다. 네티즌이 추린 용의자는 영화 ‘몽정기2’에 함께 출연한 이지훈과 ‘카리스마 탈출기’의 안재모였다. 확인되지 않은 비난이 이어지자 이지훈과 안재모는 각각 자신이 갑질 폭로 배우가 아니라고 입장을 직접 밝혔다. 박슬기 역시 SNS를 통해서 이지훈과 여전히 친한 사이라고 해명했고, 안재모는 매체를 통해 박슬기 측의 사과를 받았다고 알렸다.
후폭풍이 거세지면서 장영란 측도 조치에 나섰다. 박슬기의 폭로가 담긴 장면을 편집했고, 콘텐츠 제목 역시 ‘연예계 비하인드’로 수정했다. 다만 채널 측에서 공식적으로 이번 파장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장영란 역시 SNS에 개인적인 사진을 게재하면서도 이번 콘텐츠가 몰고온 파장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박슬기 이전에 지난 2021년에는 배우 허이재가 그룹 크레용팝 출신 웨이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웨이랜드에 출연해 활동 당시 드라마 상대 배우의 폭언과 갑질로 은퇴를 결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허이재는 작품에서 만난 상대 배우가 처음에는 잘해줬지만 어느 날 해당 배우가 잠자리를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그 배우는 유부남이었고, 허이재가 거부한 후 폭언을 하는 등 정신적인 고통이 컸다고 말했다. 또 허이재는 선배 배우의 갑질에 대해서도 폭로했었다.
허이재의 익명 폭로 역시 파장이 컸었다. 허이재의 방송이 공개된 후 여러 배우가 거론되는 등 추측이 이어졌고, 한 배우의 이름이 직접적으로 거론된 기사가 보도되기도 했었다. 해당 배우의 팬들은 “무분별한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라며 성명을 발표했다. 일방적인 폭로였던 만큼 실명으로 거론되는 것 자체만으로도 배우 이미지에는 큰 타격이었다.
연예계에서 익명의 폭로와 보도는 자주 있는 일이다. 사건, 사고에 얽힌 연예인들에 대한 익명 보도는 자주 접할 수 있다. 박슬기처럼 과거 폭로도 더 많아졌다. 연예인들이 직접 운영하거나 출연하는 플랫폼이 늘고 콘텐츠가 많아지면서 여기 저기 과거에 겪었던 부당한 일을 폭로하고 저격하는 것. 이러한 익명의 폭로는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화제성을 키운다. 성관계 요구, 갑질 등 자극적인 이슈일수록 대중은 더 모여든다.
그리고 관심만큼 파장은 크고, 애먼 피해자가 발생하는 부작용도 있다. 이번처럼 폭로와 상관 없는 연예인들의 실명이 거론되는가 하며, 네티즌 수사대의 표적이 되고 꼬리표가 달린다. 때론 이로 인해서 이미지에 타격을 입기도 한다. 그만큼, 익명이라고 해도 이들의 말 한 마디가 갖는 힘이 크다. 당사자인 박슬기나 채널에 이름을 내건 장영란은 정말 이런 후폭풍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까, 아니면 단순히 재미로만 소비된다고 생각했을까. 두 사람 모두 오랜 시간 연예계에 몸담고 있었던 만큼 이러한 파장을 전혀 모르진 않았을 터. 대중의 시선을 받는 연예인으로서 말 한 마디라도 그 무게를 생각해 봐야 하지 않았을까. /seon@osen.co.kr
[사진]OSEN DB, 유튜브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