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열은 마쳤다. 세계 신기록과 올림픽 신기록을 갈아치운 한국 여자 양궁이 역사적인 '올림픽 단체전 10연패'를 위해 활시위를 당긴다.
임시현(21·한국체대)-남수현(19·순천시청)-전훈영(30·인천시청)으로 구성된 한국 여자 양궁대표팀은 28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9시 38분부터 레쟁발리드 특설 양궁장에서 열리는 2024 파리올림픽 여자양궁 단체전에 나선다. 이날 12강부터 시작해 8강과 준결승, 결승까지 모든 일정을 한 번에 치른다.
여자 양궁 단체전은 한국이 한 번도 금메달을 놓친 적 없는 효자 종목이다. 처음으로 정식 종목이 된 1988 서울 올림픽부터 지난 2020 도쿄 올림픽까지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엔 언제나 태극기가 걸렸다. 9차례 대회에서 9번 모두 금메달을 휩쓸었다.
36년간 단체전을 지배하며 왕조를 이어온 '세계 최강' 한국 여자 양궁. 이번에도 금메달을 목에 걸면 무려 올림픽 10연패라는 대기록을 작성하게 된다.
컨디션은 최고조다. 한국 선수들은 지난 25일 열린 파리 올림픽 여자 랭킹 라운드에서 1, 2위를 모두 거머쥐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3관왕' 임시현이 예선부터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제대로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그는 총 72발을 쏴서 10점 과녁에 48발을 꽂았다. 게다가 10점 정중앙을 뜻하는 '엑스텐'만 무려 21차례 기록하며 압도적인 실력을 자랑했다.
최종 점수는 694점. 임시현은 지난 2019년 강채영이 세웠던 종전 기록(692점)을 갈아치우며 새로운 세계 신기록을 작성했다. '에이스'다운 면모였다.
여기에 남수현도 688점으로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우며 랭킹 라운드 2위에 올랐다. 만약 같은 날 임시현이 아니었다면 올림픽 신기록이 될 수 있는 점수였다. 최고참 전훈영은 최종 13위를 기록했다. 한국 대표팀은 총합 2046점으로 올림픽 신기록을 새로 쓰며 예선 1위에 올랐다.
이제 실전 무대만 남았다. 랭킹 라운드에서 보여준 모습대로만 한다면 대망의 올림픽 10연패도 충분히 가능하다. 해외 매체들도 한국의 우승을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다.
한국 대표팀은 1회전은 건너뛰고 8강부터 시작한다. 첫 상대는 대만과 미국 중 승자다. 8강에서 승리하면 준결승에선 프랑스, 네덜란드, 인도 중 한 팀과 만난다.
물론 방심은 금물이다. 결승 상대로는 한국 출신 권용학 감독이 지도 중인 중국 혹은 랭킹 라운드 3위 멕시코가 점쳐진다. 특히 중국은 권용학 감독의 지휘 아래 급성장하면서 올해 열린 1~2차 월드컵 단체전 결승에서 연달아 한국을 꺾고 정상에 올랐던 팀이다.
한국은 지난 4월 상하이 월드컵과 5월 예천 월드컵에서도 랭킹 라운드는 나란히 1위를 차지했지만, 결승에선 패했다. 그래도 지난 6월 튀르키예 안탈리아 월드컵에선 결승에서 프랑스를 누르고 우승하며 자존심을 지켰다. 이제는 가장 중요한 올림픽 무대에서 기세를 이어가야 하는 한국 양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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