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 어깨'에 출연한 법의학자 이호 교수가 직업을 선택하게 된 특별한 이유를 공개했다.
7월 28일 방송된 TV CHOSUN '거인의 어깨 – 인생을 빌려드립니다'에서 대한민국 대표 법의학자 이호 법의학 교수가 법의학자가 되기로 한 계기를 밝혔다.
국내에 30여 명에 불과한 법의학자는, 국민 150만명당 1명 꼴로 매우 적은 인원이 일하고 있다. 이는 돌연변이가 발현하는 확률과 유사하다고 밝힌 이호 교수는 처음 법의학자의 길을 걷게 된 비화를 풀어냈다.
재수를 해서 의대에 입학했던 이호 교수, 그가 대학을 다닌 86년도는 군사 정권에 맞서 민주주의를 울부짖던 암울한 시기였다. 당시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느꼈던 그는 집회를 따라다니다 유급을 당하기도 했고, 막연히 의사보다는 시민활동을 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던 중, 89년에 갑작스럽게 한 사람의 죽음을 만났다. ‘이철규 열사 사망사건’ 당시 발견된 시신은 어깨와 얼굴에 구타의 흔적이 가득했고, 심지어 피해자는 국가보안법 위반 협의로 지명 수배 중인 상태였다. 사고가 아닌 '고문치사 유기'가 의심되는 정황이었지만 수사 당국이 발표한 결과는 '실족 후 익사'였다.
익사로 단정짓기엔 증거가 부족했지만,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배제하고 사인을 단정 짓는 것을 목격한 이호 교수는 어린 나이에 외압에 의해서 수사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억울한 죽음이 많겠다"고 생각한 그는 "이것도 의사가 할 일이라면 내가 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현장에서 강의실로 돌아가서 공부를 하게 됐다고 전했다.
또 이호 교수는 "의사로서, 전문가로서 기여할 수 있는 것을 내가 할 수 있겠다"라며 "의사의 역할이 살아있는 사람을 치료하는 것도 있지만, 한 사람의 죽음의 마지막 순간에도 의사가 있어야겠다"라는 특별한 생각을 전했다.
당시 ‘껍데기를 벗고서’라는 책을 읽은 이호 교수. 책에 기재된 '직업 선택의 열 가지의 교훈' 중 '왕관이 아닌 단두대가 있는 길로 가라'라는 문구를 보고 직업을 선택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chaeyoon1@osen.co.kr
[사진] ‘거인의 어깨’ 방송 화면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